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일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에서 국산 신작 하나가 조용히 지나갔다. 크래프톤 산하 5민랩이 만드는 '세계허구관리연맹: WPCA'다. 무대가 서울이다. 그것도 관광엽서 같은 서울이 아니라, 폐쇄된 지하철 승강장과 방호복과 통제선이 있는 서울이다. 이름 그대로 '허구'를 관리하는 조직의 이야기다.

'허구'를 격리하는 사람들

낡은 TV 화면에 '만져서는 안 되는 물건'이라는 자막이 떠 있는 안내 영상 장면
▲ "만져서는 안 되는 모든 물건" — 게임은 낡은 교육 방송 같은 화면으로 세계관을 설명한다. 사진: 5minlab / KRAFTON

영상: PlayStation 유튜브 채널

설정은 이렇다. 세계 곳곳에 설명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를 관리하기 위해 세계허구관리연맹이라는 조직이 생겼다.

플레이어는 그 서울 지사 소속이다. 직책은 격리자다.

상대해야 하는 것은 '허구'다. 영문판에서는 '페이즈바운드 호러(Phasebound Horrors)'로 옮겼는데, 물리 법칙과 논리를 무시하는 존재라는 뜻이 담겨 있다.

공개된 화면 속 허구들은 형태가 제각각이다. 촉수 덩어리 같은 것도 있고, 사람의 윤곽을 어설프게 흉내 낸 것도 있다.

게임은 이 세계관을 낡은 안내 방송 같은 화면으로 설명한다. 지지직거리는 브라운관에 "만져서는 안 되는 모든 물건" 같은 자막이 뜨는 식이다.

장르 팬이라면 익숙한 문법이다. 정체불명의 대상을 번호와 절차로 관리하는 조직물의 계보에 가깝다.

무대가 서울이라는 것이 핵심이다

불이 꺼진 지하철 승강장에 열차가 멈춰 서 있고 격리자가 선로 위에 서 있다
▲ 멈춰 선 열차와 꺼진 조명. 서울 지하철이 그대로 격리 구역이 된다. 사진: 5minlab / KRAFTON

영상: 세계허구관리연맹: WPCA 유튜브 채널

국산 게임이 서울을 배경으로 삼는 일은 드물지 않다. 다만 대부분은 배경으로만 쓴다.

WPCA는 그 반대에 가깝다. 공개된 장면 대부분이 구체적인 서울의 공간이다.

불이 꺼진 지하철 승강장, 멈춰 선 열차, 선로 위를 걷는 요원. 승강장 기둥에는 'TRACK 03', 'TRACK 04' 같은 표시가 붙어 있다.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무언가와 마주치는 장면도 있다. 도망칠 곳이 없는 공간을 일부러 고른 연출이다.

이런 선택은 정서적으로 유리하다. 매일 지나다니는 장소가 통제 구역으로 바뀌는 장면은, 낯선 이국 도시가 무너지는 장면보다 훨씬 가깝게 다가온다.

5민랩 박문형 대표는 "세계허구관리연맹 격리자와 괴현상의 충돌, 서울을 무대로 한 도시 판타지, 통쾌한 액션을 결합한 게임"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혼자서도, 셋이서도

방호복을 입은 캐릭터와 검을 든 캐릭터가 함께 불타는 괴물과 싸우는 장면
▲ 최대 3인 협동을 지원한다. 방호복 차림의 요원도 플레이어블로 보인다. 사진: 5minlab / KRAFTON

플레이 방식은 싱글최대 3인 협동을 모두 지원한다.

전투는 무겁게 파고드는 쪽이 아니라 가볍고 연속적인 쪽이다. 스토어 설명도 심사숙고보다 기동성에 무게를 뒀다고 적고 있다.

구조의 중심에는 보스가 있다. 사냥으로 얻은 재료로 무기와 장비를 만들고, 스킬과 패시브를 조합해 자기 빌드를 짠 뒤 더 강한 보스에 도전하는 흐름이다.

무기와 캐릭터마다 고유 능력이 다르고, 장비에는 무작위 옵션이 붙는다. 반복 사냥으로 빌드를 다듬는 구조인 셈이다.

지형을 이용해 적의 약점을 드러내는 요소도 언급됐다. 넓은 승강장이나 좁은 통로 같은 공간 자체가 전투의 변수로 쓰인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 조합은 핵앤슬래시 ARPG의 문법을 3인칭 액션으로 옮긴 형태에 가깝다. 다만 쿼터뷰가 아니라는 점에서 몬스터 헌터 계열의 사냥 액션과도 겹친다.

출시까지는 아직 멀다

안개 낀 지하 공간에서 거대한 다리 형태의 괴물과 작은 인물들이 대치하는 장면
▲ 보스전이 구조의 중심이다. 규모 차이를 강조한 연출이 눈에 띈다. 사진: 5minlab / KRAFTON

목표 시점은 2028년 3분기다. 지금으로부터 2년이 남았다.

테스트 일정과 참여 방법은 10월에 공식 디스코드와 X를 통해 안내한다고 밝혔다.

스팀 페이지는 이미 열려 있지만 출시일은 '발표 예정' 상태다.

2년이라는 간격은 짧지 않다. 공개된 화면이 실제 플레이에 얼마나 가까운지는 테스트가 열려 봐야 판단할 수 있다.

다만 5민랩은 크래프톤 안에서 규모가 큰 스튜디오는 아니다. 이 정도 밀도의 연출을 2년 안에 완성도로 이어 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항목내용
개발 5민랩 (Krafton 산하)
배급 5민랩 · 크래프톤
플랫폼 PS5 · PC(스팀)
출시 2028년 3분기 목표
인원 싱글 · 온라인 협동 최대 3인
언어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자막·인터페이스)

▲ 세계허구관리연맹: WPCA 개요

왜 이 발표가 눈에 덜 띄었나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격리자가 무언가와 마주하는 장면
▲ 도망칠 곳이 없는 공간을 일부러 골랐다. 사진: 5minlab / KRAFTON

WPCA가 나온 9월 3일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는 유난히 발표가 많았다.

'파이널 판타지 7 리버레이션'의 확장 영상, '고스트 오브 요테이' 스토리 확장, '몬스터 헌터 와일즈' DLC 같은 대형 소식이 줄지어 나왔다.

두 개 방송을 합쳐 30개가 넘는 게임이 지나갔으니, 신생 IP의 첫 공개 영상이 묻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럼에도 짚어 둘 이유는 있다. 서울을 정면으로 내세운 국산 콘솔 액션이 소니 쇼케이스의 정규 순서로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흔치 않다.

크래프톤은 최근 신작 공개를 부쩍 늘렸다. 'NO LAW', 'PUBG: DED.NET', '에이지 트위스터스'에 이어 WPCA까지, 배틀그라운드 이후를 여러 갈래로 시험하는 중이다.

그중 어느 하나가 성과를 내면 회사의 무게중심이 옮겨 간다. WPCA는 그 후보 가운데 가장 한국적인 얼굴을 하고 있다.

세계허구관리연맹: WPCA 요약
개발: 5민랩 · 배급: 5민랩 / 크래프톤
플랫폼: PS5 · PC(스팀) · 출시 2028년 3분기 목표
구성: 서울 배경 3인 협동 사냥 액션 · 보스전 중심
다음 소식: 10월에 첫 테스트 일정 안내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