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소개글에서 '메트로배니아'라는 단어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은 다른 장르 이름과 성격이 다르다. FPS나 RPG처럼 무엇을 하는 게임인지를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게임 두 개의 제목을 이어 붙였다. 왜 이런 이름이 붙었고, 그 안에는 어떤 설계가 들어 있을까. 그리고 왜 30년이 지나도록 이 구조가 계속 재발명되고 있을까.

이름부터 — 게임 두 편의 제목을 이어 붙인 장르

메트로배니아 계보도. 1986년 메트로이드에서 구조를, 1997년 월하의 야상곡에서 성장 요소를 물려받아 이름이 합성됐고 2017년 할로우 나이트를 거쳐 세 갈래로 분화한 흐름
▲ 두 게임에서 각각 다른 것을 물려받았다. 그림: GamTrend

메트로배니아(Metroidvania)는 합성어다.

앞의 메트로(Metroid)는 닌텐도의 '메트로이드', 뒤의 배니아(vania)는 코나미의 '캐슬바니아'에서 왔다.

정확히 말하면 캐슬바니아 시리즈 전체가 아니라 1997년의 '악마성 드라큘라 X: 월하의 야상곡' 이후 노선을 가리킨다.

이 작명 방식은 그 자체로 이 장르의 성격을 드러낸다.

다른 장르는 행동을 이름에 담는다. 1인칭 슈팅, 역할 수행 게임, 실시간 전략처럼 말이다.

그런데 메트로배니아는 그게 안 됐다. 이 구조를 한 단어로 요약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2D 액션 어드벤처인데, 지도가 서로 연결돼 있고, 능력을 얻어야 갈 수 있는 곳이 열리고, 그래서 왔던 길을 계속 되돌아가게 되는 게임"을 한 단어로 줄이기는 어렵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냥 대표작 두 편의 이름을 붙여 버렸다. "이 두 게임 같은 거"라고 말하는 편이 빨랐던 것이다.

이 단어를 누가 처음 썼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1990년대 후반 서구 게임 커뮤니티에서 자연스럽게 쓰이기 시작해 2000년대 들어 매체가 받아 쓰면서 굳어졌다는 것이 대체적인 설명이다.

개발자가 만든 이름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만든 이름이다. 이 점이 중요하다. 이 장르는 위에서 정의된 적이 없다.

1986년 '메트로이드' — 되돌아가게 만든 첫 설계

패미컴판 메트로이드 타이틀 화면. 별이 흩뿌려진 검은 우주 배경에 파란 입체 글씨의 로고와 PUSH START BUTTON, 1986 NINTENDO 표기가 있다
▲ 1986년 원작의 타이틀 화면. 사진: Nintendo
메트로이드 원작의 게임 화면. 보랏빛 바위 동굴에 기둥 두 개가 서 있고 가운데 아래에 주황색 강화복을 입은 사무스가 서 있다. 왼쪽 위에 EN 30 표시
▲ 무대는 스테이지가 아니라 사방으로 이어진 하나의 행성이다. 사진: Nintendo
메트로이드 원작에서 사무스가 바위 지형 위에 서 있고 왼쪽 받침대 위에 둥근 크림색 아이템이 놓여 있는 화면
▲ 받침대 위에 놓인 것이 '롱 빔' 아이템이다. 능력을 얻으면 갈 수 있는 곳이 달라진다. 사진: Nintendo
메트로이드 요새 행성 제베스의 전경도. 브린스타, 노르페어, 투리안 구역이 색으로 구분되고 통로로 서로 연결된 구조를 보여주는 공식 도해
▲ 닌텐도가 공개한 제베스 전경도. 구역들이 통로로 얽혀 있다. 사진: Nintendo

출발점은 1986년 닌텐도가 낸 '메트로이드'다.

당시 액션 게임의 문법은 단순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간다. 스테이지를 깨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고, 지나온 곳은 다시 볼 일이 없다.

메트로이드는 그 전제를 깼다.

무대는 하나의 커다란 행성이었고, 통로가 사방으로 이어져 있었다. 위로도 아래로도 갈 수 있었다.

위 전경도가 그 구조를 그대로 보여준다. 브린스타, 노르페어, 투리안 같은 구역이 색으로 나뉘어 있고, 그 사이를 통로가 얽어 놓았다.

스테이지 1, 2, 3이 아니다. 지도 한 장이다. 당시로서는 낯선 형태였다.

그리고 결정적인 장치가 들어갔다. 지금은 갈 수 없는 곳이 곳곳에 보이게 만든 것이다.

높은 곳에 있는 통로, 부술 수 없는 벽, 지나갈 수 없는 좁은 틈이 눈앞에 있는데 방법이 없다.

그러다 한참 뒤에 몰프 볼이라는 능력을 얻는다. 몸을 공처럼 말 수 있게 된다.

그 순간 플레이어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켜진다. "아까 그 틈, 이제 들어갈 수 있겠다."

이것이 메트로배니아의 원형이다. 게임이 길을 알려주지 않는다. 대신 플레이어가 기억해 둔 장면과 새로 얻은 능력을 스스로 연결하게 만든다.

여기에 두 번째 특징이 붙었다. 고립감이다. 대화 상대도, 안내도 거의 없는 낯선 행성에 혼자 놓인다.

이 정서는 이후 장르 전반에 유전자처럼 남았다. 할로우 나이트도, 애니멀 웰도 플레이어를 설명 없이 던져 놓는다.

위 영상은 시리즈의 최신작 '메트로이드 드레드'의 한국닌텐도 공식 소개 영상이다. 4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기본 문법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1997년 '월하의 야상곡' — 성 하나를 통째로 열어젖히다

월하의 야상곡 게임 화면 양옆에 리히터와 알루카드의 공식 일러스트가 배치된 화면. 가운데에는 황금 용 조각이 있는 성 내부에서 알루카드가 서 있다
▲ 왼쪽이 리히터, 오른쪽이 주인공 알루카드다. 사진: KONAMI
월하의 야상곡에서 보랏빛 하늘을 배경으로 낫을 든 사신이 성 입구 위에 떠 있고 아래쪽에 알루카드가 서 있는 장면
▲ 성문 앞에서 사신과 마주치는 초반 장면. 사진: KONAMI
월하의 야상곡에서 알루카드가 대리석 기둥이 늘어선 성 안에서 검을 들고 초록색 도마뱀 형상의 적과 맞서는 전투 장면
▲ 화면 왼쪽 위 HP와 하트 수치가 RPG식 성장을 보여준다. 사진: KONAMI
월하의 야상곡에서 알루카드가 붉은 융단과 은빛 아치로 장식된 방에서 황금색 다면체 장치 위에 서 있는 장면
▲ 성 전체가 스테이지 구분 없이 하나로 이어져 있다. 사진: KONAMI
블러드스테인드에서 은발에 푸른 의상을 입은 여성 주인공이 어두운 배경 앞에 서 있는 클로즈업 장면
▲ 이가라시 코지가 직접 만든 정신적 후속작 '블러드스테인드'. 사진: 505 Games

캐슬바니아는 원래 메트로이드와 정반대였다. 정해진 스테이지를 순서대로 돌파하는 액션 게임이었다.

그 노선이 1997년 '월하의 야상곡'에서 바뀐다.

이 작품은 드라큘라 성 전체를 하나로 이어진 공간으로 만들었다. 스테이지 구분이 사라졌다.

그리고 메트로이드에는 없던 것을 가져왔다. RPG 요소다.

경험치와 레벨이 있고, 무기와 방어구를 갈아입고, 능력치가 오른다.

이 조합이 이 장르의 두 번째 축을 만들었다. 메트로이드가 구조를 줬다면, 월하의 야상곡은 성장을 줬다.

위 화면들을 보면 그 차이가 바로 드러난다. 왼쪽 위에 HP 수치와 하트 개수가 붙어 있다. 메트로이드에는 없던 표시다.

장비를 바꾸면 알루카드의 겉모습과 공격 방식이 함께 바뀐다. 같은 성을 걸어도 플레이어마다 다른 캐릭터로 걷게 되는 구조다.

그래서 오늘날 메트로배니아는 대체로 두 가지를 동시에 굴린다. 탐색으로 지도를 넓히고, 성장으로 캐릭터를 강화한다.

이 시리즈를 이끈 개발자는 이가라시 코지다. 그는 이후 코나미를 떠나 크라우드펀딩으로 '블러드스테인드: 리추얼 오브 더 나이트'(2019)를 만들었다.

사실상 월하의 야상곡을 다시 만든 작품이라 '이가바니아'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사례가 보여주는 것이 있다. 이 장르는 회사가 아니라 설계가 계승된다. 판권이 어디에 있든 구조는 다른 이름으로 계속 다시 만들어졌다.

무엇이 메트로배니아를 메트로배니아로 만드나 — 다섯 가지 규칙

메트로이드 프라임 리마스터의 1인칭 화면. 헬멧 바이저 너머로 붉은 단풍나무가 있는 유적이 보이고 좌우에 레이더와 미니맵 인터페이스가 표시돼 있다
▲ '메트로이드 프라임'은 1인칭 3D이지만 구조는 그대로다. 사진: Nintendo

정의를 세워 보자. 다음 다섯 가지가 대체로 함께 등장한다.

① 하나로 이어진 지도. 스테이지 선택 화면이 없다. 세계 전체가 물리적으로 연결돼 있고, 걸어서 이동한다.

② 능력으로 잠긴 문. 열쇠 대신 능력이 통행증이다. 이단 점프를 얻어야 넘는 절벽, 물속 호흡을 얻어야 지나는 수로 같은 것들이다.

③ 강제된 되돌아가기. 새 능력을 얻으면 이전 구역이 다시 의미를 갖는다. 같은 장소가 다른 장소가 된다.

④ 비선형 진행. 갈 수 있는 곳이 여러 갈래로 열려 있다. 어디부터 갈지는 플레이어가 정한다.

⑤ 탐색 보상. 지도의 구석에 체력 증가, 새 무기, 이야기의 조각이 숨어 있다. 굳이 가지 않아도 되는 곳에 갈 이유를 만든다.

이 중에서 ②와 ③이 핵심이다. 나머지는 다른 장르와 겹칠 수 있지만, 이 둘이 빠지면 메트로배니아라고 부르기 어렵다.

반대로 말하면 이렇다. 2D라는 점은 필수 조건이 아니다.

실제로 '메트로이드 프라임'은 1인칭 3D이지만 누구도 이 시리즈를 장르에서 빼지 않는다. 구조가 같기 때문이다.

그래픽이나 시점은 표면이고, 이 장르의 본체는 공간을 잠그고 여는 방식에 있다.

#규칙구체적으로필수 여부
하나로 이어진 지도 스테이지 선택 화면이 없고 걸어서 이동 핵심
능력으로 잠긴 문 열쇠가 아니라 이단 점프·벽 타기가 통행증 필수
강제된 되돌아가기 같은 장소가 다른 장소가 됨 필수
비선형 진행 어디부터 갈지 플레이어가 정함 핵심
탐색 보상 구석에 체력 증가·새 무기·이야기 조각 권장
2D 화면 메트로이드 프라임은 1인칭 3D 무관

▲ ②와 ③이 핵심이다. 이 둘이 빠지면 메트로배니아라고 부르기 어렵다

💡2D는 필수 조건이 아니다. '메트로이드 프라임'은 1인칭 3D이지만 누구도 이 시리즈를 장르에서 빼지 않는다. 그래픽이나 시점은 표면이고, 이 장르의 본체는 공간을 잠그고 여는 방식에 있다.

핵심 장치 — '능력으로 잠긴 문'이 실제로 하는 일

능력으로 잠긴 문의 되돌아가기 루프 도식. 갈 수 없는 곳을 봄, 기억해 둠, 다른 곳에서 능력을 얻음, 그 자리로 되돌아감의 네 단계가 원형으로 순환한다
▲ 이 반복이 메트로배니아를 메트로배니아로 만든다. 그림: GamTrend
나인 솔즈에서 노란 옷의 고양이 캐릭터가 붉은 레이저와 청록색 발판이 배치된 어두운 기계 구조물 사이를 이동하는 장면
▲ 지나갈 수 없는 구간을 미리 보여주는 것이 이 장르의 기본 문법이다. 사진: Red Candle Games

이 장치를 영어로는 게이팅(gating)이라고 한다. 좀 더 뜯어볼 가치가 있다.

겉으로 보면 그냥 진행을 막는 장애물이다. 그런데 실제 기능은 다르다.

첫째, 기억을 강제한다.

지나갈 수 없는 지점을 보면 플레이어는 그것을 머릿속에 저장한다. 게임이 시키지 않았는데도 그렇게 된다. 나중에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 때문이다.

그래서 메트로배니아를 하는 사람은 지도를 머릿속에 갖고 다니게 된다. 이 감각이 다른 장르에서는 잘 생기지 않는다.

둘째, 능력에 의미를 부여한다.

다른 게임에서 새 능력은 대체로 "더 센 공격"이다. 수치가 오를 뿐 세계는 그대로다.

메트로배니아에서 새 능력은 세계를 바꾼다. 벽 타기를 얻은 순간 이전까지 배경이던 벽이 길이 된다.

셋째, 개발사가 진행 순서를 통제할 수 있게 해 준다.

지도를 자유롭게 열어 두면 이야기 순서가 무너진다. 게이팅은 자유로워 보이는 탐색 안에서 순서를 슬쩍 정리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그래서 잘 만든 메트로배니아는 플레이어가 스스로 길을 찾았다고 느끼게 하면서 실제로는 설계된 순서대로 걷게 만든다. 이 균형이 이 장르의 난이도 높은 부분이다.

다른 게임에서 새 능력은 수치다. 공격력이 오를 뿐 세계는 그대로다. 메트로배니아에서 새 능력은 세계를 바꾼다. 벽 타기를 얻은 순간, 이전까지 배경이던 벽이 길이 된다.

지도가 곧 게임이다

할로우 나이트의 지도 화면. 어두운 배경 위에 흰 선으로 그려진 방들이 격자처럼 이어져 있고 구역 이름이 표시돼 있다
▲ '할로우 나이트'는 지도를 사서 벤치에서 쉴 때만 갱신한다. 사진: Team Cherry
메트로이드 드레드에서 파란 강화복을 입은 사무스가 어두운 기지 통로에서 적을 향해 발사하고 화면 오른쪽 위에 미니맵이 표시된 장면
▲ 40년 뒤 '메트로이드 드레드'는 미니맵을 화면에 상시 띄운다. 사진: Nintendo

메트로배니아를 하다 보면 지도 화면을 여는 횟수가 다른 장르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이건 우연이 아니다. 이 장르에서 지도는 인터페이스가 아니라 진행도 그 자체다.

다른 게임의 진행도는 챕터 번호나 레벨로 표시된다. 메트로배니아는 채워진 지도의 넓이로 표시된다.

그래서 지도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그 게임의 성격을 결정한다.

'할로우 나이트'는 여기서 흥미로운 선택을 했다. 지도를 자동으로 그려 주지 않는다.

먼저 그 구역의 지도 제작자를 찾아 지도를 사야 하고, 나침반을 따로 장착해야 내 위치가 표시된다.

게다가 지도는 벤치에서 쉴 때만 갱신된다. 그전까지 걸어온 길은 기록되지 않는다.

불편한 설계다. 그런데 이 불편이 정확히 의도된 것이다. 길을 잃는 감각을 게임의 일부로 만든 것이다.

반대 방향도 있다. '페르시아의 왕자: 잃어버린 왕관'은 지나갈 수 없는 지점을 만나면 화면을 직접 캡처해 지도에 붙여 두는 기능을 넣었다.

"저기 나중에 다시 와야지"를 게임이 대신 기억해 주는 것이다. 접근성 면에서 상당한 진전으로 평가받았다.

두 방식 모두 옳다. 다만 어느 쪽을 택했는지를 보면 그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가 드러난다.

2017년 '할로우 나이트' — 인디 세 명이 장르를 다시 세웠다

할로우 나이트에서 붉은 조명이 깔린 공간을 배경으로 망토를 두른 창백한 적이 주인공을 향해 붉은 기운을 퍼뜨리는 보스전 장면
▲ 호주의 3인 팀이 만든 작품이 장르의 기준점이 됐다. 사진: Team Cherry

2010년대 중반까지 메트로배니아는 과거의 장르에 가까웠다. 고전으로 존중받았지만 새 대표작이 없었다.

그 흐름을 바꾼 것이 2017년 2월 출시된 '할로우 나이트'다.

만든 곳은 호주 애들레이드의 팀 체리다. 아리 깁슨윌리엄 펠렌이 2014년 함께 세운 스튜디오이고, 두 사람이 공동 감독을 맡았다. 여기에 기술 감독과 작곡가가 더해져 핵심 제작진은 네 명 남짓이었다.

이 작품이 한 일은 새 규칙을 발명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기존 규칙을 극단까지 밀어붙였다.

지도는 방대했고, 설명은 거의 없었으며, 이야기는 배경과 유물에 흩어 놓았다.

여기에 소울라이크 요소가 섞였다. 죽으면 화폐를 떨어뜨리고, 그 자리로 돌아가 되찾아야 한다.

이 조합이 결과적으로 장르의 표준이 됐다. 이후 나온 상당수의 메트로배니아가 이 문법을 참조하고 있다.

상업적 성과는 규모가 달랐다. 정가 14.99달러짜리 인디 게임이 팀 체리 발표 기준 1,500만 장 이상 팔렸다. 역대 가장 성공한 인디 게임 중 하나로 꼽힌다.

그리고 이 성공이 만든 부작용이 하나 있다. 기대치가 올라갔다. 이후 후속작을 기다리는 시간이 매우 길어졌다.

연도작품개발사이 작품이 한 일
1986 메트로이드 닌텐도 되돌아가는 구조를 처음 설계
1997 악마성 드라큘라 X: 월하의 야상곡 코나미 RPG식 성장을 결합
2015 오리와 눈먼 숲 문 스튜디오스 이동 자체를 재미로 승격
2017 할로우 나이트 팀 체리 소울라이크 결합 · 장르 표준 확립
2019 블러드스테인드 아트플레이 월하의 야상곡 계보 부활
2024 페르시아의 왕자: 잃어버린 왕관 유비소프트 대형 퍼블리셔 진입 · 접근성 개선
2024 애니멀 웰 빌리 바소(1인) 능력 대신 '지식'으로 문을 잠금
2025 할로우 나이트: 실크송 팀 체리 탐색보다 전투로 무게중심 이동

▲ 장르의 주요 분기점이 된 작품들

2025년 '실크송' — 7년의 기다림이 남긴 것

실크송에서 붉은 망토를 두른 호넷이 초록 이끼로 뒤덮인 숲속에서 문양이 새겨진 커다란 구체 앞에 서 있는 장면
▲ '실크송'은 2025년 9월 4일 출시됐다. 사진: Team Cherry
실크송에서 호넷이 비 내리는 어두운 묘지를 걷고 있고 주변에 가로등과 비석이 늘어선 장면
▲ 전작보다 이동이 빠르고 공격적인 조작으로 바뀌었다. 사진: Team Cherry
실크송에서 호넷이 공중에서 바늘을 휘두르며 창을 든 벌 형상의 큰 적과 맞서는 전투 장면
▲ 난이도 상승은 출시 직후 가장 큰 논쟁거리였다. 사진: Team Cherry

'할로우 나이트: 실크송'은 2019년에 발표됐고, 2025년 9월 4일에 나왔다.

발표부터 출시까지 6년이 넘게 걸렸다. 그사이 이 게임은 인터넷 밈이 됐다. 게임쇼가 열릴 때마다 "실크송은?"이 반복됐다.

출시 당일 상황도 특이했다.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스팀과 닌텐도 e숍,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가 잇따라 마비됐다. 주요 플랫폼 중 엑스박스만 무사했다.

스팀에서는 출시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동시 접속자가 10만 명을 넘겼다.

원인으로는 예약 구매와 미리 내려받기가 없었다는 점이 지목됐다. 모두가 같은 순간에 구매 버튼을 눌렀기 때문이다.

게임 자체는 전작의 확장이 아니라 다른 결에 가깝다.

주인공이 방랑자에서 호넷으로 바뀌면서 조작 감각이 달라졌다. 더 빠르고, 더 공격적이며, 공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다.

탐색보다 전투 비중이 올라갔고, 그만큼 난이도도 올라갔다.

출시 직후 가장 큰 논쟁이 여기서 나왔다. 전작을 즐긴 이용자 중에도 초반 난이도가 지나치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이 논쟁 자체가 장르의 현재를 보여준다. 메트로배니아는 원래 탐색의 장르였는데, 최근 10년 사이 액션의 비중이 계속 커져 왔다.

실크송은 그 흐름의 가장 뚜렷한 사례다.

판매도 뒤따랐다. 출시 석 달여 만에 700만 장을 넘겼다.

분화 ① '오리' — 움직이는 것 자체가 재미인 계열

오리와 도깨비불에서 빛나는 흰 정령이 숲속 둥지에서 검은 형체의 인물과 마주 보고 있는 장면
▲ '오리' 시리즈는 이동 자체를 게임의 핵심 재미로 끌어올렸다. 사진: Moon Studios
오리와 도깨비불에서 빛나는 정령이 황금빛 안개가 낀 숲의 나뭇가지 위를 빠르게 달려 나가는 장면
▲ 탐색보다 조작의 쾌감을 앞세운 계열이다. 사진: Moon Studios

장르가 넓어지면서 갈래가 생겼다. 첫 번째는 이동 자체를 재미로 만든 계열이다.

대표작은 문 스튜디오스의 '오리' 시리즈다. '오리와 눈먼 숲'(2015)과 '오리와 도깨비불'(2020)이 있다.

이 시리즈에서 능력은 통행증에 그치지 않는다. 능력을 쓰는 행위 자체가 즐겁다.

적의 탄환을 발판 삼아 튕겨 나가는 '배시' 같은 동작이 대표적이다. 이동과 회피와 공격이 하나로 붙어 있다.

그래서 이 계열은 후반부로 갈수록 탐색보다 곡예에 가까워진다. 지도를 다 채운 뒤에도 그냥 돌아다니는 것이 재미있다.

시각적 방향도 장르의 통념을 벗어났다. 메트로배니아는 대체로 어둡고 폐쇄적인데, 오리는 밝고 회화적이다.

이 계열이 증명한 것이 있다. 메트로배니아는 고독하고 우울해야 한다는 규칙은 없다. 구조만 유지하면 정서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분화 ② 소울라이크와 섞이다 — 블라스퍼머스와 나인 솔즈

블라스퍼머스 2에서 뾰족한 투구를 쓴 주인공이 보름달이 뜬 눈 덮인 밤 풍경 속 다리 위를 걸어가는 장면
▲ '블라스퍼머스'는 스페인 종교화의 이미지를 장르에 끌어들였다. 사진: The Game Kitchen
나인 솔즈에서 붉은 나무와 초가집이 늘어선 마을에 고양이 얼굴의 주민들이 모여 있고 거대한 석상이 서 있는 장면
▲ '나인 솔즈'는 세키로의 받아치기를 2D로 옮겨 왔다. 사진: Red Candle Games

두 번째 갈래는 소울라이크와의 결합이다. 최근 10년 사이 가장 두드러진 흐름이다.

할로우 나이트가 이미 그 방향을 열었고, 이후 작품들이 더 밀고 나갔다.

스페인 스튜디오 더 게임 키친의 '블라스퍼머스' 시리즈가 한 축이다.

이 작품은 스페인 가톨릭 종교화의 이미지를 그대로 게임에 끌어왔다. 고행, 참회, 성상 같은 소재가 배경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들어가 있다.

장르에 문화적 특수성이 결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다른 축은 대만 스튜디오 레드 캔들 게임즈의 '나인 솔즈'(2024)다.

이쪽은 소울라이크 중에서도 '세키로'를 참조했다. 회피가 아니라 받아치기가 중심이다. 적의 공격을 정확한 타이밍에 튕겨 내야 한다.

세계관은 도교와 사이버펑크를 섞었다. 동아시아 스튜디오가 자기 문화를 재료로 쓴 사례이기도 하다.

이 계열의 공통점은 하나다. 탐색의 긴장이 전투의 긴장으로 대체됐다.

고전 메트로배니아에서 무서운 것은 길을 잃는 일이었다. 이 계열에서 무서운 것은 다음 보스다.

분화 ③ 대작이 돌아왔다 — '페르시아의 왕자: 잃어버린 왕관'

페르시아의 왕자 잃어버린 왕관에서 주인공이 공중에서 검을 들고 사자 형상의 거대한 괴물과 싸우는 장면
▲ 대형 퍼블리셔가 다시 이 장르에 진입한 사례다. 사진: Ubisoft
페르시아의 왕자 잃어버린 왕관에서 주인공이 사막 궁전 벽에 매달려 있고 맞은편 발판의 궁수가 화살을 쏘는 장면
▲ 지나갈 수 없는 지점을 화면 캡처로 지도에 붙이는 기능이 호평받았다. 사진: Ubisoft

메트로배니아는 오랫동안 인디의 장르였다. 대형 퍼블리셔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하다. 2D 탐색 게임은 대규모 예산을 회수하기 어려운 형태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 통념을 흔든 작품이 유비소프트의 '페르시아의 왕자: 잃어버린 왕관'이다. 2024년 1월 콘솔과 자사 플랫폼으로 먼저 나왔고, 스팀에는 그해 8월에 올라왔다.

이 작품은 대형 스튜디오의 자원을 장르에 투입했다. 애니메이션의 밀도, 보스전의 연출, 접근성 옵션의 폭이 인디 규모와는 달랐다.

특히 앞서 언급한 지도 캡처 기능은 장르의 오랜 불편을 정면으로 해결했다.

그동안 이 장르는 "메모하면서 하는 게임"이었다. 이 작품은 그 부담을 게임 안으로 흡수했다.

다만 이 사례에는 씁쓸한 후일담이 따라붙는다. 첫해 130만 장을 팔았지만 유비소프트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개발진이 제안한 속편과 추가 확장은 모두 거절됐고, 2024년 10월 유비소프트는 이 팀을 해체하고 개발자들을 다른 프로젝트로 재배치했다고 확인했다.

장르의 확장 가능성과 상업적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 사례로 남았다.

변종 — '애니멀 웰'과 정보로 잠긴 문

애니멀 웰에서 픽셀 아트로 그려진 어두운 공간에 커다란 파란 고양이 유령 얼굴과 흰 짐승이 떠 있는 장면
▲ '애니멀 웰'은 능력 대신 지식으로 문을 잠갔다. 사진: Bigmode
애니멀 웰에서 푸른 픽셀로 그려진 물가 공간에 커다란 플라밍고 두 마리가 서 있고 작은 주인공이 위쪽 발판에 있는 장면
▲ 1인 개발자가 4년 넘게 만든 작품이다. 사진: Bigmode

마지막으로 규칙 자체를 비트는 작품들이 있다.

'애니멀 웰'(2024)은 빌리 바소라는 개발자가 사실상 혼자 만든 작품이다.

이 게임에도 능력으로 잠긴 문은 있다. 그런데 진짜 잠금장치는 다른 데 있다.

지식이다.

특정 아이템을 특정한 방식으로 써야만 열리는 길이 있는데, 게임은 그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설명서도, 힌트도 없다.

그래서 이 게임은 출시 직후 커뮤니티가 집단으로 해독하는 방식으로 소비됐다. 혼자서는 끝까지 보기 어렵게 설계돼 있었다.

이건 메트로배니아의 원리를 극단으로 밀어붙인 결과다. 능력이 아니라 이해가 통행증이 된 것이다.

여기서 이 장르의 본질이 다시 드러난다. 메트로배니아가 실제로 다루는 것은 능력치도 지도도 아니다. 플레이어가 세계를 얼마나 이해했는가다.

능력으로 잠근 문은 그 이해를 측정하는 가장 편리한 방법이었을 뿐이다.

소울라이크·로그라이트와는 무엇이 다른가

메트로배니아 소울라이크 로그라이트 세 장르를 무엇이 막힌 곳을 여는가와 죽으면 지도는 어떻게 되는가 두 기준으로 비교한 표
▲ 두 가지 질문이면 셋이 갈린다. 그림: GamTrend

인접 장르와 헷갈리는 경우가 많아 정리해 둔다.

소울라이크와의 차이는 무엇이 문을 여느냐에 있다.

소울라이크에서 막힌 곳을 여는 것은 플레이어의 숙련이다. 보스를 못 이기면 못 지나간다. 능력은 그대로인데 내가 늘어야 한다.

메트로배니아에서 막힌 곳을 여는 것은 새 능력이다. 이단 점프가 없으면 아무리 잘해도 그 절벽은 못 넘는다.

물론 요즘은 이 둘이 섞인 작품이 훨씬 많다. 할로우 나이트가 대표적이다. 그래도 어느 쪽이 주된 잠금장치인지를 보면 성격이 구분된다.

로그라이트와의 차이는 더 뚜렷하다. 지도가 유지되는가가 기준이다.

로그라이트는 죽으면 지도가 새로 만들어진다. 그래서 기억이 축적되지 않는다. 대신 실력과 영구 강화가 남는다.

메트로배니아는 지도가 고정돼 있다. 그래서 기억이 곧 자산이다. 두 번째 플레이에서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된다.

'데드 셀즈'처럼 경계에 걸친 작품도 있다. 로그라이트 구조에 메트로배니아식 능력 잠금을 얹었다.

이런 혼종이 늘면서 장르 이름은 점점 정확성을 잃고 있다. 그래도 기준선을 알고 있으면 어떤 게임인지 가늠하는 데는 충분하다.

메트로배니아소울라이크로그라이트
막힌 곳을 여는 것 새로 얻은 능력 플레이어의 숙련 실력 + 영구 강화
죽으면 지도는 고정 (기억이 자산) 고정 (반복 학습) 매번 새로 생성
두 번째 플레이 완전히 다른 게임 훨씬 수월해짐 매번 처음
대표작 할로우 나이트 · 오리 다크 소울 · P의 거짓 헤이디스 · 데드 셀즈
경계에 걸친 예 데드 셀즈 (로그라이트 + 능력 잠금) 할로우 나이트 (소울라이크 결합)

▲ 요즘은 섞인 작품이 많다. 어느 쪽이 주된 잠금장치인지를 보면 된다

이 장르는 왜 계속 다시 만들어지나

1986년에 나온 구조가 40년째 재생산되는 이유를 짚어 볼 만하다.

첫째, 제작 규모 대비 밀도가 높다.

같은 공간을 여러 번 다시 걷게 만드는 설계는, 적은 자원으로 긴 플레이 타임을 만들어 낸다. 소규모 팀에게 유리한 구조다.

할로우 나이트를 세 명이 만들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둘째, 보상의 성격이 다르다.

대부분의 게임에서 보상은 수치다. 공격력이 오르고 방어력이 오른다.

메트로배니아의 보상은 가능성이다. 갈 수 없던 곳에 갈 수 있게 된다. 이 감각은 쉽게 대체되지 않는다.

셋째, 플레이어가 스스로 발견했다고 느끼게 만든다.

게임이 목표를 찍어 주지 않아도, 잠긴 문을 본 사람은 알아서 그곳으로 돌아온다.

이 자발성이 이 장르의 몰입을 만든다. 지시받은 일이 아니라 내가 결정한 일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메트로배니아가 파는 것은 탐험이 아니라 이해가 늘어나는 감각이다. 그리고 그 감각은 그래픽이나 기술과 무관하게 낡지 않는다.

지금 시작한다면 — 입문 순서

성향별 메트로배니아 입문 추천표. 할로우 나이트, 오리와 눈먼 숲, 페르시아의 왕자 잃어버린 왕관, 나인 솔즈, 애니멀 웰을 난이도와 함께 제시한다
▲ 첫 작품 선택이 이 장르의 인상을 결정한다. 그림: GamTrend

처음 접한다면 어디서 시작할지가 문제다. 성향별로 나눠 본다.

장르를 제대로 겪어 보고 싶다면 → '할로우 나이트'

장르의 표준이자 여전히 최고 수준이다. 다만 각오할 것이 있다. 초반에 여러 번 길을 잃는다. 그게 정상이고, 그 감각이 이 장르의 핵심이다. 가격 대비 분량도 이례적으로 크다.

어려운 건 싫고 예쁜 게 좋다면 → '오리와 눈먼 숲'

이동이 즐겁고 화면이 아름답다. 길 안내도 상대적으로 친절하다. 다만 몇몇 탈출 구간은 상당히 어렵다.

현대적인 편의성을 원한다면 → '페르시아의 왕자: 잃어버린 왕관'

지도 캡처 기능과 폭넓은 난이도 옵션이 있다. 이 장르가 요구하는 메모 부담을 가장 잘 덜어 준 작품이다.

전투를 중심으로 즐기고 싶다면 → '나인 솔즈'

받아치기 중심 전투가 명확하고, 세계관도 신선하다. 세키로를 즐겼다면 잘 맞는다.

퍼즐과 수수께끼를 좋아한다면 → '애니멀 웰'

분량은 짧지만 파고들 여지가 깊다. 다만 끝까지 보려면 커뮤니티의 힘이 필요하다는 점은 알고 시작하는 편이 좋다.

실크송은 어떤가. 훌륭한 작품이지만 첫 메트로배니아로는 권하기 어렵다. 전작을 먼저 하고 오는 편이 여러모로 낫다.

마지막으로 하나. 이 장르는 공략을 보지 않고 하는 편이 훨씬 재미있다. 막혀서 답답할 때 지도를 다시 펴 보는 그 시간이, 사실 이 장르가 파는 상품이다.

이런 사람에게추천작난이도주의할 점
장르를 제대로 겪고 싶다 할로우 나이트 ●●●○ 초반에 길을 여러 번 잃는다 (정상이다)
어려운 건 싫고 예쁜 게 좋다 오리와 눈먼 숲 ●●○○ 몇몇 탈출 구간은 상당히 어렵다
현대적인 편의성을 원한다 페르시아의 왕자: 잃어버린 왕관 ●●○○
전투 중심으로 즐기고 싶다 나인 솔즈 ●●●● 받아치기에 익숙하지 않으면 벽이 높다
퍼즐과 수수께끼를 좋아한다 애니멀 웰 ●●●○ 끝까지 보려면 커뮤니티가 필요하다
첫 작품으로는 비권장 할로우 나이트: 실크송 ●●●● 전작을 먼저 하는 편이 낫다

▲ 난이도는 이 장르 안에서의 상대적 기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