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게임을 설치하고 그래픽 옵션을 열면 낯선 단어가 스무 개쯤 쏟아진다. 앰비언트 오클루전, 테셀레이션, 스크린 스페이스 리플렉션 같은 것들이다. 대부분은 프리셋을 '높음'에 놓고 창을 닫는다. 그런데 그건 손해다. 이 항목들은 성능을 먹는 정도가 서로 열 배 넘게 차이난다. 어떤 것은 끄면 프레임이 30% 오르고, 어떤 것은 최대로 올려도 공짜다. 그 차이를 아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출발점 — 옵션은 취향이 아니라 배분이다

그래픽 옵션별 성능 소모를 막대 길이로 비교한 도표. 해상도와 레이트레이싱이 가장 무겁고 텍스처 품질과 후처리는 거의 부담이 없다
▲ 막대 길이가 상대적 성능 소모다. 그림: GamTrend

먼저 사고방식을 하나 바꾸자.

그래픽 옵션은 "화질을 얼마나 좋게 할까"의 문제가 아니다. 정해진 성능을 어디에 쓸까의 문제다.

GPU가 1초에 할 수 있는 계산량은 정해져 있다. 그림자에 많이 쓰면 다른 데 쓸 것이 줄어든다.

그래서 핵심 질문은 이것이다. 같은 성능을 썼을 때 눈에 가장 많이 들어오는 항목은 무엇인가.

여기서 프리셋의 한계가 드러난다.

'낮음·중간·높음·최고'는 모든 항목을 한꺼번에 올리고 내린다. 눈에 잘 띄는 항목과 안 띄는 항목을 구분하지 않는다.

특히 '울트라'는 가성비가 나쁜 구간으로 유명하다. 최고에서 울트라로 올리면 성능은 20~30% 떨어지는데 화면 차이는 정지 화면을 확대해야 겨우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요령은 이렇게 정리된다. 프리셋을 '높음'으로 놓고 시작한 뒤, 눈에 잘 띄는 몇 개만 올리고 안 띄는 몇 개는 내린다.

이 글은 그 판단에 필요한 재료를 항목별로 정리한다.

미리 결론을 말하면, 성능을 가장 많이 먹는 것은 해상도, 그림자, 레이트레이싱 세 가지다. 나머지는 대체로 그보다 훨씬 가볍다.

항목소모 자원성능 부담기본 전략
해상도 / 렌더 스케일 GPU 최대 모니터 규격 고정 · 업스케일링으로 조절
레이트레이싱 · 패스 트레이싱 GPU 매우 큼 업스케일링과 함께 켠다
그림자 품질 GPU 가장 먼저 한 단계 내린다
원경 · 식생 · LOD GPU 오픈월드가 아니면 낮춰도 무방
앰비언트 오클루전 · 반사 GPU 중간 중간 옵션이 가성비 최고
안티에일리어싱 GPU 작음 업스케일링이 대신한다
텍스처 품질 VRAM 거의 없음 여유되면 최대로
이방성 필터링 GPU 거의 없음 16배 고정
후처리 (블러·DOF·블룸) 거의 없음 거의 없음 취향대로 · 성능 조절용 아님

▲ 무엇을 소모하는지가 다르면 다루는 방식도 달라야 한다

해상도와 렌더 스케일 — 단 하나의 가장 무거운 항목

레드 데드 리뎀션 2에서 해질녘 황금빛 초원을 말 두 마리가 지나가고 멀리 나무와 울타리가 늘어선 장면
▲ 화면에 그려야 할 픽셀 수가 늘면 다른 모든 항목의 비용도 함께 늘어난다. 사진: Rockstar Games

가장 무거운 항목부터 본다. 해상도다.

이유는 단순하다. 다른 옵션들은 픽셀 하나당 비용을 결정하는데, 해상도는 픽셀의 개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1080p는 약 207만 픽셀, 1440p는 약 369만, 4K는 약 830만이다. 1080p에서 4K로 가면 계산량이 네 배가 된다.

그래서 해상도를 한 단계 낮추는 것은 다른 옵션 열 개를 내리는 것보다 효과가 크다.

여기서 렌더 스케일(해상도 배율)이라는 항목이 나온다.

이건 화면 크기는 유지하되 실제로 그리는 해상도만 조절하는 옵션이다. 4K 모니터에서 렌더 스케일을 50%로 두면 1080p로 그린 뒤 늘려서 표시한다.

요즘은 이 역할을 DLSS·FSR·XeSS가 대신한다. 단순히 늘리는 대신 AI로 복원하기 때문에 화질 손실이 훨씬 적다.

실전 기준은 이렇다. 해상도는 모니터 규격에 맞춰 고정하고, 성능은 업스케일링으로 조절한다.

모니터가 1440p인데 게임을 1080p로 돌리면 화면이 늘어나면서 전체가 흐려진다. 그보다는 1440p를 유지한 채 업스케일링을 퀄리티로 켜는 편이 낫다.

결과적으로 요즘 PC 게임에서 해상도 항목은 거의 건드릴 일이 없는 옵션이 됐다.

안티에일리어싱 — 계단현상을 없애는 네 가지 방법

MSAA FXAA SMAA TAA 네 가지 안티에일리어싱의 원리와 성능 부담, 부작용을 나란히 비교한 표
▲ 네 가지는 원리부터 다르다. 그림: GamTrend

화면 속 비스듬한 선을 확대해 보면 계단처럼 각져 있다. 픽셀이 네모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이걸 에일리어싱이라 하고, 없애는 기술을 안티에일리어싱(AA)이라고 한다. 옵션에 영어 약자가 여러 개 뜨는데 원리가 서로 다르다.

MSAA는 가장 정직한 방식이다. 가장자리 부분만 여러 번 계산해서 평균을 낸다.

결과는 깨끗하지만 매우 무겁다. 게다가 요즘 게임이 쓰는 렌더링 구조와 궁합이 나빠서, 최근 게임에는 아예 항목이 없는 경우가 많다.

FXAA는 정반대다. 완성된 화면에서 각진 부분을 찾아 뭉개 버린다.

매우 가볍다는 것이 장점이고, 화면 전체가 흐려진다는 것이 단점이다. 텍스트와 먼 배경까지 같이 뭉개진다.

SMAA는 FXAA의 개선판이다. 비슷하게 가벼우면서 덜 흐리다. 선택지에 있다면 FXAA보다 우선한다.

TAA가 현재의 표준이다. 이전 프레임들을 겹쳐서 계단을 없앤다.

정지 화면에서는 결과가 매우 좋다. 문제는 움직일 때다. 재료가 과거 프레임이다 보니 빠르게 움직이면 잔상이 남고 뭉개진다.

"요즘 게임이 예전보다 흐릿하다"는 인상의 상당 부분이 여기서 나온다.

그래서 최근의 해법은 DLAA나 업스케일링의 안티에일리어싱 기능을 대신 쓰는 것이다. 같은 시간축 원리를 쓰되 AI 모델이 복원하기 때문에 결과가 훨씬 낫다.

실전 정리. DLSS·FSR·XeSS를 켤 수 있으면 그것이 안티에일리어싱을 겸한다. 별도 AA 항목은 끄거나 낮게 두면 된다.

방식원리성능 부담부작용
MSAA 가장자리를 여러 번 계산해 평균 매우 무거움 최근 렌더링 구조와 궁합이 나빠 항목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음
FXAA 완성된 화면에서 각진 곳을 뭉갬 매우 가벼움 화면 전체가 흐려짐 (텍스트·먼 배경까지)
SMAA FXAA의 개선판 가벼움 FXAA보다 덜 흐림 — 선택지에 있으면 우선
TAA 이전 프레임들을 겹침 보통 움직일 때 잔상·뭉개짐 — 현재 표준
DLAA / 네이티브 AA TAA와 같은 원리 + AI 복원 보통 현재 가장 나은 선택

▲ 업스케일링을 켤 수 있다면 별도 AA 항목은 끄거나 낮게 둔다

텍스처 품질 — GPU가 아니라 VRAM을 먹는다

레드 데드 리뎀션 2에서 판초를 입은 남성과 코트를 입은 남성이 눈 덮인 산길을 걸어 내려오는 장면
▲ 옷감의 짜임이나 눈 결정 같은 표면 정보가 텍스처다. 사진: Rockstar Games

이 항목은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반드시 알아 두면 이득인 부분이다.

텍스처는 3D 모델 표면에 입히는 그림이다. 옷감의 짜임, 벽돌의 거칠기, 금속의 흠집 같은 것들이다.

품질을 올리면 이 그림의 해상도가 올라간다.

핵심은 이것이다. 텍스처 품질은 GPU 연산을 거의 쓰지 않는다. 대신 VRAM 용량을 쓴다.

그림을 미리 메모리에 올려 두고 갖다 쓰는 방식이라, 자리만 있으면 큰 그림이든 작은 그림이든 비용이 비슷하다.

그래서 원칙은 명확하다. VRAM이 허용하는 한 최대로 올린다. 화질 향상은 즉시 눈에 보이는데 프레임은 거의 안 떨어진다. 사실상 공짜다.

다만 넘어가면 대가가 크다. VRAM이 부족해지면 시스템 메모리를 대신 쓰는데, 이때 순간적으로 화면이 멈추는 현상이 생긴다.

이걸 스터터링이라고 한다. 평균 프레임은 멀쩡한데 게임이 툭툭 끊긴다면 이쪽을 의심할 만하다.

요즘 기준으로 대략적인 감은 이렇다. 8GB는 1080p, 12GB는 1440p, 16GB 이상은 4K에서 텍스처를 최대로 두기에 무난한 선이다.

특히 최근 게임들은 텍스처 요구량이 빠르게 늘고 있어, VRAM 8GB 그래픽카드에서는 이 항목을 한 단계 낮춰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림자 — 두 번째로 무거운 항목

레드 데드 리뎀션 2에서 안개 낀 강 위 카누에 탄 두 사람이 있고 강변에 불 켜진 오두막과 초승달이 보이는 야간 장면
▲ 그림자와 조명은 장면의 분위기를 결정하지만 비용도 그만큼 크다. 사진: Rockstar Games

성능을 먹는 순위에서 해상도 다음이 대체로 그림자다.

이유는 구조에 있다. 그림자를 만들려면 광원 쪽에서 장면을 한 번 더 그려야 한다. 태양에서 본 화면을 따로 렌더링해 두고, 그 정보로 어디가 가려졌는지 판단한다.

즉 그림자를 만드는 광원이 늘어날수록 장면을 그리는 횟수 자체가 늘어난다.

옵션의 '그림자 품질'이 조절하는 것은 주로 두 가지다.

첫째, 그림자 맵의 해상도다. 낮으면 그림자 가장자리가 뭉툭하고 각져 보인다.

둘째, 그림자가 그려지는 거리다. 낮추면 가까운 물체만 그림자를 갖고, 먼 곳은 그림자가 사라지거나 걸어갈 때 갑자기 나타난다.

실전 판단은 이렇다. 프레임이 부족하면 가장 먼저 손대는 항목이다.

'최고'에서 '중간'으로 내리면 상당한 프레임을 확보할 수 있는데, 실제 플레이 중에 그 차이를 알아채기는 쉽지 않다.

다만 완전히 끄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그림자가 없으면 물체가 바닥에 붙어 있지 않고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공간감 자체가 무너진다.

정리하면 그림자는 끄는 항목이 아니라 낮추는 항목이다.

앰비언트 오클루전 — 이름은 어렵지만 하는 일은 단순하다

옵션 창에서 가장 이름이 어려운 항목 중 하나다. SSAO, HBAO+, GTAO 같은 약자로 뜬다.

하는 일은 의외로 단순하다. 구석을 어둡게 만든다.

현실에서 벽과 바닥이 만나는 모서리, 책상 밑, 물체가 바닥에 닿는 부분은 주변보다 어둡다. 사방에서 오는 간접광이 막히기 때문이다.

게임의 기본 조명 계산은 이걸 표현하지 못한다. 그래서 따로 계산해서 덧칠하는 것이 앰비언트 오클루전이다.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이 항목을 끄면 장면 전체가 납작하고 붕 뜬 느낌이 된다. 물체들이 배경에 붙어 있는 스티커처럼 보인다.

방식별 차이는 정확도와 비용이다.

SSAO가 가장 오래되고 가볍다. 대신 어두워지는 범위가 부정확하고 물체 주변에 거뭇한 테두리가 생기기도 한다.

HBAO+는 그보다 정확하고, GTAO는 더 자연스럽다. 최근 게임은 대체로 GTAO 계열을 쓴다.

성능 부담은 중간 정도다. 그림자만큼 무겁지는 않다.

실전 기준. 끄지 말고, 대신 가장 무거운 방식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중간 옵션이 가성비가 가장 좋은 항목에 속한다.

전역 조명과 레이트레이싱 — 진짜 무거운 쪽

검은 신화 오공에서 노란 은행나무 아래 황금빛으로 빛나는 거대한 짐승형 적이 기와 건물 앞에서 돌진하는 장면
▲ 빛이 튕기며 주변을 물들이는 표현이 전역 조명이다. 사진: Game Science

이제 가장 무거운 영역이다.

전역 조명(GI, Global Illumination)빛이 튕기는 것을 계산한다.

붉은 카펫이 깔린 방에서는 벽면이 살짝 붉게 물든다. 빛이 카펫에 반사돼 벽에 닿기 때문이다. 이런 간접광을 표현하는 것이 전역 조명이다.

예전에는 이걸 미리 구워 두는 방식으로 처리했다. 개발 단계에서 계산해 텍스처에 저장해 두는 것이다. 성능은 공짜지만 조명이 바뀌면 어긋난다.

레이트레이싱은 이걸 실시간으로 계산한다. 빛의 경로를 실제로 추적한다.

그래서 이 옵션은 대체로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다. 부담이 작은 순서대로 보면 이렇다.

레이트레이싱 그림자 — 그림자 가장자리가 거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퍼진다. 비교적 가볍다.

레이트레이싱 반사 — 뒤에서 설명할 반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다. 체감 차이가 가장 큰 항목이다.

레이트레이싱 전역 조명 — 무겁지만 장면 전체의 인상을 바꾼다.

패스 트레이싱 — 조명 전체를 통째로 추적한다. 가장 무겁다. 최상위 그래픽카드에서도 업스케일링과 프레임 생성 없이는 감당하기 어렵다.

판단 기준을 하나 주면 이렇다. 레이트레이싱을 켜려면 업스케일링을 함께 켜는 것이 전제다.

그리고 게임을 가린다. 어두운 실내와 물이 많은 게임에서는 차이가 극적이고, 밝은 야외 위주 게임에서는 켜 놓고도 못 알아채는 경우가 흔하다.

반사 — 스크린 스페이스가 무엇을 못 하는가

포르자 호라이즌 5에서 비 내리는 도로를 은색과 파란색 스포츠카가 헤드라이트를 켜고 달리는 장면
▲ 젖은 노면의 반사는 스크린 스페이스 방식의 한계가 가장 잘 드러나는 상황이다. 사진: Xbox Game Studios

SSR(Screen Space Reflections)은 옵션에서 자주 보이는데, 이름 안에 한계가 그대로 들어 있다.

이 기술은 화면에 이미 보이는 것만 반사에 쓸 수 있다.

웅덩이에 하늘이 비치는 장면을 떠올려 보자. 하늘이 화면 안에 있으면 반사된다.

그런데 카메라 뒤에 있는 물체는 반사되지 않는다. 화면에 없으니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SSR에서는 특유의 현상이 나타난다. 캐릭터가 웅덩이에 비치다가 카메라를 조금 돌리면 반사가 사라진다.

화면 가장자리에서 반사가 뭉텅 잘려 나가는 것도 같은 이유다.

레이트레이싱 반사는 이 문제를 원리적으로 해결한다. 화면 밖 물체도 반사에 포함된다.

그래서 레이트레이싱 옵션 중에서 가장 먼저 켜 볼 만한 것이 반사다. 비 온 뒤 도로, 유리 건물, 실내 대리석 바닥에서 차이가 즉시 보인다.

반대로 사막이나 숲처럼 반사면이 적은 배경에서는 켜 놓고도 성능만 잃는다.

정리하면, 반사 관련 옵션은 게임의 배경이 무엇으로 채워져 있는지를 보고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원경 처리 — 드로우 디스턴스, LOD, 테셀레이션

마이크로소프트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2024에서 붉은 구조 헬기가 산 위를 날고 아래 계곡과 눈 덮인 산맥이 멀리까지 펼쳐진 장면
▲ 멀리 있는 지형을 어디까지 그릴지가 원경 옵션이다. 사진: Microsoft

오픈월드 게임에 특히 영향이 큰 항목들이다. 이름은 게임마다 다르지만 원리는 같다.

드로우 디스턴스(시야 거리)는 얼마나 먼 곳까지 물체를 그릴지를 정한다.

낮추면 멀리 있는 나무나 건물이 다가갈 때 갑자기 나타난다. 이 현상을 팝인(pop-in)이라고 한다.

LOD(Level of Detail)는 거리에 따라 모델의 정밀도를 바꾸는 기법이다.

멀리 있는 나무는 잎을 하나하나 그릴 필요가 없다. 그래서 거리별로 단순한 모델을 준비해 두고 바꿔 끼운다.

LOD 품질을 올리면 모델이 바뀌는 지점이 멀어지고 전환이 덜 눈에 띈다. 낮추면 걸어갈 때 물체 모양이 툭툭 바뀌는 것이 보인다.

테셀레이션은 조금 다르다. 평평한 표면을 잘게 쪼개 실제 굴곡을 만든다.

돌담이나 자갈길이 대표적이다. 테셀레이션이 꺼져 있으면 그림으로만 울퉁불퉁해 보이고, 켜면 실제로 튀어나온다. 옆에서 보면 차이가 확실하다.

식생 밀도도 같은 계열이다. 풀과 덤불을 얼마나 촘촘히 심을지를 정한다. 오픈월드에서는 이 항목 하나가 상당한 성능을 먹는다.

실전 기준. 1인칭이나 좁은 시야의 게임이라면 원경 옵션은 낮춰도 손해가 적다. 반대로 풍경을 보는 재미가 큰 오픈월드라면 여기에 성능을 쓰는 편이 남는 장사다.

후처리 — 대체로 가볍고, 대체로 취향의 문제다

포르자 호라이즌 5에서 흰색 콜벳이 좁은 골목을 달리고 배경의 벽과 건물이 속도감 있게 흐려진 장면
▲ 배경이 흐려지는 표현이 모션 블러다. 사진: Xbox Game Studios

장면을 다 그린 뒤 마지막에 덧씌우는 효과들이다. 공통점이 있다. 대체로 가볍다. 그래서 성능 조절용으로는 효율이 낮다.

대신 화면의 인상을 크게 바꾸므로 취향에 맞춰 조절할 가치가 있다.

모션 블러는 움직일 때 화면을 흐리게 만든다. 논쟁이 가장 많은 항목이다.

구분이 필요하다. 카메라 모션 블러는 시점을 돌릴 때 화면 전체가 흐려진다. 오브젝트 모션 블러는 움직이는 물체만 흐려진다.

후자는 대체로 무해하고 자연스럽다. 문제가 되는 것은 전자다. 멀미를 유발하고 반응성이 나빠진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다만 프레임이 낮을 때는 도움이 된다. 30프레임대에서 모션 블러는 끊김을 덮어 준다. 반대로 120프레임 이상에서는 없는 편이 낫다.

피사계 심도(DOF)는 초점 밖을 흐리게 만든다. 대화 장면에서 배경이 뭉개지는 효과다. 영화적이지만 게임 중에는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블룸은 밝은 부분이 번지는 효과다. 과하면 화면이 뿌옇게 되고, 아예 없으면 광원이 밋밋해진다.

필름 그레인은 필름 입자 노이즈, 색수차는 화면 가장자리 색 번짐, 비네팅은 모서리를 어둡게 하는 효과다.

이 셋은 일부러 화질을 떨어뜨려 분위기를 만드는 항목이다. 호러 게임에서는 효과적이지만, 선명한 화면을 원한다면 꺼도 무방하다.

성능에는 거의 영향이 없으므로, 이 구간은 순수하게 보고 싶은 대로 맞추면 된다.

화면 표시 — 수직동기화, 티어링, 그리고 가변 주사율

티어링과 수직동기화, 가변 주사율을 비교한 도식과 셋을 함께 쓰는 정석 조합 3단계 안내
▲ 가변 주사율 + 프레임 제한 + 수직동기화가 정석 조합이다. 그림: GamTrend

여기서부터는 그래픽 품질이 아니라 화면에 어떻게 내보낼지의 문제다. 체감에 미치는 영향은 오히려 이쪽이 클 수 있다.

먼저 티어링(화면 찢어짐)이다.

모니터는 정해진 간격으로 화면을 갱신한다. 60Hz라면 1초에 60번이다.

그런데 GPU는 자기 속도로 프레임을 만든다. 모니터가 화면을 그리는 도중에 새 프레임이 도착하면, 위쪽은 이전 프레임, 아래쪽은 새 프레임이 표시된다. 가로로 어긋난 선이 보이는 것이 이 때문이다.

수직동기화(V-Sync)는 이걸 막는다. GPU가 모니터 갱신 주기를 기다렸다가 프레임을 내보낸다.

티어링은 사라지지만 대가가 있다. 입력 지연이 늘어난다.

더 큰 문제도 있다. 프레임이 주사율을 못 맞추면 절반으로 뚝 떨어지는 경우가 생긴다. 60Hz에서 59프레임이 나오면 30으로 내려가는 식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가변 주사율(VRR)이다. 엔비디아의 지싱크, AMD의 프리싱크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건 발상이 반대다. GPU가 모니터를 기다리는 대신, 모니터가 GPU에 맞춰 갱신 속도를 바꾼다.

티어링이 없으면서 지연도 거의 늘지 않는다. 모니터가 지원한다면 켜 두는 것이 맞다.

여기에 정석으로 통하는 조합이 있다. 가변 주사율을 켜고, 프레임 제한을 모니터 주사율보다 3프레임 정도 낮게 걸고, 수직동기화도 함께 켜는 방식이다.

144Hz 모니터라면 141프레임으로 제한하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가변 주사율 범위를 벗어나지 않아 티어링도 없고 지연도 최소화된다.

프레임 제한 자체도 유용하다. 필요 이상으로 프레임을 뽑으면 발열과 소음, 전력만 늘어난다. 노트북과 휴대용 기기에서는 배터리에 직결된다.

설정티어링입력 지연프레임 급락 위험
아무것도 안 켬 발생 최소 없음
수직동기화만 없음 증가 있음 (주사율 미달 시 절반으로)
가변 주사율 + 프레임 제한 + V싱크 없음 거의 없음 없음

▲ 모니터가 가변 주사율을 지원한다면 세 번째 조합이 정답이다

⚙️프레임 제한값은 주사율보다 3 정도 낮게 잡는다. 144Hz 모니터라면 141프레임이다. 이렇게 하면 가변 주사율 범위를 벗어나지 않아 수직동기화가 개입할 일이 없어진다.

HDR — 켜기 전에 확인해야 할 것

HDR은 옵션에 있다고 무조건 켜면 되는 항목이 아니다. 잘못 켜면 화면이 오히려 나빠진다.

먼저 개념부터. HDR은 해상도와 무관하다. 표현할 수 있는 밝기의 폭을 넓히는 기술이다.

일반(SDR) 화면에서는 태양도, 형광등도, 흰 종이도 결국 같은 '흰색'으로 표시된다. 위쪽이 막혀 있기 때문이다.

HDR은 그 천장을 올린다. 어두운 부분은 어둡게 유지하면서 밝은 부분만 훨씬 밝게 낼 수 있다.

문제는 모니터가 실제로 그럴 능력이 있느냐다.

여기서 확인할 것이 최대 밝기다. HDR 인증 중 가장 낮은 등급은 사실상 SDR 모니터가 HDR 신호를 받기만 하는 수준에 가깝다.

이런 모니터에서 HDR을 켜면 밝기 폭이 넓어지는 게 아니라, 어두운 부분이 뭉개지고 전체가 뿌옇게 보이는 경우가 많다.

실제 효과를 보려면 최소 600니트 이상, 가급적 1000니트 이상의 밝기와 구역별 조명 제어가 필요하다. OLED는 밝기 수치가 낮아도 검정 표현이 완벽해 HDR 체감이 좋은 편이다.

PC에서는 절차도 하나 더 있다. 윈도우 설정에서 HDR을 먼저 켜야 게임의 HDR이 정상 작동한다.

그리고 윈도우 HDR을 켜면 일반 화면(웹 브라우저, 문서)이 흐릿하고 색이 빠져 보이는 부작용이 흔하다. 최근 윈도우는 이 부분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불만이 나온다.

결론. 모니터가 제대로 된 HDR을 지원하면 켠다. 아니면 끄는 편이 낫다. 애매하면 같은 장면을 켜고 끄고 번갈아 보면서 직접 비교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확인 항목기준아니라면
모니터 최대 밝기 600니트 이상 (권장 1000니트 이상) 어두운 부분이 뭉개지고 화면이 뿌옇게 보임
구역별 조명 제어 / OLED 지원 밝기 대비가 살지 않음
윈도우 HDR 설정 먼저 켜야 게임 HDR이 정상 작동 게임에서 켜도 적용되지 않음
일반 화면 확인 웹·문서가 흐려지지 않는지 필요할 때만 켜는 편이 나음

▲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확인한다. 하나라도 아니면 끄는 편이 낫다

시야각(FOV) — 화질이 아니라 몸에 영향을 준다

그래픽 옵션에 있지만 성격이 다른 항목이다. 화질이 아니라 편안함의 문제다.

시야각은 화면에 한 번에 담기는 범위를 정한다. 값이 높을수록 좌우로 넓게 보이고, 대신 화면 중앙의 물체는 작아진다.

여기서 실제 문제가 발생한다. 시야각이 좁으면 멀미가 난다.

이유는 감각의 불일치다. 좁은 시야각에서는 시점을 조금만 돌려도 화면이 크게 휙 움직인다. 눈은 큰 움직임을 보고하는데 몸은 가만히 있으니 뇌가 혼란을 겪는다.

콘솔 게임이 기본값을 좁게 잡는 경우가 많은 이유가 있다. TV를 멀리서 보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PC는 모니터를 가까이 둔다. 같은 값이 훨씬 답답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PC판에 시야각 조절이 들어가는 것이다.

1인칭 게임 기준으로 90~100도 사이가 무난한 출발점이다. 어지럽다면 올려 보고, 화면 가장자리가 왜곡돼 보이면 내리면 된다.

성능에는 영향이 있다. 시야각을 넓히면 화면에 담기는 물체가 늘어나므로 프레임이 조금 떨어진다. 다만 그 대가로 얻는 것이 플레이를 계속할 수 있는 상태라면 충분히 지불할 만하다.

게임을 30분 이상 하기 어렵다면 그래픽 옵션보다 이 항목부터 확인해 보는 것이 순서다.

실전 — 프레임이 부족할 때 끄는 순서

프레임이 부족할 때 끄는 순서 6단계와 건드리지 말아야 할 항목, 확인 방법을 정리한 도표
▲ 위에서부터 차례로 적용한다. 그림: GamTrend

지금까지 내용을 실행 순서로 바꾸면 이렇게 된다. 위에서부터 차례로 적용하면 된다.

1단계 — 업스케일링을 켠다. DLSS·FSR·XeSS 중 되는 것을 퀄리티로 켠다. 대부분의 경우 가장 큰 효과를 가장 적은 화질 손실로 얻는다.

2단계 — 레이트레이싱을 끈다. 켜 뒀다면 여기서 크게 회수된다. 다 끄기 아깝다면 반사만 남긴다.

3단계 — 그림자를 한 단계 내린다. '최고'를 '높음'이나 '중간'으로. 체감 대비 회수량이 가장 좋은 구간이다.

4단계 — 원경과 식생을 내린다. 오픈월드라면 여기서 상당한 프레임이 나온다.

5단계 — 앰비언트 오클루전과 반사를 한 단계 내린다. 끄지는 않는다.

6단계 — 그래도 부족하면 업스케일링을 밸런스드나 퍼포먼스로 내린다.

반대로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도 정리해 둔다.

텍스처 품질은 VRAM만 넉넉하면 최대로 둔다. 성능을 거의 안 먹는데 화질 기여가 가장 크다.

이방성 필터링도 마찬가지다. 비스듬히 보이는 바닥의 선명도를 결정하는데, 최신 그래픽카드에서는 사실상 공짜에 가깝다. 16배로 두면 된다.

후처리 항목은 성능 조절용으로 쓰지 않는다. 취향대로 둔다.

마지막으로 하나. 옵션을 바꾼 뒤에는 반드시 실제 플레이 장면에서 확인한다.

메뉴 화면이나 시작 지점은 부하가 낮다. 전투가 벌어지고 파티클이 튀는 장면, 도시 한가운데처럼 가장 무거운 구간에서 프레임을 봐야 의미가 있다.

순서조치기대 효과화질 손실
1 업스케일링을 켠다 (퀄리티) 매우 큼 작음
2 레이트레이싱을 끈다 (반사만 남기기 가능) 매우 큼 게임에 따라 큼
3 그림자를 한 단계 내린다 거의 못 느낌
4 원경 · 식생을 내린다 오픈월드에서 큼 중간
5 앰비언트 오클루전 · 반사를 한 단계 중간 작음
6 업스케일링을 밸런스드/퍼포먼스로 중간 (해상도에 따라)

▲ 1단계부터 순서대로 적용하고, 충분해지면 멈춘다

옵션을 바꾼 뒤에는 반드시 실제 플레이 장면에서, 움직이면서 확인한다. 메뉴 화면이나 시작 지점은 부하가 낮고, 업스케일링과 안티에일리어싱의 약점은 정지 화면에서는 드러나지 않는다.

정리 — 결국 확인해야 하는 것은 세 가지다

용어를 다 외울 필요는 없다. 판단에 필요한 것은 세 가지 질문이다.

첫째, 이 항목은 무엇을 소모하는가.

GPU 연산을 먹는 항목(그림자, 레이트레이싱, 원경)과 VRAM을 먹는 항목(텍스처), 거의 아무것도 안 먹는 항목(후처리)은 다루는 방식이 달라야 한다.

둘째, 이 게임에서 그 항목이 보이는가.

반사 옵션은 비 오는 도시에서는 결정적이고 사막에서는 무의미하다. 식생 밀도는 오픈월드에서 중요하고 실내 게임에서는 의미가 없다.

장르와 배경을 보고 성능을 몰아줄 곳을 정하는 것이 프리셋보다 언제나 낫다.

셋째, 움직이면서 확인했는가.

정지 화면으로 비교하면 대부분의 차이가 실제보다 커 보인다. 안티에일리어싱과 업스케일링의 약점은 반대로 움직일 때만 드러난다.

이 세 가지만 챙기면 옵션 창은 더 이상 암호가 아니다.

덧붙이면, 그래픽 옵션은 한 번 맞춰 놓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게임마다 최적화 수준이 다르고, 패치로 바뀌기도 한다.

새 게임을 켤 때마다 5분만 투자하는 습관이 결과적으로 가장 큰 차이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