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7일, 밸브가 자사 거실용 게이밍 PC '스팀 머신'공식 윈도우 드라이버를 배포했다. 기본 운영체제인 SteamOS 대신 윈도우 10 또는 윈도우 11을 직접 설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 설치 과정에서 SteamOS가 통째로 사라지고, 두 운영체제를 동시에 쓰는 듀얼부트는 아직 지원하지 않는다.

어떤 드라이버가 포함됐나 — GPU부터 컨트롤러 햅틱까지

밸브가 공식 지원 페이지에 올린 드라이버 패키지에는 그래픽, Wi-Fi, 블루투스, SD카드리더 드라이버가 포함된다. 여기에 칩셋 드라이버와 오디오 드라이버, 그리고 스팀 컨트롤러를 직접 페어링했을 때의 고급 햅틱 기능을 위한 전용 드라이버까지 갖췄다. 지원 운영체제는 윈도우 10 22H2윈도우 11 24H2(둘 다 64비트 전용)다.

설치는 어떻게 하나 — 그리고 치명적인 함정

스팀 머신 전면·후면 입출력 포트 구성도
▲ USB-A/C, DisplayPort, HDMI, 이더넷, microSD 등 스팀 머신의 입출력 구성. 이번 드라이버들이 이 포트들을 윈도우에서 온전히 쓸 수 있게 해준다. ⓒ Valve

설치 방법 자체는 어렵지 않다. 드라이버 zip 파일을 내려받아 압축을 푼 뒤 각 설치 파일을 하나씩 실행하거나, 밸브가 함께 제공하는 배치 스크립트로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다만 설치 도중에는 Wi-Fi 드라이버가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반드시 이더넷 케이블로 연결해야 한다. 부팅 메뉴에 진입하려면 완전히 껐다가 다시 켠 뒤 Esc 키를 연타하면 된다.

⚠️ 설치 전 반드시 알아야 할 점

· 윈도우를 설치하면 SteamOS가 완전히 삭제된다 — 되돌리려면 재설치 필요
· 현재 듀얼부트는 지원하지 않는다 — 두 OS를 동시에 유지할 방법 없음
· 설치 중에는 이더넷 연결 필수 (Wi-Fi 드라이버 미탑재 상태로 부팅)
· 밸브는 이 드라이버를 "있는 그대로(as-is)" 제공 — 공식 기술지원 없음, 문제 발생 시 커뮤니티 포럼·Steam Discussions 이용

밸브의 공식 입장 — "스팀 덱과 스팀 머신은 PC다"

책상 위에 놓인 스팀 머신
▲ 밸브는 스팀 머신을 콘솔이 아닌 "PC"로 규정하며 운영체제 선택의 자유를 강조했다. ⓒ Valve

밸브는 이번 드라이버 공개와 함께 "스팀 덱과 스팀 머신은 PC이며, 다른 애플리케이션과 운영체제를 설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스팀 머신을 폐쇄형 콘솔이 아니라 범용 PC로 규정하는 밸브의 오랜 철학이 그대로 반영된 문구다. 듀얼부트에 대해서는 "SteamOS 설치 프로그램이 준비되면 듀얼부트 마법사와 함께 제공될 것"이라고만 언급했을 뿐, 구체적인 출시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밸브가 스팀 덱에서도 이미 같은 방식으로 공식 윈도우 드라이버를 제공해온 만큼, 이번 조치는 그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왜 굳이 윈도우를 까는가 — 밴가드 안티치트 문제

"SteamOS가 있는데 왜 굳이 윈도우를 설치하나"라는 의문이 나올 법하다. Digital Trends는 이 조치를 다소 냉소적으로 바라보면서도, 실질적인 이유가 있다고 짚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리그 오브 레전드의 안티치트 프로그램 '밴가드 (Vanguard)'다. 밴가드처럼 리눅스(SteamOS의 기반)를 지원하지 않는 안티치트 소프트웨어를 쓰는 멀티플레이 게임은 SteamOS에서 아예 구동이 안 되거나 제한되는 경우가 있다. 이 밖에도 생산성 작업, 미디어 스트리밍, 일상적인 컴퓨팅 용도로 윈도우가 필요한 사용자들도 있다.

그래도 스팀OS가 더 빠르다 — 독립 벤치마크 비교

스팀 머신 후면 통풍구와 각종 케이블 연결 모습
▲ 독립 벤치마크에서는 같은 하드웨어라도 SteamOS 쪽이 더 가볍고 최적화됐다는 평가가 많다. ⓒ Valve

다만 Digital Trends는 "독립적인 비교에서 SteamOS가 많은 게임에서 윈도우보다 더 우수한 성능을 보여줬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같은 하드웨어라도 SteamOS 쪽이 더 가볍고 최적화되어 있으며, 배터리(스팀 덱 기준) 수명도 더 길다는 것이다. 즉 순수하게 게임 성능만 놓고 보면 여전히 SteamOS가 더 나은 선택이며, 윈도우 설치는 어디까지나 "SteamOS가 지원하지 않는 특정 용도"를 위한 선택지에 가깝다는 게 매체들의 공통된 평가다.

총평 — 선택의 자유, 그러나 아직은 불완전하다

스팀 머신은 지난 6월 25일 출시된 밸브의 거실용 게이밍 PC로, 6코어·12스레드의 AMD 반맞춤형 Zen 4 CPU(최대 4.8GHz)와 28개 연산 유닛의 RDNA3 기반 GPU, 16GB DDR5 메모리를 탑재했다. 512GB·2TB 저장 용량 옵션에 따라 가격은 1,049~1,428달러 선이며, 밸브는 스팀 덱 대비 6배 이상의 성능을 낸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본격적인 PC급 하드웨어이니 만큼, 윈도우 드라이버 제공은 "이것도 결국 PC"라는 밸브의 메시지를 재확인시켜주는 조치이기도 하다.

다만 지금 단계에서 윈도우 설치는 SteamOS를 완전히 포기하는 결정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듀얼부트 마법사가 정식으로 나오기 전까지는, 두 운영체제를 오가며 쓰고 싶은 사용자라면 좀 더 기다리는 편이 낫다는 것이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