잘 만든 게임이 잘 팔리면 개발사도 잘 되는 게 상식이다. '스타워즈 제로 컴퍼니'는 그 상식이 통하지 않은 사례가 됐다. 메타크리틱 85점에 스팀 판매 순위 최상위권까지 올랐지만, 정작 이 게임을 만든 비트 리액터(Bit Reactor)는 출시 몇 주 전에 직원 대부분을 무급휴직 처리한 상태였다.

직원 약 80%가 무급휴직 상태였다

비트 리액터 무급휴직 규모를 정리한 그래픽
▲ 관계자 증언 기준 무급휴직 규모. 자료: Game File, 그래픽: GamTrend

이 사실은 미국 매체 게임 파일(Game File)의 보도로 알려졌다.

게임 파일이 접촉한 관계자는 전체 인력의 약 80%가 무급휴직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무급휴직은 고용 관계는 유지하되 급여를 지급하지 않고 출근도 시키지 않는 조치다. 할 일이 없거나, 급여를 줄 돈이 없을 때 쓰인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남은 인원이 제로 컴퍼니의 버그 대응을 맡는 최소 인력뿐이라고 말했다.

비트 리액터 대변인은 게임 파일에 "많은(many)" 직원이 무급휴직에 들어간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다만 정확한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규모를 짐작할 단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이 회사를 둘러싼 소송의 8월 자료에는 스튜디오 직원 "대부분(most)"이 영향을 받았다고 적혀 있다.

퍼블리셔 문제가 아니라 개발사 내부 문제였다

제로 컴퍼니의 분대 구성 화면
▲ 게임 자체는 평단과 이용자 모두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사진: Bit Reactor / Electronic Arts
제로 컴퍼니의 임무 브리핑 화면
▲ 공동 개발사로 EA 산하 리스폰 엔터테인먼트가 참여했다. 사진: Bit Reactor / Respawn Entertainment / Electronic Arts

이런 소식이 나오면 보통 퍼블리셔부터 의심받는다.

비트 리액터 대변인은 이 부분을 먼저 잘랐다. 이번 조치는 퍼블리셔인 EA나 스타워즈 IP 보유사인 디즈니와는 무관하다고 못 박았다.

짚어 둘 부분이 하나 더 있다. 이 게임은 비트 리액터 단독 개발이 아니다. EA 산하 리스폰 엔터테인먼트가 공동 개발사로 참여했다.

그래서 게임 개발 자체는 멈추지 않고 굴러갈 수 있었다. 무너진 건 비트 리액터라는 회사의 재무였다.

원인은 단순하다. 돈이 떨어졌다. 그것도 게임 출시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다.

폭로는 내부에서 나왔다. 시니어 테크니컬 아티스트 재커라이아 스콧은 링크드인에 회사가 무급휴직 사실을 "숨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스콧은 이후 게임 파일과의 접촉에서 자신이 이야기를 나눈 동료 중 10명 남짓이 같은 기간에 무급휴직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회사는 복귀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대변인은 급여를 복원해 이들을 다시 부르고 싶다며, 제로 컴퍼니의 판매가 그 재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스콧의 반응은 달랐다. 그는 휴직자 전원이 실제로 복귀할지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2024년부터 이어진 창업자 소유권 소송

제로 컴퍼니의 턴제 전술 전투
▲ 비트 리액터는 파이락시스 출신 개발자들이 2021년에 세운 전술 게임 전문 스튜디오다. 사진: Bit Reactor / Electronic Arts
클론전쟁 시기를 배경으로 한 전투 장면
▲ 게임은 클론전쟁 말기를 무대로 한 싱글플레이 턴제 전술 게임이다. 사진: Bit Reactor / Electronic Arts
제로 컴퍼니의 부대원 관리 화면
▲ 그렉 포어치는 파이락시스에서 20년 넘게 아트 디렉터로 일했다. 사진: Bit Reactor / Electronic Arts

먼저 이 회사가 어떤 곳인지부터 짚자.

비트 리액터는 2021년 미국 메릴랜드에서 설립됐다. 파이락시스 게임즈 출신 개발자들이 모여 만든 곳이다.

공동 창업자 그렉 포어치는 파이락시스에서 20년 넘게 일했고, 그중 14년을 시니어 아트 디렉터로 보냈다. '문명 3·4''엑스컴' 1·2편이 그의 이력이다.

턴제 전술 장르에서 검증된 인력이 모인 스튜디오였다. 그런데 첫 대형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회사 자체가 흔들렸다.

자금난의 배경에는 2년째 이어지는 소송이 있다.

소송을 시작한 쪽은 공동 창업자 앨리슨 켈리다. 2024년에 소를 제기하면서 자신이 회사에서 밀려났다고 주장했다.

다른 공동 창업자 그렉 포어치의 입장은 정반대다. 그는 회사의 단독 소유주는 자신이며, 켈리는 애초에 공동 소유주였던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켈리의 업무 성과도 문제 삼았다.

켈리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켈리가 청구한 손해배상액은 2,000만 달러다. 그러면서 스튜디오의 가치를 그 두 배로 평가했다.

이 사건은 원래 지난 6월 재판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무급휴직 사실이 법정 문서를 통해 드러난 것도 이 소송 과정에서다.

정리하면 회사의 주인이 누구인지가 법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작 출시일이 먼저 찾아온 셈이다.

성적표와 현실이 어긋난 자리

제로 컴퍼니의 거점 관리 화면
▲ 영구 사망 시스템과 부대 운영이 호평의 핵심으로 꼽혔다. 사진: Bit Reactor / Electronic Arts

게임 자체의 성적은 좋다.

'스타워즈 제로 컴퍼니'는 8월 27일 출시돼 메타크리틱 85점(오픈크리틱 87점)을 받았다. 스타워즈 세계관 재현과 전술 전투가 특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

출시 직후 스팀 판매 순위 상위권에 올라 상업적으로도 출발이 나쁘지 않다는 신호를 냈다.

문제는 그 성과가 만든 사람들에게 곧바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퍼블리셔가 개발비를 대는 구조에서 판매 수익은 대개 선지급금을 회수한 뒤에야 개발사로 흘러간다. 출시 직후에 당장 현금이 들어오는 구조가 아니다.

그래서 "잘 팔렸으니 곧 복귀시키겠다"는 회사의 설명과, "전원 복귀는 어려울 것"이라는 내부의 회의론이 동시에 성립한다.

여기에 소유권 소송이 끝나지 않은 한 새 투자나 차기작 계약을 잡기도 어렵다. 자금난이 구조적으로 풀리지 않는 이유다.

결국 이번 사안은 개별 스튜디오의 사고로만 보기 어렵다. 좋은 평가와 판매 성적이 고용 안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최근 업계의 흐름을 다시 확인시킨 사례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