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시프트업 대표가 도쿄게임쇼(TGS) 2026 기간 국내 취재진과 만나, '스텔라 블레이드' 개발 당시의 뒷이야기를 털어놨다. 요지는 간단하다. 회사가 월급을 3개월치밖에 지급할 수 없을 만큼 자금난에 시달리던 시절, 투자를 받기 위해 여러 곳을 찾아다녔지만 국내 투자사와 대형 퍼블리셔들은 하나같이 거절했다는 것이다. 지금은 누적 판매 610만 장을 넘기고 시프트업을 코스피 상장사로 만든 이 작품이, 한때는 회사 안팎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한 '리스크'였다는 이야기다.

"많은 투자사가 리스크라고 했다" — TGS 2026서 나온 발언

이 발언이 나온 건 9월 18일,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멧세 인근 호텔에서였다. 김형태 대표는 TGS 2026 일정으로 방일해 국내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스텔라 블레이드' 스위치2판과 신작 소식을 전하던 중 개발 초기의 어려움을 회고했다.

김 대표는 "스텔라 블레이드를 개발할 당시 회사가 월급을 3개월 정도밖에 지급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를 받기 위해 여러 곳을 찾아갔는데 많은 투자사와 큰 사업자들은 '스텔라 블레이드'가 회사의 가치가 아니라 리스크라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정확히 몇 곳에서 거절당했는지 구체적인 숫자는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손익분기점을 맞추지 못할 것이 뻔한데 왜 이런 게임을 만드느냐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는 발언으로 미뤄보면, 한두 곳이 아니라 연이은 거절이었다는 뉘앙스가 강하다.

"포기하면 회사 가치를 더 쳐주겠다" — 투자자들이 원한 건 MMORPG

스텔라 블레이드 게임플레이 스크린샷 - 이브가 유리창 너머로 오로라가 떠 있는 노을 진 폐허 행성을 바라보며 서 있는 모습
▲ 투자자들이 원한 건 '스텔라 블레이드' 같은 콘솔 액션이 아니라, 당장 수익이 나는 MMORPG였다. 사진: 시프트업

더 눈에 띄는 대목은 투자자들이 내민 조건이다. 김 대표는 "오히려 이 게임을 포기하고 다른 프로젝트를 하면 회사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해주겠다는 투자자도 있었다"고 전했다.

다른 인터뷰에서는 이 '다른 프로젝트'가 무엇이었는지도 구체적으로 언급됐다. 투자자들이 원한 건 MMORPG였다. 당시 국내 게임 투자 시장에서 검증된 수익 모델로 통하던 장르로 갈아타면 회사 가치를 더 높게 쳐주겠다는 제안이었던 셈이다.

시프트업은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니케를 통해 모바일 시장에서 이미 성과를 냈던 회사가, 굳이 리스크가 큰 콘솔 액션 신작을 완주하는 쪽을 택한 것이다. 김 대표는 한국에서 이런 규모의 콘솔 게임을 개발하는 것 자체에 회의감을 느낀 시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전환점이 된 소니의 선택

'스텔라 블레이드'는 원래 2019년 PS5 공개 행사에서 '프로젝트 이브'라는 이름으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작품이다. 국내 투자자들이 등을 돌린 동안, 정작 이 프로젝트의 가능성을 알아본 건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였다.

당시 SIE 월드와이드 스튜디오 총괄이었던 요시다 슈헤이가 프로토타입 단계의 '프로젝트 이브'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이는 정식 퍼블리싱 계약으로 이어졌다. 국내에서 문전박대당하던 프로젝트가, 해외 퍼블리셔의 손을 거쳐 PS5 독점작으로 방향을 잡은 셈이다.

김 대표는 결국 "개발을 끝까지 마쳤고, 그 선택이 옳았다는 걸 증명해준 건 유저들이었다"며 당시 회사의 결정을 지지해준 이용자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래서 지금 '스텔라 블레이드'의 성적표는

스텔라 블레이드 게임플레이 스크린샷 - 이브가 검을 치켜든 채 거대한 촉수 괴물과 대치하는 전투 장면
▲ 리스크로 취급받던 게임은 결국 시프트업의 간판작이 됐다. 사진: 시프트업

영상: Nintendo of America 유튜브 채널

'스텔라 블레이드'는 2024년 4월 PS5 독점으로 먼저 출시됐고, 2025년 6월 PC(스팀)판이 뒤를 이었다. PC판은 출시 3일 만에 100만 장 판매를 넘기며 화제를 모았다.

2026년 1월 기준 시프트업이 공개한 누적 판매량은 610만 장이다. 플랫폼별로는 플레이스테이션이 약 370만 장, 스팀이 약 240만 장을 차지한다. 스팀 누적 매출은 1억 달러를 넘어섰고, 최근 1년간 핵 앤 슬래시 장르에서 판매량·매출 양쪽 모두 1위를 기록했다.

회사 자체의 성장도 뚜렷하다. 시프트업은 2024년 7월 11일 코스피에 상장했다. 공모가는 6만 원, 상장 당시 예상 시가총액은 3조 4,815억 원에 달했다. 투자를 거절당하던 개발사가 불과 몇 년 만에 국내 게임업계 시가총액 상위권 상장사로 올라선 것이다.

'스텔라 블레이드'의 행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컴플리트 에디션의 닌텐도 스위치2판이 11월 6일 출시를 앞두고 있고, 후속작 '스텔라 블레이드: 블러드 레인'도 개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