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에 나온 게임이 스팀 판매 순위 2위에 올랐다. 8월 17일 기준 미국 스팀에서 가장 많이 팔린 유료 게임 2위를 차지한 작품은 '킹덤하츠 HD 1.5+2.5 리믹스'다. 글로벌 기준으로도 베스트셀러 톱3에 들었다. 계기는 명확하다. 주말 사이 열린 디즈니 D23에서 '킹덤하츠4'의 확장 게임플레이가 공개됐고, 그 반응이 곧바로 구작 판매로 옮겨붙었다.
'D23 효과' — 무엇이 공개됐나
'킹덤하츠4'는 이번 D23에서 두 차례 무대에 올랐다. 금요일 밤 혼다 센터에서 열린 디즈니 쇼케이스, 그리고 토요일의 '킹덤하츠 딥 다이브' 패널이다.
가장 큰 화제는 픽사 '코코'의 세계였다. '죽은 자의 땅'이 탐험 가능한 월드로 확정됐고, 소라가 해골 분장을 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쿼드라텀'의 실제 플레이 화면도 더 길게 공개됐다. 현대 도시를 배경으로 한 이 지역에서 소라가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장면이 나왔다.
가장 예상 밖이었던 것은 미키 왕을 직접 조작하는 구간이다. '페이퍼 마리오'나 '젤다의 전설: 신들의 트라이포스 2'를 떠올리게 하는 평면적 시점의 미션으로 소개됐다.
출시 목표는 2027년 하반기다. 이번 공개는 그 이전에 팬들의 관심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그 관심이 향한 곳이 신작 예약이 아니라 구작 구매였다는 점이 이번 현상의 핵심이다.
왜 하필 '1.5+2.5 리믹스'였나
'킹덤하츠'는 진입 장벽이 높기로 유명한 시리즈다. 번호가 붙은 본편 사이사이에 외전이 촘촘히 끼어 있고, 그 외전들이 본편 이야기의 핵심을 담당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작 소식을 접한 신규 이용자가 가장 먼저 부딪히는 질문이 '뭐부터 해야 하나'다.
그 답에 해당하는 것이 'HD 1.5+2.5 리믹스'다. 시리즈 초기 작품을 한 묶음으로 정리한 모음집이다.
여기에는 1편의 파이널 믹스, '체인 오브 메모리즈'의 리메이크판 'Re:체인 오브 메모리즈', 2편의 파이널 믹스, 그리고 프리퀄에 해당하는 '버스 바이 슬립 파이널 믹스'가 들어 있다.
여기에 '358/2 데이즈'와 'Re:코디드'는 영상 형태로 수록돼 있다. 직접 조작하지는 않지만 줄거리는 따라갈 수 있는 형태다.
즉 이 한 편만 사면 시리즈의 앞부분을 통째로 훑을 수 있다. 신작 공개 직후 판매가 폭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때마침 스퀘어 에닉스가 관련 할인을 진행하고 있었던 점도 겹쳤다. 관심이 몰린 시점과 가격 장벽이 낮아진 시점이 정확히 맞아떨어진 셈이다.
에픽 3년 독점을 지나 스팀으로
이 시리즈가 스팀에 올라온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PC판이 처음 나온 것은 2021년이지만, 당시에는 에픽게임즈 스토어 독점이었다. 스팀 이용자들은 3년을 기다려야 했다.
스팀 출시는 2024년 6월 13일에 이뤄졌다. 당시에도 오랜 기다림 끝의 합류라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그로부터 2년, 이번 D23 발표가 스팀판 최고 성적을 만들어 줬다.
PC 시장에서 스토어 선택이 판매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같은 게임이라도 이용자가 몰려 있는 곳에 있어야 이런 순간에 즉시 반응이 나온다.
만약 여전히 독점 상태였다면, 이번 D23 효과의 상당 부분은 그대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크다.
시리즈 누적 3,900만 장 돌파
이번 D23을 전후해 스퀘어 에닉스가 공개한 또 하나의 숫자가 있다. 시리즈 누적 판매량 3,900만 장 돌파다.
2002년 첫 작품 이후 24년에 걸쳐 쌓인 수치다.
'킹덤하츠'는 디즈니와 스퀘어(당시)의 협업이라는 특이한 태생을 갖고 있다. 발표 당시에는 조합 자체가 무리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이 조합은 스퀘어 에닉스의 주요 자체 IP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3,900만 장이라는 숫자는 시리즈가 이미 여러 세대의 이용자를 거쳤다는 뜻이기도 하다. 1편을 어릴 때 했던 사람이 지금은 4편을 기다리는 성인이 된 시간이다.
이번 역주행이 단순한 할인 효과로만 설명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 시작하려면 무엇을 봐야 하나
'킹덤하츠4'를 기다리며 지금 시리즈를 시작하려는 사람이라면 순서를 알아 두는 편이 좋다.
가장 무난한 출발점은 'HD 1.5+2.5 리믹스'다. 이번에 판매가 급증한 바로 그 모음집이다.
그다음이 'HD 2.8 파이널 챕터 프롤로그'다. '드림 드롭 디스턴스'와 3편으로 이어지는 다리 역할을 하는 구성이다.
마지막으로 '킹덤하츠 3'까지 마치면 4편을 맞을 준비가 끝난다.
분량은 만만치 않다. 세 묶음을 다 훑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다만 4편 출시 목표가 2027년 하반기인 만큼 시간은 충분한 편이다. 지금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다는 계산이 나온다.
역으로 보면, 스퀘어 에닉스가 신작 정보를 이 시점에 크게 푼 것도 구작 소비를 유도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스팀 순위는 그 계산이 실제로 작동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