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5일, 게임 팬들 사이에서 예상 못한 인물이 도쿄 아키하바라에 등장했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세가 CEO 사토미 하루노리, 세가 최고운영책임자 우쓰미 슈지, '버추어 파이터' 크리에이터 스즈키 유, 그리고 전 세가 사장 이리마지리 쇼이치로와 함께 깜짝 이벤트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는 세가와 엔비디아의 30년 파트너십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① 30년 전 이야기 — 세가가 엔비디아를 구했다

두 회사의 인연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신생 기업이던 엔비디아는 세가와 협력해 첫 그래픽 칩 'NV1'을 선보였고, 이 칩은 PC판 초대 '버추어 파이터'를 구동하는 데 쓰였다. 하지만 후속 칩 개발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계약을 이행하지 못할 위기에 몰린 젠슨 황은 당시 세가 부회장이던 이리마지리를 찾아가 계약금 500만 달러를 지분 투자로 전환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리마지리의 설득으로 세가는 이 제안을 받아들였고, 확보한 자금으로 엔비디아는 1997년 'RIVA 128'을 개발해 상업적 성공을 거두며 기사회생했다. 세가는 1999년 엔비디아 상장 이후 지분을 매각해 투자금의 3배에 달하는 수익을 챙겼다.

📌 세가-엔비디아 30년 연표

· 1995년: 엔비디아 첫 그래픽 칩 'NV1' 공개, PC판 버추어 파이터 구동
· 위기: 후속 칩 개발 실패로 계약 불이행 위기
· 구원: 세가, 500만 달러 계약금을 지분 투자로 전환 수락
· 1997년: 엔비디아 'RIVA 128' 출시, 상업적 성공
· 1999년: 엔비디아 상장, 세가 지분 매각으로 투자금 3배 회수
· 2026년 7월 15일: 도쿄 아키하바라에서 30주년 기념 이벤트 개최
1994년 세가 32X용 초대 버추어 파이터 실제 게임 화면
▲ 엔비디아의 첫 칩 'NV1'이 구동을 도왔던 그 시절의 초대 '버추어 파이터'. ⓒ SEGA

젠슨 황은 이번 방문 계기에 대해 자신이 최근 한국과 대만은 방문했으나 일본만 제외해 "일본 패싱" 논란이 일었던 점을 언급하며, 이번 도쿄 방문으로 그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② 이번 발표 — 'RTX Spark'와 '버추어 파이터 크로스로드'

이번 행사에서는 컴퓨텍스 2026에서 처음 공개됐던 PC용 차세대 AI SoC 'RTX Spark'의 게임 라인업이 함께 소개됐다. 세가의 신작 격투 액션 '버추어 파이터 크로스로드(Virtua Fighter Crossroads)'가 RTX Spark 출시 타이틀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으며, 레이트레이싱·DLSS 등 엔비디아의 최신 그래픽 기술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 밖에 개인용 AI 슈퍼컴퓨터 'DGX Spark'도 함께 공개됐고, 현장에서는 GeForce RTX 5090 파운더스 에디션 경품 추첨도 진행됐다.

버추어 파이터 5 R.E.V.O. 월드 스테이지 — 아키라와 고 전투 장면
▲ 30주년을 맞아 스팀으로 출시된 '버추어 파이터 5 R.E.V.O. 월드 스테이지'의 아키라 대 고 대결. ⓒ SEGA

'버추어 파이터 크로스로드'는 류가 고토쿠 스튜디오(용과 같이 시리즈 개발사)가 주도해 개발 중인 신작으로, 지난 6월 서머 게임 페스트에서 최초 공개됐다. 시리즈 전통의 1대1 격투 시스템은 유지하면서도 시네마틱 스토리텔링과 액션 어드벤처적 요소를 더한 새로운 형태로 알려졌으며, 신규 캐릭터 '시엘로'를 비롯해 시리즈 인기 캐릭터 파이 챈의 복귀도 확인됐다. 발매 시점은 2027년으로 예고돼 있다.

버추어 파이터 5 R.E.V.O. 월드 스테이지 — 재키와 사라 전투 장면
▲ 재키 브라이언트와 사라 브라이언트의 대결. 시리즈는 여전히 활발히 서비스되고 있다. ⓒ SEGA

③ 시리즈 30주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움직임

1993년 아케이드로 첫 출시된 '버추어 파이터'는 세계 최초로 3D 폴리곤 그래픽을 도입한 격투 게임으로, 3D 격투 게임 장르의 시초로 평가받으며 워싱턴 스미소니언 박물관 소장품에도 이름을 올린 바 있다. 30주년을 맞아 세가는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기념 메시지 카드 제작 기능과 공식 디스코드 커뮤니티를 열었고, 시리즈 최초의 글로벌 토너먼트 '버추어 파이터 오픈 챔피언십'도 예고한 상태다. 이미 출시된 '버추어 파이터 5 R.E.V.O. 월드 스테이지'는 스팀에서 서비스 중이다.

💡 30주년 관련 소식 요약
· 신작: 버추어 파이터 크로스로드 (류가 고토쿠 스튜디오 개발, 2027년 출시)
· 기존작: 버추어 파이터 5 R.E.V.O. 월드 스테이지, 스팀 서비스 중
· 이벤트: 버추어 파이터 오픈 챔피언십(시리즈 최초 글로벌 토너먼트) 예고
· 하드웨어: 엔비디아 RTX Spark 출시 타이틀에 크로스로드 포함

한 시대를 풍미했던 격투 게임 시리즈와, 그 시리즈 덕에 기사회생했던 그래픽 카드 기업의 CEO가 30년이 지나 나란히 축하 무대에 오른 이번 이벤트는, 게임 산업과 하드웨어 산업이 얼마나 긴밀하게 얽혀 발전해왔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