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일부터 스타크래프트 공식 사이트가 이상해졌다. 페이지를 내리면 화면이 지지직거리고, 인터페이스가 깨지고, 있어서는 안 될 글자가 잠깐씩 스쳐 간다. 처음에는 단순한 오류로 보였다. 그런데 사흘이 지나도록 고쳐지지 않았고, 오히려 매일 조금씩 다른 내용이 나타났다. 블리즈컨 2026이 나흘 앞이다.

사흘 동안 사이트가 스스로 무너졌다

스타크래프트 공식 사이트 티저 진행 상황 정리
▲ 사흘에 걸쳐 조금씩 더 많은 것이 드러났다. 그래픽: GamTrend

영상: Rhykker 유튜브 채널

첫날인 9월 3일에는 화면이 깨지는 효과만 있었다. 의도된 연출인지 실제 오류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9월 5일부터 성격이 분명해졌다. 진행률 표시줄이 0에서 100까지 차오르다가 붉게 변하며 '교신 실패(Transmission Failure)'라는 문구를 띄웠다.

그리고 깨진 화면 뒤에 숨어 있던 텍스트가 드러났다. 록사라 달 광산 기지(Roxara Lunar Mining Complex)에서 오간 교신 기록이었다.

내용이 심상치 않다. 센서가 '비어 있다'고 표시하는 화물 상자의 무게가 계속 변한다. 직원들은 긁고 할퀴는 소리가 들린다고 보고한다. 일부 인원의 생체 신호는 비정상적으로 높다.

가장 서늘한 대목은 생명 반응이다. 센서에는 사람이 잡히는데 등록된 인원은 0명이다.

숫자는 날마다 달라졌다. 초기 기록에서는 생명체 14였고, 블리즈플래닛이 사흘째 해독한 기록에서는 29로 늘었다. 등록 인원은 계속 0이다.

교신 기록 곳곳에는 검게 지워진 문장과 '접근 거부' 표시가 섞여 있다. 패킷 손실률은 83%, 91%, 그리고 100%로 올라간다.

해독된 메시지는 지금까지 여덟 개로 알려졌다. 그중에는 '세타 편대(Theta Squadron)'가 록사라로 향하고 있다는 내용도 있다.

그에 앞서 화물선 한 척이 먼저 출발하는데, 실린 것은 "연구에 필수적인 물품"이며 취급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적혀 있다.

스타크래프트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 조합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좁은 폐쇄 공간, 사라진 인원, 벽 뒤에서 들리는 소리 — 저그의 문법이다.

록사라는 처음 나온 이름이 아니다

티저에 등장한 록사라 달 광산 기지(Roxara Moon Mining Complex)는 블리자드가 즉석에서 만든 지명이 아니다.

다만 어느 이야기와 이어지는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갈린다.

팬 사이트 블리즈플래닛은 2009년 만화 단편집 '스타크래프트: 프론트라인' 4권의 수록작 '피어 더 리퍼(Fear the Reaper)'의 무대를 록사라로 지목했다. 젤나가의 유물이 등장하는 이야기다.

반면 다른 분석은 '스타크래프트 2' 단편 '체인질링(Changeling)'과의 연결을 짚는다.

어느 쪽이든 공통점은 있다. 블리자드가 오래전에 한 번 쓰고 접어 둔 장소를 다시 꺼내 왔다는 것이다. 팬들이 해독에 매달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연표는 비교적 분명하다. 교신 기록의 날짜는 2575년으로, '스타크래프트 2: 공허의 유산'이 끝나는 2508년보다 약 70년 뒤다.

다만 블리즈플래닛은 이번 티저에 대해 아쉬움도 함께 적었다. 2013년 블리자드가 진행했던 대체현실게임 '프로젝트 블랙스톤'에 비하면 짜임새가 헐겁다는 지적이다.

스타크래프트 슈터는 이번이 세 번째 시도다

스타크래프트 슈터 개발 시도 계보 정리
▲ 앞의 두 번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다. 그래픽: GamTrend

이 티저가 무엇을 예고하는지에 대한 유력한 추측은 새 스타크래프트 슈터다.

근거는 블룸버그 기자 제이슨 슈라이어가 2024년 10월에 낸 책 '플레이 나이스'다. 그는 블리자드가 스타크래프트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슈터를 개발 중이라고 적었다.

책이 지목한 책임자가 흥미롭다. 댄 헤이, 유비소프트 몬트리올에서 10년간 '파 크라이' 시리즈를 총괄했던 인물이다.

그는 2021년 유비소프트를 떠나 2022년 2월 블리자드에 부사장 겸 총괄로 합류했다. 이후 무엇을 만드는지는 공개된 적이 없다.

성사된다면 블리자드로서는 세 번째 도전이다. 2002년 발표된 콘솔 3인칭 슈터 '스타크래프트: 고스트'는 무기한 연기 끝에 무산됐고, 2010년대 후반의 '프로젝트 아레스' 역시 개발 도중 접혔다.

두 번 실패한 기획을 세 번째로 꺼내는 셈이니, 회사 안팎의 부담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블리즈컨은 한국 시간 9월 13일 새벽에 열린다

블리즈컨 2026 공식 아트 — 워크래프트·디아블로·스타크래프트 캐릭터가 나란히 서 있다
▲ 블리즈컨 2026 공식 아트. 가운데 뒤편에 스타크래프트 해병이 서 있다. 사진: Blizzard Entertainment

블리즈컨 2026은 현지 시간 9월 12일과 13일 이틀간 캘리포니아 애너하임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다.

핵심은 첫날 개막식이다. 현지 시간 12일 토요일 오전 10시 30분, 한국 시간으로는 9월 13일 일요일 새벽 2시 30분이다.

블리자드는 전체 세부 일정을 개막식 이후에 공개한다고 밝혔다. 큰 발표를 개막식에 몰아넣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국내 시청자 입장에서 새벽 2시 30분은 부담스러운 시간이다. 다만 스타크래프트 관련 발표가 나온다면 개막식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행사 기간에 트위치로 스타크래프트 방송을 1시간 이상 시청하면 경험치 부스트가 지급되는 등, 시청 보상도 함께 마련돼 있다.

그래도 확정된 것은 하나도 없다

정리하면 이렇다. 공식 사이트에 사흘째 티저가 걸려 있고, 그 내용은 저그를 강하게 암시하며, 나흘 뒤 블리즈컨이 열린다.

여기까지가 확인된 사실이다.

짚어 둘 것이 하나 더 있다. 지금까지 해독된 메시지 어디에도 신작의 존재나 구체적인 정보가 직접 언급되지 않는다. 전부 게임 속 세계관 문서의 형식을 띤 기록일 뿐이다.

반면 신작 슈터의 존재, 댄 헤이의 역할, 블리즈컨 발표 여부는 전부 보도와 정황에 근거한 추정이다. 블리자드는 이번 티저에 대해 어떤 공식 설명도 내놓지 않았다.

실제로 나오는 것이 슈터가 아닐 수도 있다. 스타크래프트 2 이후 16년째 신작이 없었던 만큼, 리마스터 계열이나 이스포츠 관련 발표일 가능성도 남아 있다.

확실한 건 하나다. 블리자드가 스타크래프트라는 이름으로 무언가를 말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 답은 나흘 뒤 새벽에 나온다.

블리즈컨 2026 요약
일정: 현지 시간 9월 12~13일 · 애너하임 컨벤션 센터
개막식: 한국 시간 9월 13일(일) 새벽 2시 30분
관전 포인트: 스타크래프트 티저의 정체, 워크래프트·디아블로·오버워치 후속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