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정보를 거짓으로 표시하거나 숨긴 게임사에 최대 3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는 개정 게임산업진흥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지난해 8월 1일 시행된 이 법은 소송 시 입증 책임을 이용자가 아닌 게임사 쪽으로 넘긴 것이 핵심이다. 마침 이 법의 상징적 계기가 됐던 넥슨 '메이플스토리 큐브' 사건의 법원 판단이 다음 달 2일로 예정돼 있어, 법 시행 1년을 돌아보는 의미가 남다르다.
입증 책임을 뒤집다 — 2024년 표시 의무에서 2025년 손해배상까지
확률형 아이템 규제는 두 단계로 나뉘어 진행됐다. 먼저 2024년 3월 22일 시행된 1차 개정에서는 게임사가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정보를 공식 홈페이지·게임 내·광고에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했다. 이를 어기면 행정·형사 제재 대상이 됐다.
이어 2025년 8월 1일 시행된 2차 개정이 이번 점검의 핵심이다. 가장 큰 변화는 입증 책임의 전환이다. 그동안은 게임사가 확률을 조작했다는 사실을 이용자가 직접 입증해야 했는데, 서버 데이터를 게임사만 쥐고 있는 구조상 사실상 승소가 거의 불가능했다. 개정법 시행 이후에는 이용자가 피해를 주장하면, 게임사가 고의나 과실이 없었음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여기에 확률 표시 위반이 고의로 인정되면 법원이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을 명령할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새로 생겼다. 이와 별도로 위반 시 매출액의 3% 또는 10억 원 중 해당하는 금액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조항도 함께 마련됐다.
출발점이 된 넥슨 '큐브' 사건 — 판결은 9월로 연기
이 법의 필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큐브' 사건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24년 1월, 넥슨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아이템 확률을 강화하는 '큐브' 아이템의 확률을 몰래 낮추고도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며 116억 4천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전자상거래법 위반 사건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였다.
넥슨은 이 처분에 불복해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행위가 있었던 시점(2010~2013년)에 확률 공개 의무 자체가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법원 판단은 애초 예정보다 미뤄져 오는 9월 2일로 다시 잡힌 상태다.
한편 크래프톤도 비슷한 시기 유사한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배틀그라운드 아이템 중 실제 획득 확률이 0%인 아이템 31종의 드롭률을 0.1414%, 0.7576% 등으로 표시해 광고했다는 사실이 적발됐는데, 이 건은 크래프톤이 자진 시정한 점이 인정돼 시정명령과 함께 250만 원이라는 상대적으로 적은 과징금만 부과됐다. 업계에서는 이 정도 금액이 대형 게임사 매출 규모에 비해 사실상 '솜방망이'라는 평가가 나왔고, 이런 지적이 3배 배상이라는 더 강력한 제도가 도입된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부산에 피해구제센터 개소 — 대통령도 여러 차례 언급
법 시행과 함께 게임물관리위원회 산하에 확률형 아이템 피해구제센터의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임시 태스크포스로 출발했던 이 센터는 지난 2월 27일 부산에 지역 거점을 정식으로 열었다. 이용자 민원 접수, 상담, 소송 지원 등을 맡으며, 2028년까지 판례를 축적해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 사안에 직접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지난해 7월 16일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에게 확률 조작 문제를 직접 지적하며 부당 이득을 환수할 수 있는 수준의 제재 강화를 주문했고, 이후에도 관련 사안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반발과 사각지대 — "해외 게임사는 여전히 빠져나간다"
게임업계는 이용자 보호라는 취지에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실무적인 우려를 꾸준히 제기해왔다. 가장 큰 지적은 '확률형 아이템'의 범위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가챠형 뽑기뿐 아니라 강화형·합성형 아이템, 보스 몬스터 드롭률, 사냥터 입장권 등 어디까지를 규제 대상으로 볼지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법무 인력이 부족한 중소·인디 개발사에는 그 자체로 상당한 부담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형평성 문제도 꾸준히 제기된다. 확률 표시 위반 민원의 약 65%가 국내가 아닌 해외 게임사를 대상으로 접수되는데, 정작 해외 서버 자료를 확보할 방법이 없어 실제 제재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국내에 대리인을 두도록 하는 '해외 게임사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를 도입했지만, 실효성에는 아직 물음표가 붙는다.
일각에서는 새로 생긴 피해구제센터가 기존의 한국소비자원,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와 역할이 겹치는 '옥상옥'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용자 권리 강화라는 방향성 자체는 의미 있는 개혁이지만, 게임사의 핵심 수익모델을 직접 겨냥하는 구조적 규제인 만큼 국내 게임산업의 경쟁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법 시행 1년이 지났지만, 아직 이 법에 근거해 실제로 3배 배상이 확정된 판례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다음 달로 예정된 넥슨 '큐브' 소송의 법원 판단이 향후 이 제도가 실제로 얼마나 힘을 발휘할지를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