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애니메이션·게임 축제 'AGF 2026'이 개막을 두 달 앞두고 논란에 휩싸였다. AGF 조직위원회가 10월 6일 공식 X 계정에 올린 티저 영상에 생성형 AI가 쓰였기 때문이다. 영상 하단에는 "본 영상은 AI를 활용하여 제작되었습니다"라는 문구가 작게 표기돼 있었다. 인벤은 애니메이션 팬 커뮤니티의 반응이 싸늘하다고 전했고, 지난해 조직위가 'AGF는 사람 중심의 축제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발언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10월 7일 오후 3시 50분 기준으로 조직위의 공식 입장은 확인되지 않았다.

10월 6일 공식 X 계정에 올라온 티저 영상

서울코믹월드 행사장 내부, 부스와 관람객이 가득한 넓은 전시장
▲ 2023년 12월 서울코믹월드 행사장 풍경. AGF와 무관한 국내 서브컬처 행사의 일반 사진이다.

논란의 출발점은 AGF 조직위원회가 지난 6일 공식 X 계정에 올린 'AGF 2026' 티저 영상이다.

영상에 생성형 AI가 쓰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SNS와 커뮤니티에서 실망 섞인 반응이 이어졌다.

영상 하단에는 "본 영상은 AI를 활용하여 제작되었습니다"라는 문구가 작게 들어 있다.

즉 AI 사용 자체가 숨겨져 있었던 것은 아니다.

루리웹 커뮤니티에도 같은 날 'AI 사용으로 말 나온 AGF 티저 영상'이라는 글이 올라왔고, 글쓴이는 "다른 곳도 아니고 너희가 그러면 안 된다"는 취지로 아쉬움을 드러냈다.

댓글에서는 AGF의 'A'가 AI였느냐는 농담도 나왔다.

다만 영상의 어느 장면이나 요소(그림, 움직임, 음악 등)에 AI가 어느 정도 쓰였는지는 인벤 보도에서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논란이 된 영상은 저작권 문제로 이 기사에 싣지 않았다.

'사람 중심'은 슬로건이 아니라 지난해 간담회 발언

전시장 입구 통로에 부스와 관람객이 늘어선 모습
▲ 국내 전시회장의 통로 풍경(2017년 'K-뷰티 엑스포 코리아'). AGF와 무관한 일반 사진이다.

이번 논란에서 자주 인용되는 '사람 중심'은 행사의 공식 슬로건이 아니라 지난해 조직위 관계자의 발언이다.

'AGF 2025' 개최에 맞춰 열린 간담회에서 AGF 조직위원회 소속인 김기남 대원미디어 상무는 AI를 두고 "논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고 말했다.

더게이트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원천적인 스토리는 AI가 못 쫓는다"고 강조했고,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에서는 '사람 중심'의 축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플레이포럼 보도에는 같은 취지의 발언이 조금 더 길게 실렸다.

"AI는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고 제작 현장에서도 적극 활용 중"이라면서도 "게임과 애니메이션의 핵심인 '원천 스토리'가 주는 감동과 따뜻함은 여전히 사람의 영역"이라는 내용이다.

이 발언만 보면 조직위는 AI를 제작 현장에서 쓴다는 점을 숨기지 않았고, 선을 그은 대상은 '스토리가 주는 감동'이었다.

다만 인벤은 개막을 두 달 앞두고 올해 행사의 첫 홍보물을 AI 영상으로 내놓은 점이 이 발언과 대비된다고 지적했다.

팬들이 문제 삼는 지점 — 표기보다 '선택'

서울코믹월드 앞에서 여러 캐릭터 코스튬을 입은 참가자들이 모여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 2013년 10월 서울코믹월드 앞 코스튬 참가자들. AGF와 무관한 일반 사진이다.

인벤이 전한 팬 반응의 핵심은 AI 사용을 알렸느냐가 아니라 AI를 썼다는 사실 자체다.

행사 이름에 애니메이션을 내걸고서 애니메이션 팬 대부분이 AI에 거부감이 있다는 점을 몰랐겠느냐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다른 곳도 아닌 AGF가 그래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적지 않은 티켓값을 받으면서 홍보 영상은 AI로 때웠느냐는 불만도 나왔다.

인벤은 AGF의 주 고객이 일러스트레이터와 애니메이터의 작업물을 좋아해 지갑을 여는 팬이며, 생성형 AI의 무단 학습과 창작자 일자리 문제에 가장 민감한 집단이라고 짚었다.

팬덤이 AI 결과물에 반발하는 구도는 최근 게임업계에서 반복돼 왔다.

넥슨은 던전앤파이터 이벤트에서 AI 활용을 이벤트 페이지에 먼저 밝혔는데도 결과물의 완성도가 도마에 올랐고, 시프트업의 '이비' PV는 전 과정이 AI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팬덤 반응이 갈렸다.

이번 사안은 게임사가 아니라 팬 행사의 주최 측이 AI를 택했다는 점이 다르다.

표시 의무를 둘러싼 법적 논의는 AI 기본법과 게임업계 표기 문제 쪽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번 영상이 표시 의무 대상인지에 대한 판단은 확인되지 않았다.

AGF 2026 개요와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

AGF 2026은 12월 4일부터 6일까지 사흘간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 제1전시장 1~5홀에서 열린다.

주최는 애니플러스, 대원미디어, 소니뮤직솔루션즈, 디앤씨미디어다.

지난해 AGF 2025는 공식 관람객 10만518명으로 전년보다 40% 늘며 처음 10만 명을 넘겼다.

6월에 공개된 올해 키비주얼에는 공식 캐릭터 '사야'가 '페스티벌 내비게이터'를 맡아 관람객을 안내하는 모습이 담겼다.

다만 이 키비주얼의 제작 방식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보도된 바 없다.

조직위가 티저 영상의 AI 사용 범위를 설명하거나 사과·수정에 나섰다는 보도는 확인되지 않았다.

티켓 가격과 판매 일정도 이번 보도에서는 확인하지 못했다.

조직위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이후 홍보물을 어떻게 만들지가 이번 논란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