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6일 마이크로소프트가 Xbox 사업부에 대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을 발표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하지만 파장은 가라앉기는커녕 오히려 커지는 모양새다. 감원의 직격탄을 맞은 베데스다 게임 스튜디오(Bethesda Game Studios) 노조가 공개 항의에 나섰고, 캐나다 몬트리올에서는 해고 통보 방식을 둘러싼 논란까지 불거졌다. 여기에 엘더스크롤6 개발 지연을 걱정하는 현장의 목소리까지 겹치며, 이번 구조조정은 단순한 '숫자'를 넘어선 후폭풍을 낳고 있다.
다시 보는 발표 — 3,200명 감원과 스튜디오 4곳 매각
먼저 지난주 발표 내용을 간단히 짚고 넘어가자. 신임 Xbox CEO 아샤 샤르마(Asha Sharma)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2027 회계연도까지 약 3,200개 직무를 감축하며, 이 중 1,600명은 즉시 해고한다고 밝혔다. Xbox 전체 인력의 약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는 "우리 사업은 지금 건강하지 않다"며 "비교 가능한 플랫폼·퍼블리싱 사업 대비 3~10배 낮은 마진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이례적으로 직설적인 진단을 내놓았다.
이 과정에서 닌자 시어리(Ninja Theory)와 언데드 랩스(Undead Labs)는 새로운 소유주에게 매각됐고, 컴펄전 게임즈와 더블 파인 프로덕션은 독립 스튜디오로 전환됐다. Xbox 측은 "발표된 1st-party 게임의 취소는 없다"고 강조했지만, 액티비전·베데스다(제니맥스)·블리자드·킹·모장 전반에 걸쳐 추가 인력 감축이 이뤄진다고 확인한 바 있다.
유독 베데스다·id 소프트웨어가 아팠던 이유
이번 감원에서 유독 눈에 띄는 곳이 베데스다 계열이다. 해외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베데스다 게임 스튜디오와 제니맥스(ZeniMax) 전반에서 노조원 약 440명이 영향을 받았다. 둠(DOOM) 시리즈로 잘 알려진 id 소프트웨어는 전체 인력의 약 절반이 해고된 것으로 전해졌고, 어보디드(Avowed)를 만든 옵시디언 엔터테인먼트도 60~70명 규모의 인력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도됐다.
CWA(미국통신노동조합) 제6지구 부회장 데릭 포스베이스(Derrick Posebase)는 "id 소프트웨어, 베데스다 게임 스튜디오, 제니맥스 온라인 스튜디오 등 주요 팀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지적하며, 이로 인해 게임 품질 저하와 출시 지연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우리는 조용히 사라지지 않는다" — 베데스다 노조의 항의
베데스다 게임 스튜디오의 CWA 소속 노조 원비지에스(OneBGS)는 이번 감원을 "스트레스 가득한 연례행사(stressful annual routine)"라 표현하며 공개 성명을 냈다. 노조는 성명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수천 명, 그리고 베데스다 게임 스튜디오의 우리 동료 다수를 포함한 감원을 결정했다"며 "오늘 우리는 수십 년간 이 회사에서 일해온 이들을 포함해 많은 친구와 동료들, 그리고 Xbox 전반의 수백 명과 작별 인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 "우리는 조용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 "회사는 이를 이미 끝난 일로 받아들이고 조용히 사라지길 바라지만, 우리는 그럴 생각이 없다"
· "우리가 진심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앞으로 이런 일을 다시 시도하기 전에 두 번 생각하게 만들고 싶다"
· 7월 15일(수) 오후 12시 30분(미 동부 표준시), 'Save Our Devs' 행진을 몬트리올·록빌(메릴랜드)·오스틴·댈러스 4개 지역 스튜디오 앞에서 동시 진행 예정
이번 감원으로 영향을 받은 노조원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베데스다·제니맥스 전반에서 약 440명에 달한다. 원비지에스는 폴아웃(Fallout), 스타필드(Starfield), 엘더스크롤(The Elder Scrolls) 시리즈를 만드는 이들을 대표하는 노조로, 마이크로소프트가 2022년 노조 중립 협약을 맺은 이후 결성된 CWA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몬트리올의 "3분 해고" 통보 논란과 CWA 전국 성명
노조의 반발에 불을 붙인 결정적인 계기는 몬트리올 스튜디오에서 벌어진 해고 통보 방식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이곳 노조원 약 12명은 단 3분짜리 화상 통화로 해고 소식을 전달받았다. 질문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고, 이들은 급여는 계속 지급되는 조건으로 향후 8주간 집에 머물라는 통보를 받았다.
CWA 캐나다 위원장 카멜 스마이스(Carmel Smyth)는 이 방식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직원들은 이를 '머리 위의 칼', 혹은 심리전이라 표현하고 있다"며 "수년을 투자한 직원들이 3분 만에 '감사합니다, 집에 있으세요, 당신은 더 이상 필요 없습니다'라는 말을 듣는 게 어떻게 괜찮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일부 직원은 10년 넘게 근무했음에도 "이용되고, 학대받고, 버려졌다"는 감정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은 캐나다를 넘어 미국 CWA 본부로도 번졌다. CWA 회장 클로드 커밍스 주니어(Claude Cummings Jr.)는 "우리 노조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중립 협약을 맺었음에도, 회사가 협상 테이블에서 조합원들을 계속 기다리게 하며 단체협약의 보호를 미뤄온 데 극도로 실망했다"고 밝혔다. CWA 제2-13지구 부회장 마이크 데이비스(Mike Davis)는 "공정한 퇴직금, 공급업체 계약, 재배치, 복직권에 대해 즉각적인 교섭을 요구하고 필요한 모든 법적·계약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엘더스크롤6 개발 지연 우려 — "사기에 치명타"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역시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미칠 영향이다. 베데스다는 이번 감원으로 선임급을 포함해 50명 이상의 인력을 잃은 것으로 전해지며, 스튜디오 인력 상당수가 매달려온 엘더스크롤6 개발에 "광범위하고 연쇄적인 영향"이 우려된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 베데스다 개발자는 "우리가 더 저렴한 계약직 인력으로 대체되거나, 이들을 대신할 새 인력을 뽑아 온보딩해야 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다"며 "우리 툴은 사내 전용이라 다른 개발자들이 바로 다룰 줄 모른다. 결국 더 많은 지연이 생기고, 시간을 맞추기 위해 크런치를 해야 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IGN에 소식을 전한 베데스다 관계자도 "직원들은 엘더스크롤6 개발에 대해 매우 들뜨고 기대에 차 있었다"며 이번 구조조정이 "사기에 치명타(crushing effect on morale)"를 입혔다고 전했다.
여기에 27년간 베데스다에 몸담았던 베테랑 개발자가 이번에 해고 대상에 포함됐다는 소식까지 알려지며, 오랜 기간 시리즈를 지탱해온 핵심 인력의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Xbox는 "2027년 성장세로 복귀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지만, 그 목표를 향해 가는 길목에서 노조의 조직적 반발과 핵심 프로젝트의 개발 차질 우려라는 두 가지 숙제를 동시에 떠안게 됐다. 7월 15일 예정된 'Save Our Devs' 행진이 실제로 어떤 파장을 낳을지, 그리고 엘더스크롤6가 예정된 궤도를 지킬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