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소개에 '로그라이크'라는 말이 붙는 빈도는 계속 늘고 있다. 그런데 정작 무엇이 로그라이크인지는 사람마다 다르게 말한다. 어떤 게임은 '로그라이트'라고 불리고, 그 차이를 두고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 혼란에는 분명한 기원이 있다.

이름은 게임 하나에서 왔다

영상: Nostalgia Nerd 유튜브 채널

장르 이름의 출처는 단순하다. 1980년에 나온 '로그(Rogue)'라는 게임이다.

유닉스 환경에서 돌아갔고, 화면은 문자로 그려졌다. 주인공은 @ 기호였고 몬스터는 알파벳이었다.

이 게임의 구조가 이후 수십 년을 결정했다.

첫째, 던전이 매번 새로 만들어졌다. 저장 용량이 부족하던 시절, 지형을 미리 만들어 두는 대신 생성 규칙만 담은 결과이기도 했다.

둘째, 죽으면 세이브가 지워졌다. 다시 시작하면 처음부터다.

이 조합이 만들어 낸 감각이 핵심이다. 매 판이 처음이고, 모든 선택에 무게가 실린다.

'로그'를 따라 만든 게임들이 이어졌다. 넷핵, 앙밴드, 둔전 크롤 스톤 수프 같은 이름들이다.

이 계열은 지금도 살아 있다. 다만 대중적인 얼굴은 아니었다. 문자 화면과 극단적인 복잡성은 진입 장벽이 높았다.

2008년, 정의를 한 번 못 박았다

바인딩 오브 아이작의 던전 플레이 화면
▲ '아이작'은 로그라이크의 구조를 액션으로 옮긴 초기 사례다. 사진: Nicalis / Edmund McMillen

"무엇이 로그라이크인가"를 두고 논쟁이 길어지자, 개발자들이 직접 정리에 나섰다.

2008년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 로그라이크 개발 콘퍼런스에서 나온 것이 '베를린 해석'이다.

여기서 높은 가치 요소 아홉 가지가 제시됐다.

무작위 환경 생성, 영구적 죽음, 턴제, 격자 기반, 비모달 구조, 복잡성, 자원 관리, 전투 중심, 탐색과 발견이다.

여기에 낮은 가치 요소 여섯 가지가 덧붙었다. 단일 캐릭터, 플레이어와 같은 규칙을 따르는 몬스터, 전술적 도전, ASCII 화면, 던전 배경, 수치 노출이다.

중요한 점은 이것이 체크리스트가 아니라는 것이다.

베를린 해석은 "많이 해당할수록 로그라이크에 가깝다"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하나라도 빠지면 탈락시키는 기준이 아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반대로 쓰였다. 항목을 세어 가며 "이건 로그라이크가 아니다"라고 판정하는 데 동원됐다.

특히 턴제격자 기반이 걸림돌이었다. 실시간 액션으로 만든 게임은 자동으로 탈락하기 때문이다.

'로그라이트'라는 말이 생긴 이유

슬레이 더 스파이어의 카드 전투 화면
▲ '슬레이 더 스파이어'는 덱빌딩과 로그라이트 구조를 결합했다. 사진: Mega Crit

2010년대 들어 로그의 구조를 빌리되 다르게 만든 게임들이 쏟아졌다.

'로그'의 핵심 두 가지, 즉 무작위 생성영구적 죽음은 가져왔다. 대신 턴제를 버리고 실시간 액션으로 갔다.

그리고 결정적인 요소를 하나 더 넣었다. 메타 프로그레션이다.

죽어도 완전히 처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모은 재화로 영구적인 강화를 사고, 다음 판은 조금 더 유리하게 시작한다.

이 변화가 장르의 성격을 바꿨다. 실력이 늘어야만 진행되던 게임이, 반복하면 진행되는 게임이 됐다.

이런 게임들을 원류와 구분하기 위해 등장한 말이 '로그라이트(rogue-lite)'다.

대표작이 이어졌다. '스펠렁키', '바인딩 오브 아이작', '엔터 더 건전', '데드 셀' 그리고 '하데스'다.

덱빌딩과 결합한 갈래도 나왔다. '슬레이 더 스파이어'가 그 출발점이 됐다.

지금 시장에서 '로그라이크'라고 불리는 게임 대부분은 사실 로그라이트다. 용어가 뒤섞인 채 굳어졌다.

왜 이 구조가 이렇게 잘 먹히나

하데스의 전투 장면
▲ '하데스'는 반복 플레이를 서사로 흡수했다. 사진: Supergiant Games
하데스 II의 전투 장면
▲ 후속작에서도 반복 구조는 그대로다. 사진: Supergiant Games

인디 개발 쪽에서 이 구조가 압도적으로 많이 쓰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적은 콘텐츠로 긴 플레이 시간을 만든다. 지형과 아이템 조합이 매번 달라지니, 손으로 만든 스테이지 수보다 훨씬 오래 굴러간다.

소규모 팀에게 이것은 결정적인 장점이다. 중견 스튜디오조차 자금난에 몰리는 환경에서는 더 그렇다.

이용자 쪽 이유도 있다. 한 판이 짧다. 20분에서 40분이면 끝나는 구조라 부담이 적다.

그리고 매번 다른 조합이 나온다. 같은 게임을 다시 켜는 이유가 생긴다.

다만 이 구조에는 고질적인 약점도 있다.

서사를 담기 어렵다. 계속 처음으로 돌아가는 구조에서는 이야기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하데스'가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가 여기 있다. 죽고 돌아오는 것 자체를 이야기 안에 넣었다. 주인공은 저승의 왕자이고, 죽으면 집으로 돌아온다.

다른 약점은 운의 비중이다. 초반 아이템 운이 나쁘면 실력과 무관하게 판이 무너진다. 이 균형을 잡는 것이 설계의 핵심이 된다.

정리하면 로그라이크는 기술적 제약에서 태어나 설계 철학이 된 장르다. 40년 전 저장 용량 문제가 만든 구조가, 지금은 가장 활발한 인디 문법이 됐다.

로그라이크 vs 로그라이트
공통: 무작위 환경 생성 + 죽으면 판이 끝난다
로그라이크(원류): 턴제 · 격자 기반 · 높은 복잡성 · 완전한 초기화 — 로그, 넷핵, 둔전 크롤
로그라이트: 실시간 액션 + 메타 프로그레션(죽어도 영구 강화가 남는다) — 스펠렁키, 아이작, 데드 셀, 하데스
기준: 2008년 베를린 해석 — 높은 가치 요소 9가지 · 낮은 가치 요소 6가지
단, 체크리스트가 아니라 '가까운 정도'를 재는 척도로 설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