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올 것이 왔다. 지난 7월 1일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 공식 블로그를 통해 PS3와 PS 비타의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를 순차적으로 닫는다고 발표했다. 예고된 죽음이지만 막상 날짜가 박히니 마음이 급해진 이용자도 많을 터. 게임 매체 폴리곤은 발 빠르게 "스토어 문 닫기 전에 반드시 챙겨야 할" 희귀 PS1·PS2 게임 목록을 정리해 큰 반향을 얻었다. 두 콘솔 모두 원본 메모리카드와 거의 똑같은 방식으로 세이브를 저장하기 때문에, 지금 다운로드로 사두면 그 시절 하드웨어로 즐기던 감성에 가장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왜 지금 서둘러야 하나 — 스토어 종료 일정

발표에 따르면 PS3 스토어는 멕시코·온두라스· 니카라과부터 8월에 먼저 문을 닫고, 이어서 다른 중남미·중동 국가들도 차례로 셔터를 내린다. 한국을 포함한 나머지 전 지역은 PS3·PS 비타 스토어 모두 2027년 7월에 한꺼번에 종료될 예정이다. 다행히 이미 구매한 게임은 종료 이후에도 "당분간" 재다운로드가 가능하다고 하니 지금 산 게임을 빼앗길 걱정은 없다. 다만 새로 사는 건 그 순간 완전히 끝이라는 게 핵심이다. 소니가 내세운 이유는 결국 "너무 늙었다"는 것 — PS3와 PS 비타가 요즘 결제·상거래 보안 표준을 더는 감당할 수 없는 구형 플랫폼이 됐다는 설명이다.

📌 한눈에 보기

· PS3 스토어: 멕시코·온두라스·니카라과 8월부터, 그 외 중남미·중동 국가는 2026년 중 순차 종료
· 전 지역 완전 종료: 2027년 7월 (PS3·PS 비타 스토어 모두)
· 기존 구매작: 종료 이후에도 당분간 재다운로드 가능
· 신규 구매: 지역별 종료 시점 이후 완전 차단
· 가격 비교: 디지털 6~10달러 vs 중고 물리팩 50~700달러+

▲ 디지털 파운드리(DF Clips)가 정리한 PS3·PS 비타 스토어 종료 소식 해설 영상.

지금 챙겨야 할 희귀 PS2 명작들

그라디우스 5(Gradius 5)

그라디우스 5 게임플레이 스크린샷
▲ 트레저가 코나미와 손잡고 만든 슈팅 명작. ⓒ Konami

슈팅 게임 만들면 업계 최고라 자부하는 트레저(Treasure)가 코나미와 손잡고 내놓은 결과물이 바로 그라디우스 5다. 40년 넘은 그라디우스 시리즈를 통틀어도 손에 꼽히는 완성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런데 정작 이후 나온 모음집 '그라디우스 오리진스'에는 쏙 빠졌다. 즉 시리즈 마지막 명작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은 지금도 PS2뿐이라는 뜻이다.

그로우랜서: 헤리티지 오브 워(Growlanser: Heritage of War)

그로우랜서 헤리티지 오브 워 북미판 커버 아트
▲ 아틀러스가 서구권에 처음 소개한 그로우랜서 시리즈 작품. ⓒ Atlus

그로우랜서는 PS1으로 데뷔해 PS2 시대 내내 일본에서 탄탄한 인기를 누린 시리즈다. 아틀러스가 개발팀을 흡수하면서 사실상 신작이 끊겼지만, 그전까진 확실히 좋은 작품이 많았다. 그로우랜서: 헤리티지 오브 워는 아틀러스가 직접 퍼블리싱을 맡아 처음 서구권에 데려온 작품인데, 초판 물량이 워낙 적었던 탓에 지금 중고 시장에서 몸값이 유독 높다.

페이탈 프레임 2: 크림슨 버터플라이(Fatal Frame 2)

페이탈 프레임 2 크림슨 버터플라이 게임플레이
▲ 서바이벌 호러 명가 페이탈 프레임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 Tecmo

서바이벌 호러 장르에 굵직한 발자국을 남긴 페이탈 프레임인데, 정작 초기 세 작품은 요즘 구하기가 만만치 않다. 그나마 페이탈 프레임 2: 크림슨 버터플라이는 팀 닌자 손을 거쳐 올해 리메이크로 다시 나왔지만, 원작 팬들 사이에서는 "현대화하면서 그 특유의 음산한 분위기가 옅어졌다"는 아쉬운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원작을 직접 소장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중고가는 계속 오르는 중이다.

갓 핸드(God Hand)

갓 핸드 전투 장면
▲ 클로버 스튜디오의 마지막 작품이자 오늘날 재평가받는 액션 게임. ⓒ Capcom

플래티넘게임즈가 되기 전, 이 사람들은 캡콤 사내 스튜디오 '클로버 스튜디오'라는 이름으로 '뷰티풀 죠', '오오카미' 같은 명작을 만들었다. 클로버 스튜디오의 마지막 작품 갓 핸드는 서구권에 보급형 타이틀로 조용히 풀렸다가 거의 주목받지 못하고 묻혔다. 그런데 정교한 격투 액션에 커스터마이즈 가능한 콤보, 게임 특유의 능청스러운 유머까지 더해지니 시간이 지날수록 재평가가 이어지는 케이스다. '베요네타' 팬들이 "이 사람들이 만든 다른 게임은 뭐가 있지?" 하고 뒤늦게 찾아오면서, 이제는 프리미엄이 붙어도 지갑을 여는 사람이 적지 않다.

진 여신전생: 데빌 서머너 시리즈 (라이도 쿠즈노하)

진 여신전생 데빌 서머너 2 게임플레이
▲ 데빌 서머너 2: 라이도 쿠즈노하 대 킹 어바돈. ⓒ Atlus

'데빌 서머너 2: 라이도 쿠즈노하 대 킹 어바돈'. 제목부터 숨이 차다. 오죽하면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에서 이 풀네임 그대로 검색하면 원하는 결과가 잘 안 뜬다. 앞글자를 딴 'SMT'로 검색해야 찾을 수 있다는 나름의 팁이 있을 정도. 페르소나 3의 대성공으로 아틀러스의 모든 역량이 그쪽으로 쏠리기 전, 다크 메가텐 세계관을 액션 위주로 풀어낸 이색적인 시리즈다. 이 시리즈가 그대로 이어졌다면 어떤 모습이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요즘 PS2 게임에 지갑을 여는 사람들의 소비 패턴을 보면 잘 만든 액션 RPG에는 확실히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진 여신전생 데빌 서머너 라이도 쿠즈노하 대 소울리스 아미
▲ 시리즈 첫 작품 '라이도 쿠즈노하 대 소울리스 아미'. ⓒ Atlus

시리즈의 시작을 연 '데빌 서머너: 라이도 쿠즈노하 대 소울리스 아미'는 다이쇼 시대 도쿄 뒷골목을 무대로, 탐정 주인공이 재래식 무기를 휘두르는 동시에 악마를 포획·소환해 싸우는 독특한 게임이다. 2025년에는 그래픽과 편의 기능을 대폭 손본 리메이크 '라이도 리마스터드: 미스터리 오브 더 소울리스 아미'가 PC·PS4· PS5·엑스박스 시리즈X·스위치·스위치2로 나왔다. 그런데도 "그래도 원작을 직접 해봐야지"라는 사람이 여전히 많고, 이 수요가 그대로 물리팩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

츄립(Chulip)

츄립 게임플레이 화면
▲ 괴짜스러운 시스템으로 호불호가 갈렸던 게임스탑 독점작. ⓒ Punchline

2007년, PS2가 저물어갈 무렵 게임스탑 독점작으로 조용히 나온 츄립. 평단 반응은 솔직히 좋지 않았다. 긴 로딩 시간에 괴짜스러운 시스템까지 겹쳐, "설정은 흥미로운데 막상 해보면 그 정도는 아니다"라는 평가가 많았다. 개발사 펀치라인은 이후로도 마니아층만 확실히 챙긴 '룰 오브 로즈'를 만들며 비슷한 길을 걸었다. 그런 츄립이 지금은 웃돈을 얹어야 구할 수 있는 컬렉터 아이템이 됐다는 게 아이러니. 다운로드판이라면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해볼 만하다.

지금 챙겨야 할 희귀 PS1 명작들

캐슬바니아 크로니클스(Castlevania Chronicles)

캐슬바니아 크로니클스 게임플레이
▲ X68000판 '아쿠마죠 드라큘라'를 이식한 정통 2D 캐슬바니아. ⓒ Konami

'캐슬바니아: 심포니 오브 더 나이트'가 시리즈를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틀며 큰 성공을 거뒀지만, 모두가 이 변화에 박수를 친 건 아니었다. '론도 오브 블러드' 이전의 스테이지 기반 정통 구성을 그리워하던 팬들에게 단비 같았던 게 캐슬바니아 크로니클스다. X68000판 명작 '아쿠마죠 드라큘라'를 이식하면서 난이도 조정까지 더한 이 작품은, 옛 방식을 고집한 야심작으로 그 시절의 마지막 흔적처럼 지금도 꾸준히 수집되고 재평가받고 있다.

록맨 대시 2(Mega Man Legends 2)

록맨 대시 2 게임플레이
▲ 클리프행어 결말로 유명한 록맨 대시(레전즈) 시리즈 두 번째 작품. ⓒ Capcom

캡콤의 록맨 대시(북미명 메가맨 레전즈) 시리즈는 규모는 작아도 충성도만큼은 어디 내놔도 뒤지지 않는 팬층을 만들었다. 한때 후속작까지 기획됐지만 끝내 엎어졌고, 팬들은 지금 있는 작품으로 아쉬움을 달래는 수밖에 없었다. 록맨 대시 2는 전작보다 훨씬 야심 차고 완성도도 높은데, 하필 다음 편을 기약하는 미완결 결말(클리프행어)로 끝나버린다. "그래서 다음은?"이라는 물음표가 20년 넘게 풀리지 않다 보니, 그 갈증이 고스란히 중고가를 밀어 올리는 동력이 됐다.

에코 나이트(Echo Night)

에코 나이트 게임플레이 화면
▲ '킹스 필드'로 알려지기 전 프롬 소프트웨어가 선보인 사색적인 어드벤처. ⓒ FromSoftware

프롬 소프트웨어가 '다크 소울'로 이름을 날리기 한참 전, 이 스튜디오를 먼저 알린 건 중세풍 던전을 1인칭 시점으로 탐험하는 '킹스 필드' 시리즈였다. 그런데 이 개발사, 가만 보면 원래도 좀 남다른 걸 만들고 싶어 하는 기질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 결과물이 훨씬 사색적이고 잔잔한 분위기의 에코 나이트고, 이후 3부작으로 이어지는 시리즈의 첫 단추였다. 퍼블리셔 에이지텍조차 출시 당시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을 만큼 조용히 나온 작품인 데다 생산량마저 적었으니,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오르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다행히 아직은 다운로드판이 남아 있어, 큰맘 먹지 않아도 직접 해볼 수 있다.

이 밖에도 폴리곤은 이번 목록에 다 담지 못한 희귀 작품이 훨씬 더 많다고 귀띔했다. 무엇을 고르든 원리는 똑같다. 중고 물리팩으로는 수십만 원을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게임이, 아직은 단돈 몇 달러짜리 다운로드로 버젓이 남아 있다는 것. 스토어가 완전히 셔터를 내리기 전까지, 지금이 이 게임들을 가장 싸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마지막 타이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