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첫 등장 이후 셀 수 없이 많은 로그라이크 게임에 영향을 준 '바인딩 오브 아이작' 시리즈가 뜻밖의 순간에 다시 전성기를 맞았다. 2014년 리메이크판으로 나온 '바인딩 오브 아이작: 리버스(The Binding of Isaac: Rebirth)'가 최근 2주 사이 스팀에서 여러 차례 동시접속자 신기록을 세우며 워프레임, GTA V, 델타 포스 같은 대작들을 제치고 스팀 인기 게임 상위권에 올랐다.

스팀 서머세일에 다시 불붙은 인기 — 신기록 행진

Kotaku 보도에 따르면 '바인딩 오브 아이작: 리버스'는 최근 24시간 동안 15만 6천 명이 넘는 동시접속자를 기록했다. 이는 불과 며칠 전인 7월 5일 세운 15만 3천 명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며, 그 이전에는 6월 29일 13만 명, 6월 27일 10만 9천 명 순으로 며칠 간격으로 연달아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해왔다. 이번 서머세일 이전까지 이 게임의 최대 동시접속자 기록은 2021년 약 7만 명, 2014년 출시 당시 약 6만 9천 명 수준이었다. 즉 지금이 게임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이 즐기고 있는 순간인 셈이다.

왜 지금 터졌나 — 90% 할인과 '메우제닉스' 효과

바인딩 오브 아이작 리버스 전투 스크린샷
▲ 아이템 조합에 따라 눈물이 기괴한 형태로 변형되는 전투 시스템. ⓒ Nicalis
바인딩 오브 아이작 리버스 보스전 화면
▲ 스테이지마다 등장하는 개성 넘치는 보스들. ⓒ Nicalis

6월 25일부터 7월 9일까지 진행 중인 스팀 서머세일 기간 동안, '바인딩 오브 아이작: 리버스'는 정가 15달러에서 단돈 1.5달러로 90% 할인됐다. 모든 DLC를 묶은 번들 역시 정가 50달러에서 5달러로 대폭 할인됐다. 세일 기간마다 많은 게임이 반짝 반등하지만, 이 게임의 상승세는 유독 폭발적이었다.

여기에 또 다른 요인이 겹쳤다. 아이작 개발자 에드먼드 맥밀런이 타일러 글레이엘과 함께 만든 신작 '메우제닉스 (Mewgenics)'가 지난 2월 스팀에서 동시접속자 11만 5천 명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는데, 이 게임을 즐긴 팬들이 "다음엔 뭘 할까" 고민하다 자연스럽게 저렴해진 '바인딩 오브 아이작'으로 유입된 것으로 분석된다. Kotaku는 세일이 종료되는 목요일(7월 9일)까지 이 게임이 또 한 번 자체 기록을 경신할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게임은 어떤 내용인가 — 아이작의 지하실 탈출기

바인딩 오브 아이작 리버스 적 방 화면
▲ 무작위로 생성되는 방과 적들을 뚫고 지하실 깊숙이 내려가야 한다. ⓒ Nicalis

'바인딩 오브 아이작'은 2011년 에드먼드 맥밀런과 플로리안 힘슬이 만든 플래시 게임으로 처음 세상에 나왔다. 성경 속 '이삭의 번제'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따온 이 게임은, 신의 뜻을 따른다고 믿는 어머니가 아들 아이작의 모든 것을 빼앗고 방에 가두려 하자, 아이작이 지하실로 도망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맥밀런 본인의 종교적 성장 배경에서 영감을 받았다.

플레이어는 아이작을 조작해 자신의 눈물을 투사체로 삼아 몬스터를 처치하고, 무작위로 생성되는 던전을 내려가며 다양한 아이템을 수집한다. 아이템은 외형, 능력치, 공격 방식을 극단적으로 바꿔놓는데, 여러 아이템을 조합하면 예측 불가능하고 강력한 시너지가 발생하는 것이 이 게임의 핵심 재미다. 플래시 게임 특유의 기술적 한계에 부딪힌 맥밀런은 퍼블리셔 니칼리스(Nicalis)와 손잡고 더 발전된 엔진으로 게임을 완전히 새로 만들었고, 이렇게 2014년 나온 것이 대규모 콘텐츠가 추가된 리메이크판 '리버스'다. 리버스는 그해 11월 PC와 PS4, PS 비타로 먼저 출시된 뒤 2015년 Xbox One·Wii U, 2017년 iOS·닌텐도 스위치까지 순차적으로 이식됐다.

12년의 진화 — 리버스에서 '리펜턴스'까지

바인딩 오브 아이작 리펜턴스 DLC 보스전
▲ 최대 DLC '리펜턴스'에서 추가된 새로운 보스와 스테이지. ⓒ Nicalis
바인딩 오브 아이작 리펜턴스 DLC 혼돈의 전투
▲ 아이템이 쌓일수록 화면을 가득 채우는 혼돈의 탄막. ⓒ Nicalis

출시 이후 리버스는 여러 차례 대형 DLC를 통해 몸집을 키워왔다. 2015년 '애프터버스(Afterbirth)', 2017년 '애프터버스+(Afterbirth+)'에 이어, 2021년 3월 31일에는 역대 최대 규모의 확장팩 '리펜턴스 (Repentance)'가 출시됐다. 리펜턴스는 원래 유저 제작 모드였던 '안티버스(Antibirth)'를 블리자드가 아닌 니칼리스가 공식 콘텐츠로 흡수해 만든 것으로, 130개가 넘는 신규 아이템(전체 아이템 수 700개 이상), 완전히 새로운 루트와 챕터, 신규 최종 보스와 엔딩, 100종이 넘는 신규 적과 25종 이상의 신규 보스를 추가했다. 기존 캐릭터 전원의 '타락(Tainted)' 버전이 새로 추가되며 플레이 가능 캐릭터 수는 총 34명까지 늘었고, 아기가 아닌 실제 캐릭터로 함께 즐기는 4인 로컬 협동 모드도 새로 지원됐다. 2024년 11월에는 온라인 협동 플레이를 추가한 '리펜턴스+' 업데이트도 이뤄졌다.

▲ '바인딩 오브 아이작: 리펜턴스' 공식 출시 트레일러.

평가와 흥행 — 발매 이후 지금까지

비평가들의 반응도 꾸준히 우호적이었다. 메타크리틱 기준 '리버스'는 '대체로 호의적' 평가를 받았고, iOS 버전은 '보편적 찬사'까지 받았다. 원작 대비 개선된 게임플레이는 호평받았지만, 잔인한 그래픽 표현에 대해서는 지적이 따르기도 했다. 판매량 면에서도 출시 이후 순항해, 2015년 7월 기준 원작과 리버스를 합쳐 500만 장 이상이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신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는 사실은, 잘 만든 로그라이크 게임이 얼마나 긴 생명력을 가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스팀 서머세일이 끝나는 7월 9일까지, '바인딩 오브 아이작: 리버스'가 한 번 더 자체 기록을 새로 쓸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