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다이남코가 PC로 낸 적 없는 '철권 6'를 팬이 PC에서 돌아가게 만들었고, 여기에 롤백 넷코드와 온라인 서버까지 붙였다. 이 비공식 프로젝트 'Tekken6 Native Online'이 격투 게임 커뮤니티를 둘로 갈랐다. 일본 쪽에서는 '해적판'이자 저작권 침해라는 반응이 나왔고, 서구 쪽에서는 공식 수단이 없는 옛 게임을 살려 낸 보존 활동이라는 반응이 많다. 12일 공개 이후 반다이남코의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아래는 프로젝트의 구조와 양쪽 주장, 확인되지 않은 부분을 나눠 정리한 내용이다.
무엇이 나왔나 — 에뮬레이터가 아니라 '재컴파일'
프로젝트 이름은 'Tekken6 Native Online'이다. 한국시간 12일 공개됐고, 체코 개발자로 알려진 Ekspym이 만들었다.
인벤글로벌 보도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Xbox 360판 철권 6의 프로그램 코드를 PC용으로 다시 컴파일해 윈도우에서 직접 실행한다. 엑스박스 360을 흉내 내는 에뮬레이터 방식이 아니다.
재컴파일 작업은 다른 개발자가 9월에 공개한 프로젝트를 토대로 한다. 이 개발자는 IGN 보도에서 Yuzinator라는 이름으로 소개됐다.
Ekspym은 이달 초 PS3판을 RPCS3 에뮬레이터로 돌리며 롤백 넷코드를 붙인 버전도 먼저 내놓은 적이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그 다음 단계에 해당한다.
추가된 기능은 롤백 넷코드, 공개·비공개 로비, 직접 대전, 랭크전, 레이팅과 순위표다. 제너레이션 아미가는 60fps 목표와 컨트롤러 지원, 연습 모드의 프레임 데이터 표시도 소개했다.
이름에 '네이티브'가 붙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콘솔을 통째로 흉내 내지 않고 게임 코드를 윈도우용으로 옮겨 직접 돌리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제너레이션 아미가에 따르면 대전 플레이에 초점을 맞춘 프로젝트라서 시나리오 캠페인 같은 원작의 모든 모드가 들어 있지는 않다. IGN은 스토리 모드도 플레이할 수 있다고 전해 매체별 설명이 엇갈린다.
IGN은 15일 기준 내려받기가 4,547회 기록됐고, 17일 기준 이용자는 1만 명을 넘었다고 전했다.
게임 데이터는 들어 있나 — 'ISO는 직접 준비'
인벤에 따르면 배포 패키지에는 게임 데이터가 들어 있지 않다. 이용자가 자기 Xbox 360판 디스크 이미지를 넣으면 이용자의 PC에서 코드를 변환하고 컴파일하는 구조다.
IGN이 인용한 프로젝트 설명서에는 이 패키지에 PS3 펌웨어도, 게임도 들어 있지 않다고 적혀 있다. 이용자가 자기 디스크 이미지를 직접 구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구조가 법적으로 어떤 의미인지는 이 기사에서 판단하지 않는다. 다만 에셋을 직접 배포하지 않는다는 점이 서구 지지자들이 내세우는 핵심 논거 중 하나다.
이 기사는 프로젝트 배포 주소와 설치 방법을 싣지 않는다.
| 지표 (한국시간 12~17일) | 수치 |
|---|---|
| 생성된 계정 | 9,574개 |
| 실제 대전 이용자 | 6,044명 |
| 대전 횟수 | 111,052판 |
▲ 인벤글로벌이 전한 프로젝트 이용 현황. IGN은 17일 기준 이용자가 1만 명을 넘었다고 별도로 보도했다.
일본의 반응 — '해적판', '선을 넘었다'
영상: Bandai Namco Entertainment America 유튜브 채널
가장 큰 파장을 낸 사람은 일본의 프로게이머 도구라(노자키 료)다. 18일 X에 올린 글이 이틀 만에 조회수 1,170만 회를 넘었다고 인벤글로벌은 전했다.
IGN이 옮긴 번역을 보면 그는 이 프로젝트를 '해적판'이라 부르며 선을 너무 넘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점이 소름 끼친다는 취지였다.
도구라는 '블레이블루', '길티기어', '스트리트 파이터' 등에서 활동해 온 선수다. 근본적인 가치관과 도덕관이 이만큼 다르면 대화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올바른 대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격투 게임 개발사 아리카의 미하라 이치로 부사장도 같은 날 오후 글을 올렸다. 인벤에 따르면 미하라 부사장은 '철권 8'의 대전 네트워크 코드 자문을 맡았던 인물이다.
인벤글로벌 보도에 따르면 그는 개인 정보를 드러낸 계정으로 무단 복제와 권리 침해를 옹호하는 사람이 있다는 데 놀라워했다.
또 자신이 '아랑전설 시티 오브 더 울브스'의 넷코드를 멋대로 만들어 권리자 허락 없이 공개하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되물었다.
IGN이 소개한 일본 이용자 Higemura의 글은 걱정에 가깝다. 플레이어와 돈이 비공식 서비스로 흘러가면 정식 서비스가 끊기고 시리즈가 끝날 수 있다는 취지다.
이 이용자는 철권 6를 좋아하는 마음은 이해한다면서도 철권 6 같은 새 격투 게임을 만들라고 했다. 지금은 반다이남코의 자산과 잠재 고객을 허락 없이 빼앗고 있다는 주장이다.
IGN은 일부 일본·한국 이용자가 이 프로젝트를 매우 극단적인 범죄에 빗대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반면 일본 이용자 중에도 이런 시각에 반박하는 사람이 있으며, 프로 선수가 크랙된 아케이드 기판을 쓰는 사례를 지적한 글이 있었다고 한다.
다만 이 조회수와 두 사람의 발언은 인벤·IGN 보도를 통해 확인한 것이며, X 원문을 직접 열어 대조하지는 못했다.
서구의 반응 —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다'
서구권 반응의 큰 줄기는 반다이남코가 철권 6의 PC판도, 롤백 넷코드를 얹은 재출시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IGN은 이 논란이 철권 8의 현재 상태를 둘러싼 이야기로도 번졌다고 전했다. 두 게임 중 철권 6를 더 좋아한다는 이용자가 적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IGN이 소개한 한 이용자는 정당하게 게임을 지원하려 해도 이 지역에서는 살 수조차 없다고 항변했다. 쓰레기통의 낡은 자전거를 고쳐 쓰는 것이 도둑질이냐는 비유도 들었다.
다른 이용자는 중고 시장에서 사 봐야 개발사에는 한 푼도 가지 않는데, 왜 중고 구매가 더 도덕적이냐고 되물었다.
인벤에 따르면 이용자가 게임 파일을 직접 마련해야 하므로 매출을 빼앗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나왔다.
철권 채널 'That Blasted Salami' 진행자 아리야 타예비는 합법성과 도덕성은 별개 문제라고 짚었다. 다만 복제 방지 우회나 저작권 있는 코드의 재컴파일은 일본에서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인정했다.
제작자와 반다이남코 — 내리겠다는 조건부 약속
Ekspym은 17일 밤 글에서 이 온라인 기능을 사람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 만들었다고 밝혔다.
인벤에 따르면 그는 반다이남코가 원하지 않는다고 하거나 공식 온라인 서비스가 생기면 즉시 내리겠다고 했다.
X 팔로워가 20명뿐이던 시절 같이 할 사람 몇 명을 찾으려고 올린 것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같은 글에서 그는 AI로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결과물을 나쁘게 보는 시선에 반박했다. AI는 도구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인벤은 반다이남코가 기사 작성 시점까지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고 전했다. IGN도 아직 반다이남코의 조치가 없다고 보도했다. 20일 오후 이 기사를 쓰는 시점에 확인된 보도에서도 새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프로젝트는 내려가지 않았고 한국시간 20일 새벽까지 업데이트가 이어졌다. 이후 상황은 확인하지 못했다.
철권 6는 지금 어디서 하나 — 공식 수단의 공백
영상: BANDAI NAMCO Europe 유튜브 채널
영상: Bandai Namco Entertainment America 유튜브 채널
인벤에 따르면 철권 6는 2009년 PS3와 Xbox 360으로 나왔고 PC 정식 출시는 없다.
제너레이션 아미가에 따르면 철권 6는 2007년 일본 아케이드에서 먼저 나온 뒤 2009년 10월 PS3와 Xbox 360으로 발매됐다.
콘솔판은 아케이드판 '블러드라인 리벨리언'을 확장한 구성이다. 전투 중 체력이 떨어지면 공격이 강해지는 '레이지'와 상대를 바닥에 튕겨 콤보를 잇는 '바운드' 시스템이 이 시기에 도입됐다.
넘버링 타이틀의 PC 출시는 2017년 '철권 7'부터다. Xbox 360판은 2017년 1월 Xbox One 하위 호환 목록에 들어갔다.
2023년에는 PSP판이 PS4·PS5용 클래식 타이틀로 나왔지만 멀티플레이는 지원하지 않는다. 롤백 넷코드로 온라인 대전을 즐길 공식 수단은 지금도 없다.
현행작인 철권 8은 시즌 3 콘텐츠를 준비 중이다. 일정은 철권 8 시즌 3 일정 기사에 있다.
디컴파일·재컴파일 흐름 속에서 — 선례와 남은 질문
이번 논란은 최근 게임 디컴파일·재컴파일 흐름과 맞닿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런 실험을 맡을 조직을 만든 배경은 엑스박스 랩스 기사에 정리돼 있다.
인벤은 선례도 짚었다. 닌텐도는 2020년 디컴파일 코드를 기반으로 한 슈퍼 마리오 64 비공식 PC 포트에 삭제를 요청했다.
2024년에는 닌텐도가 스위치 에뮬레이터 유즈 개발사와 소송을 합의했고, 개발사가 240만 달러를 지급하고 개발을 멈췄다. 일본에서는 2021년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세이브 데이터를 개조해 판 남성이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사례도 있다.
한편 디컴파일 작업을 추적하던 사이트 decomp.dev가 15일 폐쇄를 알렸다는 보도도 나왔다. 404 미디어에 따르면 운영자는 AI 덕분에 디컴파일이 쉬워지면서 커뮤니티 협업 구조가 깨졌다고 설명했다. 철권 6 프로젝트와의 직접 관련은 확인되지 않았다.
결국 남은 질문은 반다이남코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다. 삭제 요청을 할지, 공식 온라인 수단을 내놓을지, 침묵을 이어갈지는 아직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