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스컴의 화려한 대형 부스 뒤편에는 개발자들만의 행사가 따로 열린다. 유럽 최대 게임 산업 종사자 컨퍼런스인 게임스컴 데브다. 올해 이곳의 게임스컴 데브 어워드 후보 명단에 한국 인디 게임 하나가 두 번 이름을 올렸다. 신라 화랑 설화를 소재로 한 2D 보스러시 액션 '남모(NAMMO)'다. 결과부터 말하면 두 부문 모두 수상은 불발됐다. 다만 대학 동아리 연합에서 출발한 팀이 국제 어워드 최종 후보까지 올라갔다는 사실 자체는 남는다.
배신으로 시력을 잃은 주인공, 영혼을 흡수해 싸운다
'남모'는 신라 왕조의 '원화' 제도와 화랑 설화에서 출발한다. 실제 기록에 남은 인물 이름을 그대로 제목으로 쓴 셈이다.
주인공은 배신을 당해 시력을 잃는다. 대신 '영혼의 눈'이라 불리는 능력을 얻어 정신 세계로 진입할 수 있게 된다.
전투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쓰러뜨린 적의 영혼을 흡수해 그 기술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보스를 잡을 때마다 플레이어가 쓸 수 있는 수단 자체가 바뀌는 구조다.
장르는 2D 횡스크롤 보스러시 액션이다. 잡몹 구간을 길게 늘이는 대신 보스전을 연달아 배치하는, 최근 인디 액션에서 자주 보이는 밀도 높은 설계를 택했다.
게임을 먼저 알린 건 그래픽이었다
남모가 두 부문 중 하나로 비주얼 엑설런스 어워드(Visual Excellence Award) 후보에 오른 이유는 화면을 한 장만 봐도 짐작이 간다.
픽셀 아트도, 흔한 셀 셰이딩도 아니다. 전통 회화의 붓질과 금박, 단청의 색감을 그대로 화면에 옮겼다. 거대한 금빛 불상이 손을 벌리고 있고 그 손바닥 위에 작은 주인공이 서 있는 구도 같은 장면은, 한국 관객에게는 익숙하고 서구권 관객에게는 낯설다.
이 낯섦이 국제 행사에서는 강점으로 작동한다. 인디 엑스포 부문 심사에서 시각적 개성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후보 선정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같은 부문 경쟁작은 '클리프 킹덤(Cliff Kingdom)'과 '머더(MUTTER)'다.
두 번째 후보 부문은 '가장 유망한 게임'
남모는 모스트 프로미싱 게임(Most Promising Game) 부문에도 이름을 올렸다. 완성도보다 잠재력을 보는 부문이다.
경쟁작은 '카드 앤드 캐넌스(Card & Cannons)'와 '호프 인 더 시티(Hope in the City)'다. 이 중 호프 인 더 시티는 네 개 인디 부문 가운데 세 곳에 이름을 올린 이번 어워드의 최다 후보작이다.
게임스컴 데브 어워드는 총 여섯 개 부문으로 구성된다. 인디 엑스포 출품작을 대상으로 하는 네 개 부문(비주얼 엑설런스, 모스트 이노베이티브 게임, 베스트 사운드 디자인, 모스트 프로미싱 게임)과, 컨퍼런스 연사 커뮤니티가 직접 뽑는 두 개 부문(올해의 앰배서더, 게임 디자인 엑설런스)이다.
각 부문 후보는 세 개씩이다.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전체 출품작 가운데 상위권이라는 뜻이다.
대학 동아리 연합에서 법인까지 — 길드 스튜디오
개발사 길드 스튜디오는 2022년 대학 게임 개발 동아리들의 연합으로 출발했다. 정식 법인이 된 건 2024년 1월이다.
출발점을 감안하면 국제 어워드 2관왕 후보라는 결과는 이례적이다. 대형 퍼블리셔의 마케팅 지원 없이 게임 자체의 인상만으로 심사를 통과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출시 목표 시점은 여유가 있는 편이다. 스팀 페이지에는 2027년 3분기가 적혀 있다. 후보 선정이 곧바로 판매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개발 기간 내내 유지해야 할 관심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올해 게임스컴 한국관에는 남모 외에도 인디 스튜디오 열 곳이 참가했다. 대기업 신작 위주였던 예년 구도와 달라진 지점이다.
결과 — 두 부문 모두 다른 작품에
시상식은 예정대로 8월 24일 쾰른 콘펙스 키노트 스테이지에서 열렸다.
남모가 후보에 오른 두 부문의 결과는 이렇다. 비주얼 엑설런스는 'MUTTER'(데들리크로우 게임스), 모스트 프로미싱 게임은 'Cards & Cannons'(플레임헤드 게임스)가 가져갔다.
비주얼 부문에서 남모를 제친 MUTTER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내러티브 호러다. 전시 중인 영국을 배경으로, 아홉 살 소년이 어머니가 서서히 괴물로 변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이야기다. 남모의 전통 회화 질감과는 정반대 방향이지만, 둘 다 '흔치 않은 화면'으로 승부했다는 점은 같다.
나머지 부문에서는 모스트 이노베이티브 게임에 'PRAVDA(concept25)', 베스트 사운드 디자인에 'INVASIA'가 선정됐다.
연사 커뮤니티가 뽑는 두 부문도 눈길을 끈다. 게임 디자인 엑설런스는 지난해 화제작 '블루 프린스'가 받았고, 앰배서더상은 텐센트 게임즈의 아미르 사트밧에게 돌아갔다. 업계 종사자들의 구직과 재취업을 돕는 활동을 이어온 인물이다.
부문당 후보가 셋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남모의 확률은 산술적으로 3분의 1씩이었다. 두 번 모두 비껴간 셈이다.
| 부문 | 수상작(수상자) |
|---|---|
| 비주얼 엑설런스 | MUTTER (DeadlyCrow Games) |
| 모스트 이노베이티브 게임 | PRAVDA(concept25) (Floating Stone Studio) |
| 모스트 프로미싱 게임 | Cards & Cannons (Flamehead Games) |
| 베스트 사운드 디자인 | INVASIA (Rocat Games) |
| 게임 디자인 엑설런스 (연사 선정) | Blue Prince (Dogubomb / Raw Fury) |
| 앰배서더 (연사 선정) | 아미르 사트밧 (텐센트 게임즈) |
▲ 게임스컴 데브 어워드 2026 전 부문 수상 결과 · 2026년 8월 24일
그래도 남는 것 — 출시까지 2년이 남았다
수상이 불발됐다고 해서 이번 후보 선정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남모의 스팀 출시 목표는 2027년 3분기다. 아직 2년 가까이 남았다. 이 기간 내내 유지해야 할 관심을 국제 무대에서 확보했다는 점이 실질적인 소득이다.
대형 퍼블리셔의 마케팅 없이 게임 자체의 인상만으로 최종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도 그대로 남는다. 심사는 인디 엑스포 출품작 전체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올해 게임스컴 한국관에는 남모 외에도 인디 스튜디오 열 곳이 참가했다. 대기업 신작 위주였던 예년 구도와 달라진 지점이다.
본 행사는 8월 26일부터 30일까지 이어진다. 소비자 대상 게임스컴 어워드 수상작은 28일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