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원작 영화 중에서 가장 조심스럽게 다뤄지는 프로젝트를 꼽으라면 단연 '젤다의 전설'이다. 원작이 40년 가까이 쌓아온 세계관이 워낙 두터운 데다, 미야모토 시게루가 제작자로 직접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지난 4월 촬영을 마쳤고, 개봉일은 2027년 4월 30일로 확정됐다.
감독의 목표는 '실사판 미야자키 하야오'
연출은 웨스 볼이 맡는다. '메이즈 러너' 시리즈와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를 만든 감독이다.
그가 인터뷰에서 반복적으로 언급한 목표는 뜻밖에도 다른 장르다. 실사로 구현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미감이다.
젤다 시리즈, 특히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이후의 작품들이 지브리 애니메이션과 정서적으로 맞닿아 있다는 평가는 오래됐다. 광활한 자연, 폐허가 된 문명, 그 안을 조용히 걷는 소년.
지난해 공개된 첫 스틸은 그 방향을 그대로 보여준다. 초록 언덕 위에 링크와 젤다가 앉아 있는 장면 하나로 톤이 정해졌다.
공개된 스틸에서 두 배우 모두 하일리안 특유의 뾰족한 귀를 달았다. 젤다는 '야생의 숨결' 계열의 푸른 의상에 활과 화살통을, 링크는 '황혼의 공주' 쪽에 가까운 짙은 녹색 튜닉과 가죽 장구를 착용했다. 왕실 복식과 실전 장비 사이의 균형을 노린 디자인이다.
각본은 데릭 코널리가 썼다.
'실사판 미야자키'가 무슨 뜻인가 — 라퓨타와 나우시카를 떠올려보면
감독이 내건 목표를 조금 더 풀어보면 왜 이 비교가 나왔는지 분명해진다.
'천공의 성 라퓨타'에는 이끼로 뒤덮인 채 폐허 정원에 서 있는 로봇 병사가 나온다. 한때 하늘을 지배한 문명의 병기가 이제는 새와 다람쥐 사이에 조용히 서 있는 장면이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아예 무너진 세계 위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인간이 망친 땅을 자연이 천천히 되돌리는 과정 자체가 배경이다.
'야생의 숨결' 이후의 젤다가 정확히 같은 구도를 쓴다. 백 년 전 멸망한 하이랄, 폐허가 된 사당과 신수, 그 위를 조용히 걷는 소년.
즉 웨스 볼이 말한 '실사로 옮긴 미야자키 하야오'는 그림체를 흉내 내겠다는 뜻이 아니다. 망가진 문명과 그것을 덮은 자연을 같은 화면에 놓는 방식, 그리고 그 안에서 인물을 작게 그리는 태도를 가져오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참고로 이 이미지들은 스튜디오 지브리가 "상식의 범위 안에서 자유롭게 써 달라"며 공식 배포한 장면 사진이다.
의상은 어느 작품에서 가져왔나 — '야생의 숨결'과 '황혼의 공주'
영화의 의상은 특정 게임 한 편을 그대로 옮긴 게 아니다. 두 작품에서 따로 가져왔다.
젤다의 푸른 의상은 '야생의 숨결' 계열이다. 왕실 복식의 격식을 유지하면서도 활과 화살통을 메고 움직일 수 있는, 실전 가능한 형태로 정리됐다.
링크는 반대로 '황혼의 공주' 쪽에 가깝다. 밝은 청록색이 아니라 짙고 어두운 녹색 튜닉에 가죽 장구를 두른 차림이다. 시리즈에서 가장 사실적인 톤으로 꼽히는 작품이라, 실사화에 옮기기에 가장 저항이 적은 선택이기도 하다.
두 작품을 섞은 이유는 짐작할 만하다. '야생의 숨결' 이후 시리즈를 접한 이용자에게는 익숙한 실루엣을 주면서, 실사 화면에서 어색해지기 쉬운 부분은 '황혼의 공주'의 사실적인 질감으로 눌렀다.
웨스 볼 감독이 말한 '실사판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목표와도 어긋나지 않는다. 광활한 자연과 폐허가 된 문명이라는 '야생의 숨결'의 화면 구성 자체가 이미 그 정서와 겹치기 때문이다.
캐스팅 — 신인 두 명을 세웠다
닌텐도는 2025년 7월 주연 배우를 공식 발표했다.
젤다 역은 보 브래거슨, 링크 역은 벤저민 에번 아인스워스다. 대형 스타를 앉히는 대신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배우를 기용했다.
이 선택은 의도가 뚜렷하다. 링크는 원작에서 대사가 거의 없는 캐릭터다. 배우 개인의 이미지가 강하면 오히려 몰입을 방해한다.
제작진에는 미야모토 시게루와 함께 아비 아라드가 이름을 올렸다. 마블 영화화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 항목 | 내용 |
|---|---|
| 감독 | 웨스 볼 |
| 각본 | 데릭 코널리 |
| 젤다 | 보 브래거슨 |
| 링크 | 벤저민 에번 아인스워스 |
| 제작 | 미야모토 시게루 · 아비 아라드 · 웨스 볼 · 조 하트윅 주니어 |
| 촬영 종료 | 2026년 4월 |
| 개봉 | 2027년 4월 30일 |
▲ 실사영화 '젤다의 전설' 주요 정보
가논돌프와 임파, 그리고 샘 닐의 마지막 출연작
주연 두 명 외에 조연 배역도 상당 부분 공개됐다.
시리즈 최대 악역 가논돌프는 우리 라투케푸가 맡는다. 젤다의 호위이자 조언자인 임파 역에는 '세브란스'와 '쥬라기 월드' 시리즈로 알려진 디첸 라크만이 캐스팅됐다.
이본 스트라호브스키도 합류했지만 배역은 공개되지 않았다.
무겁게 다뤄야 할 이름도 있다. 샘 닐이다. 그는 지난 7월 13일 세상을 떠나기 전 촬영을 마쳤고, 이 작품이 사실상 마지막 출연작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배역은 공개되지 않았으며, 팬들 사이에서는 젤다의 아버지인 하이랄 국왕 로암을 맡았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여기에 사마라 위빙의 합류설이 8월 초 보도됐다. 다만 소니와 닌텐도 어느 쪽도 공식 확인하지 않았고, 배역 역시 알려지지 않았다. 여신 하일리아라는 관측이 돌지만 근거가 확인된 정보는 아니다.
| 배우 | 배역 |
|---|---|
| 보 브래거슨 | 젤다 |
| 벤저민 에번 아인스워스 | 링크 |
| 우리 라투케푸 | 가논돌프 |
| 디첸 라크만 | 임파 |
| 이본 스트라호브스키 | 미공개 |
| 샘 닐 | 미공개 |
| 사마라 위빙 | 보도 기준 합류설 (공식 확인 전) |
▲ 실사영화 '젤다의 전설' 캐스팅 현황
일정은 세 번 바뀌었다
개봉일은 처음부터 확정적이지 않았다.
당초 2027년 3월 26일로 잡혔던 일정이 5월 7일로 밀렸다가, 다시 4월 30일로 일주일 앞당겨졌다. 지금까지 발표된 것 중 가장 이른 날짜다.
마지막 조정은 미야모토 시게루가 직접 자신의 소셜 계정을 통해 알렸다. 배급사가 아니라 원작자가 발표했다는 점에서, 닌텐도가 이 프로젝트를 얼마나 자사 사안으로 다루는지가 드러난다.
중요한 건 촬영이 이미 끝났다는 점이다. 후반 작업만 남은 단계에서 일정을 앞당겼다는 것은 제작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극장 다음은 넷플릭스 — 18개월 독점
스트리밍 행선지도 이미 정해져 있다.
넷플릭스와 소니 픽처스가 2026년 1월 체결한 글로벌 계약에 이 영화가 포함됐다. 소니 영화가 극장과 VOD를 거친 뒤 첫 스트리밍 창구, 이른바 '페이-1' 구간을 넷플릭스가 가져가는 구조다.
독점 기간은 18개월이다. 그 이후에는 디즈니 쪽으로 넘어간다.
개봉일이 2027년 4월 30일인 만큼, 넷플릭스 공개는 이르면 2027년 여름 후반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지역별로 권리가 열리는 시점이 달라 전 세계 동시 공개는 아니다.
닌텐도는 '슈퍼 마리오' 영화로 이미 10억 달러 흥행을 경험했다. 다만 마리오가 가족 애니메이션이었던 것과 달리, 젤다는 실사 판타지다. 성공 공식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 영역에서의 첫 시도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