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세계 챔피언 T1이 2026 미드시즌 인비테이셔널(MSI)에서 조기 탈락했다. T1은 7월 8일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패자조 2라운드에서 G2 이스포츠1-3으로 패배했다. 홈그라운드인 한국, 그것도 대전 현지에서 당한 패배라는 점이 아픔을 더했다. G2가 T1을 상대로 5전 3선승제 시리즈에서 승리한 것은 2019년 이후 7년 만이며, 당시 G2는 그 여세를 몰아 MSI 트로피까지 들어올린 바 있다.

G2에 1-3 충격패 — 브로큰블레이드의 클레드가 갈랐다

G2 이스포츠 브로큰블레이드
▲ 이번 시리즈 MVP로 꼽힌 G2 탑라이너 브로큰블레이드(오른쪽). ⓒ G2 Esports

결정적인 승부처는 40분을 넘긴 4세트였다. G2 탑라이너 브로큰블레이드(BrokenBlade)는 클레드를 잡고 사이드 라인을 끊임없이 흔들며 15킬을 기록, 2012년 월드 챔피언십에서 나온 국제 대회 탑라이너 역대 최다 킬 기록(막눈, 15킬)과 동률을 이뤘다. 특히 갈리오의 궁극기를 클레드 스킬로 무력화시키며 페이커를 결정적인 순간에 잡아낸 장면은 이번 시리즈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T1의 오너와 페이커가 대규모 군중 제어기를 적중시키며 T1 특유의 '역전 각'이 나오는 듯했지만, 브로큰블레이드는 혼전 속에서도 넥서스까지 밀어붙이며 침착하게 경기를 끝냈다.

T1도 순순히 물러서지 않았다. AD 캐리 페이즈(Peyz)는 4세트 31분경 바론 한타에서 펜타킬을 기록하며 분전했지만, 팀은 결국 그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펜타킬을 달성하고도 패배한 극소수의 사례에 이름을 올린 셈이다. 해외 매체들은 G2가 "전형적인 T1의 페이스에 휘말리지 않고 자신들의 드래프트와 리듬을 끝까지 유지했다"고 평가하며, 이번 승리를 두고 "T1을 상대로 한 7년의 저주를 깼다"고 표현했다.

여기까지 오는 길 — BLG전 접전 끝에 패자조로

T1은 이번 대회를 순탄하게 시작했다.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 9전 전승을 거뒀고, 팀 리퀴드를 3-0으로 완파하며 페이커의 MSI 대회 통산 100승이라는 금자탑까지 세운 바 있다(관련 기사 참고). 흔들림은 브래킷 스테이지에서 시작됐다. 7월 4일 중국 빌리빌리 게이밍(BLG)과의 경기에서 T1은 5세트 접전 끝에 2-3으로 패하며 패자조로 밀려났다.

T1 대 BLG 경기 스탯 그래픽
▲ T1-BLG 시리즈 중 한 세트의 경기 데이터. T1은 초반 드래곤 스택을 다수 내주면서도 후반 스노우볼을 노렸지만 바론 한타에서 무너졌다. ⓒ Inven Global

당시 5세트에서 T1은 초반 드래곤 스택을 세 개나 내주면서도 "침착하게 후반을 노린다"는 전략을 고수했다. 그러나 바론 오브젝트를 둘러싼 한타에서 페이커의 탈리야 궁극기로도 충분한 화력을 만들어내지 못했고, BLG가 역으로 집결해 T1을 4명이나 잡아내며 바론과 드래곤을 연달아 가져가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후 T1은 패자조에서 FURIA를 세트 스코어 없이 완파하며 반등하는 듯했지만, 결국 G2를 넘지 못하고 대회를 마감했다.

"우리 경기력이 부족했다" — 담담했던 페이커의 소감

G2 이스포츠 선수단이 무대에 입장하는 모습
▲ G2 이스포츠 선수단이 무대에 입장하고 있다. ⓒ G2 Esports

경기 후 인터뷰에서 페이커는 예상 밖으로 담담한 자평을 내놨다. 그는 "오늘 패배는 저희가 예상했던 방식의 패배가 아니라서 아쉬움이 크다"고 말문을 열며, 패인에 대해서는 "밴픽 자체가 완벽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오늘 경기에서 진 가장 큰 이유는 우리 모두가 플레이에서 실수를 많이 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어 "G2의 경기를 미리 분석하는 데 시간을 많이 썼는데, 막상 마주하니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덧붙였다. 상대가 강해서 졌다기보다 스스로 기대했던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자기반성에 가까운 소감이었다. 그는 팬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다음에는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창단 첫 4강 밖 — 무엇을 남겼나

T1은 월드 챔피언십 통산 6회 우승(가장 최근은 2025년), MSI 우승 2회(2016, 2017)를 보유한 리그 오브 레전드 최고 명문 구단이다. 그런 T1이 국제 대회에서 4강 밖으로 밀려난 것은 이번이 창단 이래 처음이다. 해외 매체들은 이를 두고 "국제 무대에서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던 약점이 이번에 고스란히 노출됐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이번 탈락이 다른 곳도 아닌 한국 대전 홈그라운드에서 나왔다는 점은 상징성을 더한다.

📌 T1 MSI 2026 여정 한눈에 보기

· 플레이-인: 9전 전승 (팀 리퀴드 3-0 완파 포함)
· 브래킷 스테이지: BLG에 2-3 패배 → 패자조行 (7월 4일)
· 패자조 1라운드: FURIA 상대 완파 (7월 6일)
· 패자조 2라운드: G2 이스포츠에 1-3 패배·탈락 (7월 8일)
· 기록: 창단 이래 첫 국제 대회 4강 진출 실패
· G2와의 인연: G2가 T1 상대 Bo5 시리즈에서 승리한 것은 2019년 이후 7년 만

T1으로서는 뼈아픈 결과지만,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LCK 서머 시즌과 연말 월드 챔피언십이 남아 있는 만큼, 이번 탈락이 일시적인 부진으로 남을지 아니면 왕조의 균열로 이어질지는 앞으로의 행보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