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스타게임스가 9월 10일(현지시간), GTA와 레드 데드 리뎀션 시리즈를 포함한 전 작품에 적용되는 공식 모딩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공식 사이트에 새로 마련된 '모드 가이드라인' 페이지를 통해 공개됐으며, 이후 9월 21일을 전후해 해외 게임 매체들의 보도가 이어지며 널리 알려졌다. 가이드라인은 "우리 게임을 존중하라", "록스타와 제3자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지 마라", "크리에이터 커뮤니티에 해를 끼치지 마라", "승인되지 않은 수익화를 하지 마라"는 4대 원칙으로 구성됐다. 흥미로운 점은 이 정책이 GTA6을 콕 집어 언급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록스타는 이번 가이드라인이 GTA·레드 데드·그 밖의 모든 보유 IP에 일괄 적용되는 일반 원칙이라고 설명했을 뿐, GTA6에서 모드를 공식 지원하겠다고 확인한 적은 없다. 그럼에도 발표 시점이 11월 19일 GTA6 출시를 두 달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GTA6을 겨냥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1원칙 — "우리 게임을 존중하라", 스토리엔 손대지 마라

GTA6 주인공 루시아가 클로즈업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는 모습
▲ 공식 스토리·미션·캐릭터를 확장하거나 변형하는 모드는 원천 금지된다. 사진: Rockstar Games

첫 번째 원칙은 공식 스토리라인, 미션, 캐릭터를 비롯한 기존 세계관 요소를 확장하거나 변형하지 말라는 것이다. 원작 결말 이후를 이어가는 팬메이드 미션팩이나, 비공식 후속 스토리를 표방하는 대형 모드가 대표적인 금지 대상이다.

두 번째로는 서로 다른 록스타 타이틀의 맵·캐릭터·지식재산권을 하나로 섞는 행위가 명시적으로 금지됐다. 예컨대 GTA5의 로스산토스 지형에 레드 데드 리뎀션2의 캐릭터를 이식하는 식의 크로스오버 모드는 이제 정책 위반이 된다.

멀티플레이 모딩도 손이 닿는 범위가 좁아졌다. 가이드라인은 온라인 모드는 록스타 공식 크리에이터 플랫폼(Cfx.re/FiveM 등)을 통해서만 만들라고 못 박았다. 그 밖에도 록스타가 공식 출시하지 않은 콘솔·기기·플랫폼으로 게임을 이식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이 세 조항을 묶으면 결국 "원작이 만들어둔 틀 안에서만 놀아라"는 메시지로 요약된다. 지금까지 GTA5 모드 씬을 지탱해 온 대형 스토리 모드나 크로스오버 콘텐츠 상당수가 이 원칙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셈이다.

2원칙 — IP 침해 금지, 치트 메뉴와 무단 보이스도 대상

GTA6의 배경인 레오니다 주 해안 다리 위를 수상비행기가 날아가는 항공 시점 장면, 저 멀리 도심 스카이라인이 보인다
▲ 레오니다 주를 비롯한 록스타 IP를 무단으로 활용하거나 모드 승인처럼 보이게 하는 행위도 금지 대상이다. 사진: Rockstar Games

두 번째 원칙은 록스타 및 제3자의 지식재산권 침해를 겨냥한다. 온라인 서비스를 방해하는 치트 메뉴 제작·배포가 명시적으로 금지됐고, 록스타 IP를 사용해 해당 모드가 록스타 공식 승인을 받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행위도 금지 대상에 올랐다.

허가받지 않은 제3자 브랜드·음악·로고 삽입도 안 된다. 실존 브랜드 로고를 넣거나 라이선스 없는 음악을 모드에 넣는 식의 흔한 커스터마이징 관행이 이번 조항에 걸릴 수 있다.

성우 목소리와 관련된 규정도 새로 명문화됐다. 록스타 게임의 기존 보이스 연기를 무단으로 재사용·변형하는 것과, 실존 인물의 목소리·초상을 허가 없이 사용하는 것 모두 금지된다. 딥페이크나 AI 음성 합성을 활용한 모드가 늘어나는 흐름을 의식한 조항으로 풀이된다.

3·4원칙 — 커뮤니티 유해 콘텐츠 금지, 수익화는 크리에이터 플랫폼만

세 번째 원칙 "크리에이터 커뮤니티에 해를 끼치지 마라"는 콘텐츠 안전 기준에 가깝다. 록스타의 유저 규칙과 커뮤니티 가이드라인 준수를 전제로, 음란물, 폭력적 극단주의 옹호, 자해 조장 콘텐츠를 담은 모드를 금지했다. 괴롭힘·위협·협박 등 어떤 형태의 악의적 행위도 무관용 원칙이 적용된다고 명시했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실존하는 무장 조직을 묘사하는 분쟁 롤플레이나 군사 시뮬레이션을 제한한다는 조항이다. GTA 시리즈 특성상 현실 지정학적 갈등을 소재로 삼은 롤플레이 서버가 적지 않았던 만큼, 이 조항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될지가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마지막 네 번째 원칙 "승인되지 않은 수익화를 하지 마라"는 돈이 오가는 방식을 정면으로 겨냥한다. 유료 모드는 록스타가 승인한 디지털 스토어프론트를 통해서만 판매할 수 있고, 그 외 경로로 배포되는 모드는 반드시 무료여야 한다. 실사머니 도박, 루트박스, 가챠 방식의 확률형 아이템, 암호화폐·NFT 활용은 전면 금지됐고, 모드 안에 제3자 광고나 프로모션을 끼워 넣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종합하면 록스타는 "돈을 벌고 싶다면 우리가 만든 플랫폼 안에서만 벌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는 최근 몇 년 새 유료 모드·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싼 각종 소비자 분쟁과 규제 강화 흐름을 의식한 선제 조치로도 읽힌다.

"재미 없다" — 커뮤니티는 왜 반발하나

FiveM·RedM 개발사 Cfx.re의 공식 로고, 도로 표지판을 형상화한 아이콘과 함께 표기돼 있다
▲ 록스타게임스는 2023년 FiveM·RedM 개발사 Cfx.re를 인수해 비공식 롤플레이 모딩 생태계를 공식 편입시킨 바 있다. 사진: Rockstar Games

가이드라인이 공개되자 모딩 커뮤니티에서는 곧바로 불만이 쏟아졌다. 해외 게임 매체 게이밍바이블 보도에 따르면, 한 이용자는 이번 조치를 두고 "재미는 허용 안 된다는 규칙(a 'no fun' rule)"이라고 꼬집었고, 다른 이용자는 "커뮤니티를 죽이는 101가지 방법"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반발의 배경에는 GTA5의 성공 신화가 자리한다. 2013년 출시된 GTA5는 FiveM 같은 비공식 롤플레이 서버, 그래픽 개선 모드, 대형 총 변환 모드 등 방대한 팬 제작 콘텐츠에 힘입어 10년 넘게 판매 신기록을 경신해 왔다. 상당수 플레이어는 이런 자생적 생태계가 GTA5의 장수를 이끈 핵심 동력이었다고 본다.

일부 매체는 아이러니를 지적하기도 했다. GTA 시리즈 자체가 범죄·일탈을 소재로 삼는 게임인데, 정작 플레이어들의 창작 활동에는 촘촘한 규칙을 들이대는 모습이 모순적이라는 시각이다.

다만 이번 발표가 실제 단속으로 얼마나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반응도 있다. 정식 문서 형태의 정책은 회사 입장에서 저작권 침해 신고나 법적 조치에 나설 때 더 명확한 근거가 된다는 실무적 해석도 나온다. 즉 이번 가이드라인은 새로운 금지를 만들었다기보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묵인해 온 회색지대를 문서화해 집행력을 강화하려는 조치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GTA6과의 접점 — 모드 지원 확정은 아니다

영상: Rockstar Games 유튜브 채널

앞서 언급했듯, 록스타는 이번 가이드라인 페이지에서 GTA6을 별도로 지목하지 않았다. 해외 매체 트윅타운은 "록스타가 GTA6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정책을 GTA6이 모드를 공식 지원한다는 확인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짚었다.

대신 가이드라인은 GTA, 레드 데드 리뎀션을 비롯해 록스타가 보유한 모든 IP에 적용되는 포괄적 원칙으로 제시됐다. GTA6도 이 IP 목록에 포함되는 만큼, 향후 GTA6 PC판을 중심으로 모드 생태계가 형성될 경우 이 규칙이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는 해석이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GTA6은 오는 11월 19일 PS5·Xbox 시리즈X|S로 우선 출시되며, PC판 출시 시점은 아직 공식화되지 않았다. 콘솔 우선 출시 기조를 고려하면 대규모 모딩 생태계가 형성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지만, 록스타가 출시 두 달 전에 미리 규칙을 정리해 둔 것만큼은 분명한 신호로 읽힌다.

결국 이번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GTA6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록스타 IP 전반에서 무엇을 할 수 없는가"를 먼저 명확히 해 뒀다는 데 있다. GTA6 PC판과 모드 도구가 실제로 나올 때, 이번에 정리된 4대 원칙이 그 밑그림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