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 Keff0가 '바이오하자드 RE:4' 리메이크의 세퍼레이트 웨이즈 DLC에서 개발 도중 삭제된 보스전 하나를 되살렸다. 대상은 에이다가 5장에서 마주치는 페산타(검은 로브를 쓴 베르두고)와의 세 번째 전투다. 정식 발매판에는 두 차례의 페산타 조우만 남아 있지만, 게임 파일 안에는 정원을 지나 성 바깥 마당에서 벌어질 예정이었던 세 번째 전투의 오프닝 컷신과 단계별 전투 데이터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Keff0는 이 데이터를 그대로 활용해 전투·조명·음악·엔딩 컷신까지 재조립했고, 완성된 모드를 넥서스 모드에 공개했다.

게임 파일에 남아 있던 '세 번째 페산타'

바이오하자드 RE4 리메이크에서 레온이 손전등을 든 채 갈고리에 고기가 걸린 어두운 방을 비추는 모습
▲ '바이오하자드 RE:4' 리메이크는 RE 엔진 특유의 밀도 높은 배경 아트로 잘려나간 콘텐츠 흔적을 곳곳에 남겨왔다. 사진: 캡콤 공식 스크린샷

세퍼레이트 웨이즈는 2023년 9월 21일 출시된 유료 DLC로, 본편 주인공 레온 대신 에이다 웡의 시점에서 사건을 다시 그린다.

발매판 기준으로 에이다는 5장에서 U-3(속칭 '잇')이자 검은 로브를 쓴 베르두고인 페산타와 두 차례 맞붙는다. 1차전은 좁은 복도에서, 2차전은 변이한 형태로 이어지는 구성이다.

그런데 Keff0가 게임 파일을 뜯어본 결과, 이 흐름 사이에 세 번째 조우가 하나 더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위치는 정원을 지나 성 바깥 마당으로 넘어가는 구간이다.

파일에는 전투가 시작되기 전 페산타가 북쪽 문에서 에이다를 가로막는 오프닝 컷신이 온전히 남아 있었다. 여기에 체력이 70%와 30% 지점에 도달할 때마다 패턴이 바뀌는 3단계 전투 데이터, 그리고 공격에 얼마나 버티는지를 결정하는 스태거 저항 수치까지 함께 포함돼 있었다.

단순한 콘셉트 아트나 미사용 모델 수준이 아니라, 밸런스 수치까지 잡혀 있던 거의 완성 단계의 콘텐츠였다는 뜻이다.

원작에서도, 리메이크에서도 잘려나간 U-3

이 보스가 흥미로운 건 '잘려나간 이력'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U-3는 2005년 게임큐브로 나온 원작 '바이오하자드 4' 시절부터 유명한 컷 콘텐츠였다.

당시 U-3는 살라자르가 만든 실험용 바이오웨폰으로 지하 구역에 등장할 예정이었지만, 실제 발매판에는 전혀 모습을 비추지 못했다. 배경 아트와 개발 초기 자료로만 흔적이 남아 오랫동안 팬들 사이에서 '가장 아쉬운 컷 콘텐츠' 중 하나로 회자됐다.

리메이크에서도 U-3는 처음엔 같은 운명을 맞았다. 2023년 3월 본편 출시 당시 U-3는 등장하지 않았고, 같은 해 9월 나온 세퍼레이트 웨이즈에 와서야 비로소 모습을 드러냈다.

다만 부활 방식은 원작 그대로가 아니었다. 원작에서는 서로 무관했던 U-3검은 로브의 베르두고를 리메이크에서는 '페산타'라는 이름의 단일 존재로 합쳐 재해석했다.

이번에 Keff0가 찾아낸 세 번째 전투는, 그렇게 어렵게 부활한 페산타조차 DLC 완성 단계에서 다시 한 번 분량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잘리고 부활하고 또 잘리는 과정을 반복한 셈이다.

복원한 모더 Keff0,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바이오하자드 RE4 리메이크에서 레온이 권총을 든 채 불타는 마을 광장에서 다가오는 주민들을 마주하는 전투 장면
▲ RE4 리메이크 모드 커뮤니티는 발매 이후 꾸준히 잘려나간 콘텐츠를 발굴해왔다. 사진: 캡콤 공식 스크린샷

Keff0는 RE4 리메이크의 '컷 콘텐츠 발굴' 계보에서 이미 이름이 알려진 모더다. 앞서 8월 말에는 애슐리 시점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던 프롤로그 챕터 0을 통째로 플레이 가능하게 복원해 화제를 모았다.

챕터 0은 레온이 마을에 도착하기 전 밤, 애슐리를 다루는 짧은 도입부로 기획됐다가 개발 과정에서 잘려나간 콘텐츠다. Keff0는 게임에 남아 있던 잔여 리소스를 활용해 이 구간을 새 게임 진행 흐름 안에 자연스럽게 끼워 넣었다.

이후에는 PS5판에서만 발견되는 미사용 음성 대사 671줄을 찾아내 정리하기도 했다. 여기에 상인을 직접 죽일 수 있었던 컷 콘텐츠와 전용 대사 네 줄을 되살린 'Killable Merchant Restoration' 모드도 그의 작업물이다.

이런 이력 덕분에 이번 페산타 3차전 복원 소식 역시 커뮤니티에서 비교적 신뢰도 높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어떻게 되살렸나

복원 작업의 핵심은 게임 파일 안에 남아 있던 원본 리소스를 그대로 살려 쓰는 방식이다. RE 엔진 기반 게임은 잘려나간 콘텐츠가 완전히 삭제되지 않고 비활성화 상태로 남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페산타 3차전도 마찬가지였다.

Keff0는 앞서 언급한 오프닝 컷신과 3단계 전투 데이터, 스태거 저항 수치를 가져오는 한편, 여기에 조명·안개 연출과 페산타 특유의 푸른 불꽃 이펙트, 보스전 전용 배경음악, 그리고 전투 종료 후 이어지는 엔딩 컷신까지 하나하나 다시 짜맞췄다.

결과물은 5장 진행 흐름 중간, 정원을 지나 성 바깥 마당에 도달하는 시점에 자연스럽게 삽입되도록 만들어졌다.

다운로드와 반응

바이오하자드 RE4 리메이크에서 레온이 불타는 배경을 뒤로하고 권총을 조준하는 클로즈업 장면
▲ 세퍼레이트 웨이즈는 레온 대신 에이다 웡의 시점으로 사건을 재구성한 유료 DLC다. 사진: 캡콤 공식 스크린샷

복원 모드는 넥서스 모드에 공개됐으며, PC판(스팀) '바이오하자드 RE:4'와 세퍼레이트 웨이즈 DLC를 모두 보유한 상태에서 적용할 수 있다.

해당 소식은 RE4 리메이크 관련 소식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X(옛 트위터) 계정 RENews를 통해 처음 알려졌고, 국내에는 루리웹 등 커뮤니티를 거쳐 전해졌다.

캡콤이 이 콘텐츠를 공식적으로 되살릴 계획을 밝힌 적은 없다. 다만 발매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게임 파일 안에서 새로운 컷 콘텐츠가 꾸준히 발견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 발굴 작업이 실제로 플레이 가능한 형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RE4 리메이크 모드 커뮤니티의 저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