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으로 이뤄진 국내 신생 스튜디오 검귤단(Black Tangerine)의 데뷔작 '킬라(KILLA)'가 일본 토에이게임즈의 첫 해외 퍼블리싱 타이틀로 낙점됐다. 토에이게임즈는 '도라에몽', '드래곤볼' 등을 배급해온 애니메이션 명가 토에이가 올해 새로 시작한 게임 사업 브랜드로, 그 첫 걸음을 한국의 4인 인디팀과 함께 뗀 셈이다. '킬라'는 8월 14일부터 16일까지 부산에서 열리는 부산 인디 커넥트 페스티벌(BIC)에서 처음 공개된다.
"라를 죽여라" — 아홉 명의 '라' 중 진범을 찾는 복수극
'킬라'는 은사를 잃은 소녀 '발할라'가 주인공이다. 고아였던 발할라를 거둬 키운 스승이 살해당하고, 그가 남긴 유언은 단 하나 "라를 죽여라(Kill La)"뿐이다. 문제는 용의자가 아홉 명이나 되는데, 이들 모두 이름이 '라'라는 것이다. 발할라는 '소원을 들어주는 티 파티'가 열린다는 소문이 도는 신비로운 섬으로 향해, 진짜 범인을 찾아 나선다.
게임은 하루 주기로 진행된다. 아침에는 호감도를 쌓는 '모닝 워크', 낮에는 섬에서 본편 스토리가 진행되는 '티 타임', 그리고 발할라의 특수 능력으로 용의자들의 잠재의식·기억 속에 들어가 단서를 모으는 '공명', 밤에는 섬의 비밀을 탐색하는 '나이트 워크', 마지막으로 추리를 완성하는 '드림' 단계로 이어진다. 포렌식 퍼즐보다는 캐릭터의 서사와 관계에 무게를 둔 구조로, 멀티 엔딩에 총 플레이타임은 10시간 이상으로 알려졌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비주얼이다.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종이 인형극' 느낌의 그림체에 어두운 복수극을 얹은 대비가 특징으로, '단간론파', '역전재판', '너의 죽음을 알리는 방법' 등이 영향을 준 작품으로 꼽힌다.
4명 중 3명이 첫 게임 개발 — 대학원 7년 미룬 프로그래머도
검귤단은 팀장이자 스토리·아트 디렉터인 최다연, 프로그래머 장재원, 사운드 담당 윤세은, 기획·사업을 맡은 최다은(최다연의 언니) 4명으로 구성된 팀이다. 전원이 이 게임을 통해 처음 게임 개발을 경험했다. 최다연과 장재원은 국내 게임 개발 동아리 '브릿지'에서, 윤세은은 이화여대 게임잼에서 합류했다. 장재원은 이 프로젝트에 매달리느라 대학교 졸업을 7년이나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이 팀에게 전환점이 된 것은 2024년 3월 반다이남코의 'GYAAR 스튜디오 어워드' 수상이다. 팀 스스로 "가장 큰 전환점"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이 수상을 계기로 멘토링과 지원을 받게 됐다. 이후로도 국내 인디 공모전 GIGDC 대상을 비롯해 비트서밋·게임스컴·도쿄게임쇼 2025·지스타 2024·플레이엑스포 등 국내외 주요 행사에 2년 넘게 꾸준히 출품하며 인지도를 쌓아왔다.
"독특한 그림체를 잊을 수 없었다" — 토에이게임즈가 고른 첫 해외 파트너
토에이게임즈는 '도라에몽', '드래곤볼' 등을 만든 토에이애니메이션의 모회사 토에이가 지난 4월 21일 새로 출범시킨 게임 사업 브랜드다. 기존 애니메이션 IP를 그대로 게임화하기보다, 완전히 새로운 오리지널 IP를 발굴해 게임을 시작으로 굿즈·영상 등으로 확장하는 크로스미디어 전략을 표방한다. 4월 24일 공개된 첫 라인업 3종 중 하나가 바로 '킬라'였다.
토에이게임즈 담당자 마쓰모토 다쿠야는 일본 현지 시상식(반다이남코 GYAAR 스튜디오 어워드로 추정)에서 '킬라'를 처음 접했다고 밝혔다. 그는 "독특한 아트와 신비로운 스토리를 도저히 잊을 수 없었다"며 "이런 뛰어난 창작자들과 함께 걷고 싶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사랑스러운 그림체와 어두운 복수극 사이의 대비, 그리고 4인 여성 개발팀이 보여준 열정이 결정적이었다는 설명이다.
검귤단은 자신들의 공식 SNS를 통해 "어릴 때부터 팬이었던" 토에이게임즈가 '킬라'의 퍼블리싱을 맡게 됐다고 소개했다. 정확한 계약 조건이나 지역별 배급 범위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플랫폼은 PC(스팀) 기준으로 확인됐다. 이번 BIC 2026 출전은 토에이게임즈로서도 첫 해외 게임쇼 참가이자, 일본 밖 개발사와 맺은 첫 파트너십이라는 점에서 이중으로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