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box 최고콘텐츠책임자(CCO) 매트 부티(Matt Booty)가 9월 22일(현지시간) 팀 전체에 보낸 내부 메모 "Continuing Our Reset(계속되는 리셋)"을 공식 블로그 Xbox Wire에 게재했다. 이번 조치로 268명이 회사를 떠나게 됐고, Xbox 산하 스튜디오 조직도 전면적으로 재편된다. 가장 파장이 큰 대목은 헤일로다. 차기 헤일로 신작은 콜 오브 듀티를 만드는 액티비전 산하에 새로 꾸려지는 팀이 개발한다. 헤일로 스튜디오(옛 343 인더스트리)에는 커뮤니티 지원과 기존 게임 운영을 담당할 소규모 팀만 남는다. 이번 발표는 어제(9월 22일 KST 기준 전날) 루머 단계로 전해졌던 "2차 감원설"이 공식 확정된 것이다. 다만 단순 감원을 넘어 월즈엣지·레어의 액티비전 편입, 옵시디언의 베데스다 편입, 플레이그라운드 게임즈와 턴10의 통합, 닌자 씨어리 폐쇄 논의까지 — Xbox 퍼블리싱 구조 전체가 다시 짜이는 수준의 개편이다.
헤일로, 액티비전 산하로 — IP 이전이 아니라 '개발팀 이관'
영상: Xbox 유튜브 채널
부티는 메모에서 "차기 헤일로 개발은 콜 오브 듀티의 기존 개발 및 계획과는 별개로, 새롭게 꾸려지는 전담팀이 주도한다"고 밝혔다. 헤일로라는 지식재산권(IP) 자체가 액티비전으로 팔리거나 소유권이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마이크로소프트·Xbox 브랜드의 퍼스트파티 IP로 남는다.
달라지는 건 개발 조직이다. 2001년 오리지널 Xbox 출시와 함께 시작된 헤일로 시리즈는 번지, 이후 343 인더스트리(현 헤일로 스튜디오)가 20년 넘게 개발을 맡아왔다. 그런데 차기작부터는 이 역할이 액티비전 산하 신설팀으로 넘어간다. 헤일로 스튜디오에는 커뮤니티 지원과 기존 출시작 운영을 담당할 소규모 인력만 남는다.
공교롭게도 헤일로 스튜디오는 불과 두 달 전인 7월 28일 시리즈 최초로 플레이스테이션에 상륙한 '헤일로: 캠페인 이볼브드'를 출시했다. 다만 이 작품은 메타크리틱 82점으로 시리즈 역대 최저 리뷰 점수를 받은 바 있다. 신작 개발 주체가 액티비전으로 넘어가는 이번 결정이 이런 성적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콜 오브 듀티와 헤일로, 마이크로소프트 게임 사업의 양대 슈팅 프랜차이즈가 사실상 같은 지붕 아래서 만들어지는 셈이다. 액티비전이 슈팅 장르 노하우를 헤일로에도 이식하겠다는 의도로 읽히지만, 반대로 헤일로 고유의 정체성이 옅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268명 추가 감원 — 3,200명 계획의 4분의 3 지점
이번에 잘려나간 268개 직무는 헤일로 스튜디오를 비롯한 여러 퍼스트파티 스튜디오, 그리고 Xbox 게임 스튜디오(XGS)의 관리·중앙 기능 조직에 걸쳐 있다. 7월 발표됐던 1,600명 감원에 이은 후속 조치로, 두 차례 감원을 합치면 누적 인원은 1,900명 안팎에 이른다.
Xbox는 지난 7월 2027 회계연도가 끝나기 전까지 최대 3,200명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번 발표로 그 계획은 약 4분의 3 지점까지 진행된 셈이다. Xbox 스스로도 이번 조치를 "이전에 발표한 구조조정의 약 4분의 3 지점"이라고 표현했다.
부티는 메모에서 "동료들이 쌓아온 것에 깊이 감사하며, 오늘이 떠나는 이들과 그 주변 팀에게 얼마나 힘든 하루일지 잘 알고 있다"고 적었다. 정례적인 위로의 문구지만, 같은 조직에서 두 달 사이 두 번째로 반복되는 감원 발표라는 점에서 내부 동요는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월즈엣지·레어는 액티비전으로, 캐주얼 게임은 King으로
액티비전의 관할 범위 확대는 헤일로에서 끝나지 않는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시리즈를 만드는 월즈엣지와 '시 오브 시브즈'를 만드는 레어도 이번 개편으로 액티비전 산하에 편입된다. 전략·어드벤처 등 장르가 서로 다른 스튜디오들이 콜 오브 듀티 퍼블리셔 밑으로 한데 모이는 구조다.
캐주얼 게임 쪽도 재편 대상이다. 모바일 퍼즐 '캔디 크러쉬'로 유명한 King이 마이크로소프트 캐주얼 게임즈(Microsoft Casual Games) 조직을 흡수한다. 캐주얼·모바일 게임 리더십을 King으로 일원화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결국 액티비전-블리자드-King(ABK)이라는 인수 당시의 큰 틀 안에서, 액티비전은 슈팅·전략 IP를, King은 캐주얼·모바일 IP를 각각 흡수하는 방향으로 마이크로소프트 게임 사업부의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는 모습이다.
옵시디언은 베데스다로, 플레이그라운드·턴10은 한 몸으로
'그라운디드', '폴아웃: 뉴 베가스' 등을 만든 옵시디언 엔터테인먼트는 베데스다 산하로 편입된다. 옵시디언은 현재 진행 중인 '그라운디드' 후속 콘텐츠와 함께, 베데스다와 함께 진행하는 새로운 폴아웃 협업 프로젝트도 그대로 이어간다고 Xbox 측은 밝혔다.
레이싱 라인업도 통합된다. '포르자 호라이즌'을 만드는 플레이그라운드 게임즈와 '포르자 모터스포츠'를 만드는 턴10 스튜디오가 하나의 스튜디오로 합쳐진다. 두 스튜디오는 10년 넘게 포르자 브랜드를 나눠 개발해온 사이로, 합병 이후에는 포르자와 페이블 두 프랜차이즈를 함께 담당하게 된다.
레이싱 두 갈래를 한 팀이 관리하게 되면 개발 리소스 효율은 높아질 수 있지만, 매년 번갈아 나오던 포르자 신작의 출시 주기나 각 스튜디오 고유의 색깔이 어떻게 유지될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닌자 씨어리, 두 번의 매각 협상 모두 무산 — 폐쇄 논의 시작
가장 뼈아픈 소식은 닌자 씨어리다. '헬블레이드: 세뉴아의 희생' 시리즈로 잘 알려진 이 스튜디오는 7월 감원 당시 매각 후보로 거론됐고, 실제로 독립을 위한 매각 협상이 두 건 진행됐다. 하지만 Xbox는 이번 메모에서 "두 건의 별도 협상이 모두 무산됐다"고 밝히며, 직원들을 대상으로 폐쇄를 전제로 한 협의 절차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같은 시기 매각 후보로 함께 거론됐던 컴펄션 게임즈와 더블 파인은 각각 IP와 운영 자금을 확보한 채 독립 법인으로 분리되는 데 성공했다. '스테이트 오브 디케이' 시리즈의 언데드 랩스 역시 순조롭게 전환을 마쳐, '스테이트 오브 디케이 3'는 출시 당일 게임패스 라인업에 포함될 예정이다. 같은 매각 후보군 안에서도 스튜디오별로 결과가 크게 갈린 셈이다.
다크 판타지 액션 '아케인' 개발사 아케인 스튜디오도 비슷한 처지다. 다만 아케인은 아직 폐쇄 절차에 들어가지 않았고, 연말까지 매각·독립을 둘러싼 협상을 계속 이어간다고 Xbox는 밝혔다. 닌자 씨어리와 달리 아직 협상의 여지가 남아 있는 셈이지만, 연말이라는 시한이 정해진 만큼 낙관하기는 이르다.
루머에서 공식 발표까지, 하루 만에 확정된 시나리오
사실 이번 조직개편의 큰 틀은 예고돼 있었다. 하루 전인 9월 22일 오전(KST), 경제매체 The Information은 Xbox가 "이번 주 안에 수백 명을 추가 감원하고 산하 스튜디오를 통폐합할 것"이라고 단독 보도했다. 당시에는 정확한 인원이나 대상 스튜디오가 확인되지 않은 소식통발 보도 단계였다.
이번 Xbox Wire 공식 메모는 그 루머를 사실상 그대로 확정하면서, 한발 더 나아가 헤일로의 개발 주체 변경이라는 구체적인 사실까지 공개했다. 루머 단계에서는 "헤일로 스튜디오가 ABK 산하로 옮겨질 수 있다"는 관측 정도였지만, 실제로는 헤일로 스튜디오 조직 자체가 아니라 차기작 개발권이 액티비전 신설팀으로 넘어가는 형태로 구체화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3년 687억 달러를 들여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했다. 3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그 인수로 커진 조직을 다시 줄이고 재배치하는 동시에 오리지널 Xbox 시절부터 이어온 대표 IP의 개발 주체까지 바꾸는 결정을 내린 셈이다.
남은 질문들
헤일로 신설팀에 구체적으로 누가 합류하는지, 헤일로 스튜디오에 남는 인력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월즈엣지·레어·옵시디언·플레이그라운드·턴10 등 편입 대상 스튜디오들의 수장 체계가 어떻게 재편되는지도 향후 발표를 지켜봐야 한다.
가장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아케인의 운명이다. 닌자 씨어리와 비슷한 상황에서 출발했지만 아직 협상 여지가 남아 있는 만큼, 연말까지 나올 추가 소식에 따라 이번 개편의 최종 그림이 완성될 전망이다.
3,200명 감원 계획의 약 4분의 3이 채워진 지금, 남은 4분의 1이 언제 어떤 형태로 현실화될지도 미지수다. 다만 두 달 사이 두 차례 대규모 발표가 이어진 만큼, Xbox의 '리셋'이 이번 발표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은 충분히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