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이 자사 이스포츠 대회 'PUBG 아시아 스타즈 2026'을 파행 속에 마무리했다. 대회 도중 불거진 공정성 논란에 한국 선수단이 보이콧을 선언했고, 스폰서까지 등을 돌렸다. 결국 크래프톤은 마지막 날 일정을 통째로 취소했다. 이틀 뒤에는 PUBG 퍼블리싱 총책임자가 직접 나서 "여러 부분에서 부족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무슨 일이 있었나 — Day1 방플 논란부터 보이콧까지
'PUBG 아시아 스타즈 2026'은 크래프톤이 새롭게 기획한 국제 대회였다.
한국, 중국, 일본, 차이니즈 타이베이, 태국, 베트남 등 6개 지역의 프로 선수와 파트너 스트리머들이 참가했고, 총상금은 7만 달러 규모였다. UGC 모드와 스트리머 간 실시간 소통을 앞세운 신규 포맷이 특징이었다.
문제는 9월 17일 열린 Day 1 경기에서 터졌다. 베트남 대표팀 소속 Himass, TanVuu 선수가 경기 도중 개인 방송 화면을 통해 게임 외부 정보를 확인한 정황이 포착됐다.
배틀로얄 장르에서 상대 위치 등 외부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행위는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반칙이다. 한국 참가자들은 Day 1 경기 직후 증거를 제시하며 조치를 요구했지만, 크래프톤은 "추가 확인 중"이라는 이유로 제재 여부 판단을 다음 날로 미뤘다.
대응이 늦어지는 사이 반발은 커졌다. 한국 대표 선수 8명 전원이 Day 2 경기 출전을 거부했고, 대회를 후원하던 백억커피, 깐부치킨 두 스폰서도 프로모션을 중단했다.
결국 크래프톤은 Day 3 일정을 취소했다. "현재 상황에서는 모든 참가자가 동일한 신뢰와 조건 아래 남은 일정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어렵다"는 게 취소 사유였다. 상금도 최종 순위에 따른 차등 지급 대신, 참가 지역별 동일 기준으로 균등 배분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봉합에 실패한 첫 사과문
크래프톤은 Day 3 취소를 발표하며 1차 사과문도 함께 내놨다. 하지만 이 사과문은 오히려 논란을 더 키웠다.
사과문은 두 선수가 방송 채팅창을 열어둔 사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정보를 받은 사실만 인정했을 뿐, 방플(방송 화면을 보고 플레이) 자체를 명확히 인정하지 않았다. "의도하지 않게 이점을 줬을 수 있다"는 모호한 표현에 그쳤고, 최종 위반 여부 확정도 추가 조사로 미뤘다.
크래프톤으로부터 사전에 "베트남 선수들이 방플을 인정하는 사과를 할 것"이라는 확약을 받았다고 밝힌 스트리머 킴성태는, 실제 사과문에 그런 인정이 없자 Day 2 경기 보이콧을 선언했다. 참가 선수 오아 역시 방송에서 "공정을 요구한 선수들은 철회됐지만, 진실을 요구하는 팬들의 목소리는 지울 수 없다"며 중징계와 납득할 수 있는 사과문을 요구했다.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크래프톤이 베트남 지역의 이스포츠 시청 비중을 의식해 사과 수위를 조절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2025년 PUBG 네이션스컵(PNC) 최고 동시 시청자 81만여 명 가운데 베트남 채널 비중이 58.1%에 달했을 만큼, 베트남은 크래프톤이 꼽아온 PUBG 이스포츠 최대 성장 시장이었다.
크래프톤이 인정한 것들 — "변명하지 않겠다"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크래프톤은 9월 21일 밤, PUBG 퍼블리싱 총책임자 윤수진 명의로 한층 구체적인 두 번째 사과문을 올렸다.
윤수진 총책임자는 먼저 사전 준비 부족을 인정했다. "게임 외부 정보 활용에 대한 방지책, 판단 기준과 제재 수위를 사전에 명확히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시간 소통을 앞세운 포맷을 설계하면서도 방송 딜레이를 의무화하지 않았고, 다국적 참가자들의 개인 방송 환경에서 외부 정보가 유입될 위험을 충분히 높게 평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초기 대응의 실책도 짚었다. 한국 참가자와 스트리머들이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보이콧을 예고했을 때, 그 보이콧을 '참가 철회'라는 말로 축소해 표현하며 넘어갔다는 것이다. 이후에도 '챗플'이라는 제한적인 표현을 받아들여 실제 행위의 본질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한국어와 베트남어 공지의 내용과 표현 수위를 일관되게 관리하지 못한 점, 그리고 참가자와 소속팀을 적절히 보호하지 못해 논란이 개인에 대한 추가 피해로 번지는 것을 막지 못한 점도 실책으로 꼽았다.
윤수진 총책임자는 "이는 KRAFTON의 운영 및 커뮤니케이션 실패입니다. 변명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Himass 선수와 TanVuu 선수의 게임 외부 정보 확인 행위(방플/스트림 스나이핑)는 모두 확인되었습니다"라며, 앞선 1차 사과문에서 모호하게 남겨뒀던 부정행위 사실관계를 이번에는 명확히 못박았다.
징계와 후속 조치, 남은 물음표
크래프톤은 두 선수에 대한 징계 절차를 진행 중이며, 결과는 별도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두 선수의 PUBG 베트남 파트너 자격은 박탈된 상태다.
참가자 측의 법적 대응이 이뤄질 경우 "사실관계를 규명하는 데 필요한 자료와 조사 내용을 성실히 공유하며 협조하겠다"는 입장도 함께 내놨다. 회복을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재발 방지책으로는 방송 딜레이 의무화, 외부 정보 활용 금지 조항의 구체화, 모니터링 방식과 위반 시 제재 기준을 사전에 명확히 규정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다만 이번 사태로 크래프톤이 신규 대회 포맷을 실험하는 과정에서 기본적인 운영 리스크 관리에 실패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실시간 소통이라는 새로운 시도가 매력적이었던 만큼, 그 이면의 공정성 리스크를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대가가 컸던 셈이다.
PUBG 아시아 스타즈는 크래프톤이 앞으로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대회다. 이번에 드러난 운영 공백을 다음 시즌까지 실제로 메울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