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가 9월 28일 e스포츠의 아시안게임 제외설을 공식 부인했다. 후세인 알 무살람 OCA 사무총장(영문 직함 Director General)은 e스포츠가 아시안게임 틀 안에서 계속 유지된다고 밝혔다. 한국 게임 매체들은 이를 “메달 종목 유지”로 전했다. 다만 부인 성명에는 빠진 것이 있다. 2024년 11월 집행위원회가 e스포츠를 아시안게임에서 빼기로 만장일치 승인했다는 결정문을 철회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 결정문은 지금도 OCA 사이트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2030 도하 아시안게임의 e스포츠 종목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발단은 ‘아이치·나고야가 마지막’이라는 보도
논란은 9월 27일 인벤 글로벌 보도로 본격 번졌다.
‘이번 아이치·나고야 대회가 e스포츠가 포함된 마지막 아시안게임’이라는 내용이었다. 이 글은 확인되는 가장 이른 보도 가운데 하나다.
근거로 제시된 것은 2024년 11월 26일 OCA 제90차 집행위원회 결정문이다.
결정문 6번 항목에는 아이치·나고야 이후 e스포츠를 아시안게임 프로그램에서 제외하고, 별도의 아시아 e스포츠·마인드 스포츠 대회를 여는 제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고 적혀 있다.
여기에 9월 19일 OCA가 쿠웨이트와 2027년 제1회 대회 개최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겹쳤다.
계약일을 19일로 밝힌 것은 IANS와 국내 인벤·이투데이 보도다. 일부 국내 매체는 20일로 전했다. 이 글은 19일을 따랐다.
이 소식이 e스포츠 퇴출의 신호로 읽히면서 ‘2030년부터는 e스포츠 메달이 없다’는 해석이 빠르게 퍼졌다.
2024년 결정문 6항에는 무엇이 적혀 있나
결정문은 OCA 공식 사이트에 PDF로 올라 있다. 2쪽짜리 문서다.
제90차 집행위원회는 2024년 11월 26일 화상으로 열렸다.
당시 회장이 병가로 불참해 티모시 폭 제1부회장이 회의를 주재했다. 문서 끝에는 폭 부회장과 알 무살람 사무총장의 이름이 함께 적혀 있다.
6번 항목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The Executive Board also unanimously approved the proposal of the Esports, Martial Arts and Mind Sports Committee, to remove the Esports from the Asian Games Programme after the Aichi Nagoya Asian Games and hold a separate Asian Esports and Mind Games.”
제안 주체는 OCA의 e스포츠·무술·마인드 스포츠 위원회다.
같은 항목에서 별도의 아시아 마인드 스포츠 연맹과 마인드 스포츠 게임을 만드는 안도 승인했다.
8번 항목에는 OCA와 쿠웨이트 정부의 협정 서명을 승인했다는 내용도 있다. 이 협정이 이번 대회 개최 계약과 같은 것인지는 문서만으로 알 수 없다.
문서에는 ‘제외한다’는 표현이 분명히 들어 있다. 다만 2030년 이후 대회 프로그램을 따로 다루지는 않는다.
이 결정문이 아이치·나고야 이후 모든 아시안게임에 적용되는지는 문서만으로는 단정할 수 없다. 이 부분은 해석의 영역이다.
OCA가 부인한 내용 — 알 무살람의 발언
부인은 9월 28일에 나왔다.
알 무살람 사무총장은 e스포츠가 아시안게임 틀 안에서 계속 유지된다고 말했다.
신화통신과 IANS는 OCA가 아시아 e스포츠 발전을 계속 지원하겠다는 취지도 전했다.
서울경제 영문판이 옮긴 발언에 따르면 OCA는 e스포츠를 아시안게임에서 빼겠다는 공지나 발표를 한 적이 없다.
온라인에 퍼진 주장은 OCA의 방향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쿠웨이트 대회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아시안 e스포츠·마인드 스포츠 게임 창설은 아시아 선수들이 기량을 선보일 더 많은 무대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이 대회가 아시안게임 체계 안에서 e스포츠의 위상을 약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위 문장은 영문 보도를 한국어로 옮긴 것이다. OCA 원문 성명과 한 글자까지 같은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발표 경로도 매체마다 다르다. 인벤 글로벌은 OCA 중국어 공식 위챗 계정 ‘AsianGamesOCA’, 경향게임스는 공식 홈페이지, 게임플은 신화통신을 거론했다.
OCA 홈페이지에서 이 성명을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다. 최초 게시 경로는 위챗과 신화통신 보도까지가 확인 가능한 범위다.
부인과 결정문이 동시에 살아 있다
핵심은 두 진술이 나란히 남아 있다는 점이다.
2024년 결정문은 여전히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된다. 정정이나 철회 공지가 함께 올라왔다는 보도는 찾지 못했다.
인벤은 기자수첩에서 “제외를 만장일치로 승인했다”와 “결정한 적 없다”는 말이 함께 성립할 수 없다고 짚었다.
결정을 되돌렸다면 절차를 거쳐 문서로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OCA는 이번 발표에서 이 점을 설명하지 않았다.
게임플은 ‘현재 계획이 다르다’는 표현이 결정 철회를 뜻하는지도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다만 ‘발표한 적 없다’는 말은 좁게 읽으면 성립할 여지가 있다. 결정문은 집행위 내부 문서이고, 대외 발표는 따로 없었다는 뜻일 수 있다.
이는 어디까지나 추정이다. OCA가 그렇게 설명한 적은 없다.
| 시점 | 내용 | 비고 |
|---|---|---|
| 2024년 11월 26일 | 집행위 제90차 회의, 아이치·나고야 이후 e스포츠를 아시안게임 프로그램에서 제외하고 별도 대회를 여는 안 만장일치 승인 | 결정문 PDF가 OCA 공식 사이트에 게시 |
| 2026년 9월 19일 | 쿠웨이트와 제1회 아시안 e스포츠·마인드 스포츠 게임 개최 계약, 아이치·나고야 대회 기간 중 체결 | 일부 국내 매체는 20일로 보도 |
| 2026년 9월 27일 | 인벤 글로벌, ‘아이치·나고야가 마지막’ 보도 | 한국 병역 특례 영향 함께 언급 |
| 2026년 9월 28일 | OCA, 제외 발표한 적 없다며 ‘아시안게임 틀 안에서 유지’ | 2024년 결정 철회 여부는 언급 없음 |
| 2030년 도하 | 대회 종목 미발표 | e스포츠 편성 여부 확인 불가 |
▲ OCA 발언과 문서 정리
2027 쿠웨이트 대회는 ‘대체’인가 ‘추가’인가
영상: Olympic Council of Asia 유튜브 채널
OCA는 새 대회가 ‘대체’가 아니라 ‘추가’라고 설명한다.
아시안게임과 별도 종합대회를 나란히 운영하는 체제라는 것이다.
OCA 발표에 따르면 제1회 아시안 e스포츠·마인드 스포츠 게임은 2027년 쿠웨이트에서 열린다.
계약은 아이치·나고야 대회 기간 중 OCA와 쿠웨이트 측이 체결했다. 세부 종목은 추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참가 선수는 약 4천 명으로 예정돼 있다. 일부 외신은 체스·바둑 같은 마인드 스포츠가 함께 열릴 것으로 전했다.
구체적인 개최 시기와 종목 구성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제2회 대회는 필리핀과 협의 중이다. 2029년 개최 여부는 2027년 도하 OCA 총회에서 정해질 것으로 전해졌다.
위 영상은 OCA 공식 채널이 2025년 2월 올린 쿠웨이트시티 e스포츠 세미나 영상이다. 이번 결정과 직접 연결된 자료는 아니고, OCA와 쿠웨이트의 e스포츠 협력 배경을 보여 준다.
OCA의 설명대로라면 두 대회가 공존한다. 하지만 2024년 결정문의 문구는 아시안게임 프로그램에서 e스포츠를 뺀다고 적고 있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OCA가 다음 발표에서 밝혀야 한다.
종합대회 안의 e스포츠, 이미 여러 번 겪은 일
종합대회가 e스포츠를 종목으로 받아들인 전례는 아시안게임만이 아니다.
2019 동남아시안게임 조직위는 e스포츠를 대회 일정에 넣는다고 2018년 11월 발표했다.
OCA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e스포츠를 시범 종목으로 처음 운영했다.
2021 하노이 동남아시안게임에서도 e스포츠 메달 종목이 열렸다.
쿠웨이트 대회는 종합대회의 한 종목이던 e스포츠를 아시아 단위의 독립 대회로 키우려는 시도다.
종합대회 안에서 메달을 다투는 방식과 독립 대회에서 겨루는 방식은 위상이 다르다. 한국의 병역 특례 요건이 이 차이에서 갈린다.
한국 선수에게는 병역 특례가 걸려 있다
한국 입장에서 이 문제가 큰 이유는 병역 특례다.
병무청 안내에 따르면 체육요원 편입 대상은 올림픽 3위 이상 입상자와 아시아경기대회 1위 입상자다.
체육요원은 34개월을 복무하며, 544시간의 특기 활용 봉사활동도 해야 한다. 근거는 병역법 제33조의7~11과 시행령이다.
2023년 항저우 대회에서 e스포츠가 정식 종목이 되면서, 이 제도가 e스포츠 선수에게도 적용됐다. 리그 오브 레전드 우승 선수들이 첫 사례로 꼽힌다.
인벤 글로벌은 별도 대회가 현행 병역 특례 요건을 채우지 못한다고 짚었다. 이번 대회가 병역 의무 선수들이 e스포츠로 특례를 받을 수 있는 마지막 아시안게임이 될 수 있다고도 전했다.
이 서술은 e스포츠가 도하 대회에서 빠진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그 전제 자체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또 요건은 법과 시행령에 적혀 있다. ‘아시아경기대회 1위’라는 문구가 그대로라면 별도 대회는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제도가 바뀔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는 없다. 이는 추정이다.
인벤은 이 밖에도 국가대표의 위상, 프로리그 일정과의 충돌, 대중적 관심 감소를 우려 요인으로 꼽았다.
OCA의 부인이 사실이라면 이런 우려는 당장 줄어든다.
하지만 2030 도하 대회 종목 편성이 나오기 전까지는 결론이 나지 않는다.
2030 도하와 그 이후, 세 갈래 시나리오
현재 확인된 사실은 두 가지다. 2030 도하 대회 종목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고, OCA는 e스포츠가 아시안게임 틀 안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후는 모두 추정이다. 가능한 경우를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 도하 대회에 e스포츠가 그대로 편성되는 경우다. OCA의 부인 발언과 가장 잘 맞는다. 2024년 결정문은 조용히 사문화된다.
둘째, 도하에서는 빠지고 쿠웨이트 같은 별도 대회로 옮기는 경우다. 결정문과 가장 잘 맞는다. 이 경우 병역 특례 논란이 본격화한다.
셋째, 종목 수를 줄이거나 일부 종목만 남기는 절충이다. 이때는 남는 종목 선정이 새 논란이 될 수 있다.
어느 쪽이든 판단의 열쇠는 도하 종목 발표다. 2027년 도하에서 열리는 OCA 총회도 관련 논의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지금 열리는 아이치·나고야 e스포츠는 그대로
영상: MLBB eSports 유튜브 채널
이번 대회의 e스포츠는 예정대로 진행된다.
e스포츠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시범 종목으로 처음 등장했다.
항저우 대회에서 정식 메달 종목이 됐고, 이번 대회에는 세부 종목이 11개로 늘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스트리트파이터6, 포켓몬 유나이트, 왕자영요, 뿌요뿌요 챔피언 등이 포함된다.
위 영상은 종목 중 하나인 모바일 레전드: 뱅뱅의 아시안게임 공식 트레일러다.
본 사이트의 대회 관련 기사는 일정 정리, 한국 대표 36인, 대전격투 첫 금메달,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결승, LoL 한국 대표팀 전망에서 볼 수 있다.
이번 대회 e스포츠는 10월 2일까지 이어진다.
결국 남은 질문은 하나다. 2030년 도하에서 e스포츠 메달이 걸리느냐는 것이다.
OCA가 2024년 결정을 공식적으로 정리하고 도하 종목을 발표하기 전까지는, 부인 성명만으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