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로 샀어요." "저는 이름이 같은 다른 게임을 사려고 했어요." "게임을 검색할 때 오타를 냈어요." 인디 개발자 Andy(활동명 Loyal Mussy)가 만든 오디오 호러 퍼즐 게임 'Peek'에 달린 환불 사유들이다. 92장이 팔린 이 작은 게임은 그중 약 60%, 55건 가까이가 환불됐다. 이유는 게임의 완성도나 재미가 아니라, 이름이 거의 똑같은 초대형 히트작 'PEAK'과 헷갈려 잘못 구매한 사람이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소리로 악령을 쫓는 게임, 검색 한 글자 차이로 겪은 수난
'Peek'은 눈보다 귀에 의존하는 독특한 콘셉트의 호러 퍼즐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의식이 벌어지는 방의 소리를 단서 삼아 5x5 그리드 위를 떠도는 악령의 위치를 추적하고, 정확한 자리에 성유물을 배치해 퇴마를 완성해야 한다. 가격은 5,600원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소품 규모의 인디 게임이다.
문제는 이름이었다. 아그로크랩과 랜드폴이 만든 협동 등반 게임 'PEAK'가 2025년 6월 출시 이후 스팀 역사에 남을 초대형 히트를 기록하면서, 철자 한 글자 차이인 'Peek'까지 덩달아 스팀 검색 결과와 위시리스트 유입이 급증했다. 위시리스트 등록 수는 2,000건을 넘어섰지만, 정작 실제 구매로 이어진 상당수는 'PEAK'를 사려다 잘못 클릭한 사람들이었다.
개발은 'Peek'이 먼저, 출시는 'PEAK'이 먼저 — 엇갈린 타임라인
더 아이러니한 건 시간 순서다. Andy는 이미 2025년 3월 itch.io에 'Peek'의 베타 버전을 공개하고 꾸준히 업데이트를 이어가고 있었다. 'PEAK'가 처음 발표된 건 그로부터 한 달 뒤인 2025년 4월 초, 정식 출시는 6월 16일이었다. 즉 이름만 놓고 보면 'Peek'이 먼저 세상에 나온 셈이다.
이후 'Peek'은 한동안 개발이 중단됐다가 2026년 2월 스팀 넥스트 페스트를 앞두고 대대적으로 재개됐고, 튜토리얼과 사운드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는 등 다듬는 과정을 거쳐 2026년 5월 스팀에 정식 출시됐다. 그사이 'PEAK'는 이미 수백만 장이 팔린 스팀의 상징적인 히트작으로 자리 잡은 뒤였다. 먼저 태어났지만 늦게 세상에 나온 게임이, 하필 비슷한 이름의 거인과 같은 시기에 검색 결과에 나란히 놓이게 된 것이다.
환불이 쏟아지자 Andy는 결국 스팀 측에 직접 문의를 넣었다. 돌아온 답변은 "게임 이름을 바꾸는 것 외에는 딱히 권할 만한 조치가 없고, 환불률이 노출도에 영향을 주지도 않는다"는 다소 허탈한 내용이었다. 정작 재미있는 반응은 다른 곳에서 나왔다. 'PEAK' 개발사 아그로크랩이 X(트위터)에서 이 소동을 보고 "대체 이 두 게임을 어떻게 헷갈리냐"며 웃음 섞인 농담을 던진 것이다. 등반 게임과 오디오 호러 퍼즐 게임이라는, 장르부터 완전히 다른 두 작품이 순전히 이름 한 글자 때문에 한 사건의 두 주인공이 된 셈이다.
"자력으로 얻었다면 더 자랑스러웠을 텐데" — 개발자의 담담한 소회
Andy는 이 상황에 대해 "모두 자력으로 얻었다면 더 자랑스러웠을 텐데"라며 씁쓸함을 내비쳤다. 판매량 절반 이상이 환불로 사라지는 건 소규모 개발자에게 뼈아픈 손실이지만, 그는 이를 누군가의 잘못으로 돌리기보다는 "솔직히 조금 재미있기도 하다"며 "게임 이름을 지을 땐 조심하자"는 셀프 조언을 남기는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게임 장르 표기를 '오디오 호러 게임'보다 '호러 요소가 있는 퍼즐 게임'으로 바꿨다면 혼동이 덜했을지도 모른다고 돌아봤다. 실제로 환불 사유 대부분은 게임 자체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다른 게임과 착각해서 실수로 구매했다"는 내용이었다. 완성도와는 무관하게, 순전히 이름 때문에 발목이 잡힌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