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자(들)’이 개봉 한 달 만에 손익분기점 330만 명을 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런데 일주일 전에는 같은 영화의 손익분기점을 약 370만 명으로 추정한 보도도 있었다. 두 숫자 사이에는 약 40만 명의 차이가 있다.
손익분기점(BEP)은 영화가 공식 발표하는 숫자가 아니다. 대개 투자배급사가 내부 기준으로 잡거나, 언론이 업계 관계자 설명을 받아 전한다. 어떤 비용을 분모에 넣고 어떤 수익을 계산에 더하느냐에 따라 같은 영화도 숫자가 달라진다.
이 기획은 ‘암살자(들)’의 두 숫자를 출발점으로, 한국 영화의 BEP가 어떤 구조에서 나오는지 보도와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인용 자료로 정리했다. 모든 수치는 출처가 있는 것만 담았고, 확인되지 않는 항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적었다.
먼저 숫자부터 — ‘암살자(들)’ BEP를 다룬 보도들
‘암살자(들)’은 9월 23일 개봉했다. 10월 22일 영진위 통합전산망(KOBIS) 일별 박스오피스 기준 누적 관객은 330만 6,279명이다. 이 집계는 10월 23일 22시 20분경 조회한 값이며, 이후 몇 명 단위로 보정될 수 있다.
BEP를 직접 언급한 보도는 네 건이다. 표현은 비슷하지만 근거를 설명한 정도가 다르다.
일간스포츠와 아이즈는 23일 아침 기사에서 손익분기점을 330만 명으로 적었다. 두 기사 모두 총제작비 같은 산정 근거는 적지 않았다.
일간스포츠는 영화가 “제작비 회수의 기준이 되는 관객 수를 달성했다”고 썼다. 제작비가 얼마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mhnse.com(MHN)은 같은 날 총제작비를 순 제작비 160억 원에 홍보 비용 30억 원을 더한 190억 원으로 소개했다.
이어 해외 판매 수익과 국내 부가 판권 수익 등을 반영해 계산하면 손익분기점이 330만 명이라고 적었다.
국제뉴스는 15일 기사에서 손익분기점을 약 370만 명으로 “추정”했다. 누가 어떤 근거로 계산했는지는 기사에 없다.
| 매체(게재일) | BEP 숫자 | 제작비 언급 | 부가수익 반영 언급 | 근거 설명 |
|---|---|---|---|---|
| 국제뉴스 (10월 15일) | 약 370만 명 ‘추정’ | 없음 | 없음 | 산정 주체·방법 미기재 |
| 아이즈 (10월 23일) | 330만 명 | 없음 | 없음 | 미기재 |
| 일간스포츠 (10월 23일) | 330만 명 | 금액 없음(‘제작비 회수의 기준’이라고만 표현) | 없음 | 미기재 |
| mhnse.com (10월 23일) | 330만 명 | 총제작비 190억 원(순제작비 160억 + 홍보비 30억) | 해외 판매 수익·국내 부가 판권 수익 등을 반영 | 항목은 나열했으나 금액·계산식은 미기재 |
▲ ‘암살자(들)’ 손익분기점을 다룬 보도 비교. 기사 본문 기준이며 산정 주체와 계산식은 어느 보도에도 공개되지 않았다
330만과 370만 — 40만 명 차이는 어디서 오나
두 숫자 중 어느 쪽이 맞는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투자배급사의 정산 자료가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보도를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생길 수 있는 자리는 짐작할 수 있다.
첫째는 분모, 곧 어떤 비용을 BEP에 넣느냐다. mhnse.com은 홍보 비용 30억 원까지 합친 190억 원을 총제작비로 소개했다. 순제작비 160억 원만 기준으로 삼는 계산과는 출발점이 다르다.
둘째는 분자에 더하는 수익이다. mhnse.com은 해외 판매와 국내 부가판권 수익을 반영했다고 적었다. 이 항목을 얼마나 넣는지, 혹은 아예 빼는지에 따라 BEP는 크게 움직인다.
셋째는 기준 시점이다. 국제뉴스는 15일, 나머지 세 매체는 23일에 썼다. 다만 그 사이 BEP 숫자가 바뀌었다는 근거는 보도에 없다. 네 보도 모두 숫자를 어떻게 산출했는지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위 세 가지는 차이가 생길 수 있는 자리일 뿐 실제 원인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참고로 22일 누적 관객 330만 6,279명을 기준으로 370만 명까지는 39만 3,721명이 남는다. 단순 뺄셈이다. 어느 쪽을 BEP로 보느냐에 따라 ‘돌파했다’와 ‘아직 못 미쳤다’가 갈린다는 뜻이다.
같은 영화의 관객 흐름은 사이트의 10월 22일 박스오피스 기사와 10월 셋째 주 정리에 날짜별로 담았다.
‘관객 수 BEP’와 ‘매출 BEP’는 다른 숫자다
기사 제목에 나오는 ‘손익분기점 330만 명’은 관객 수다. 돈으로 환산한 금액이 아니다.
이 숫자에는 ‘영화표가 팔린 금액 중 얼마가 투자자에게 돌아오는가’라는 전제가 이미 들어 있다. 관객이 낸 관람료 전액이 제작비 회수에 쓰이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 절에서 보듯 관람료에서는 세금과 극장 몫, 배급 수수료가 먼저 빠진다.
그래서 BEP 관객 수에 평균 티켓 가격을 곱한 값이 곧 ‘손익분기 매출’이 되지는 않는다. 그 값은 극장 총매출일 뿐, 투자자에게 도착하는 돈이 아니다.
반대 방향의 착시도 있다. 해외 판매나 VOD·IPTV 같은 극장 밖 수익을 BEP에 미리 반영하면 필요한 관객 수가 줄어든다. 이때 BEP는 ‘극장만으로 본전을 뽑는 관객 수’가 아니라 ‘극장 밖 수익을 합쳐 본전을 맞추는 관객 수’가 된다.
딜사이트는 2023년 12월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기사에서 이 차이를 보여 줬다. 이 영화의 투자자 기준 BEP를 극장 관객 720만 명으로 소개하면서, VOD·IPTV 등 부가판권 예상 수익은 일부 포함됐고 OTT 관련 예상 수익은 반영되지 않아 기준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사는 순제작비만 286억 원이고 홍보마케팅비까지 합치면 300억 원을 웃돈다고 전했다.
정리하면 BEP 관객 수는 ‘무엇을 비용으로 보고, 무엇을 수익으로 더했는가’를 한 줄로 압축한 숫자다. 숫자만 보면 그 전제가 사라진다.
극장 표 한 장이 투자자에게 오기까지 — 정산 순서
영화 한 편의 극장 매출이 투자자의 손에 들어오는 길에는 몇 단계가 있다. 보도에 나온 정산 구조를 순서대로 정리했다.
아래 표는 딜사이트가 2023년 10월 16일 ‘천박사 퇴마연구소’·‘1947 보스톤’·‘거미집’을 다룬 기사에서 설명한 구조다. 기사는 이를 “일반적으로” 이뤄지는 방식으로 소개했다. 영화마다 계약은 다를 수 있고, 기사에 나온 비율은 모두 ‘약’ 수치다.
머니투데이도 2024년 2월 ‘파묘’ 기사에서 티켓 매출에서 부가가치세 10%, 영화발전기금 3%, 극장·배급사 몫을 뗀 뒤 제작비까지 정산해야 투자 수익을 나눈다고 설명했다.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 영화관 입장권에 붙던 3% 부과금은 2024년 12월 10일 국회를 통과한 법 개정으로 2025년 1월 1일부터 폐지됐다. 주간경향이 2025년 1월 6일 전한 내용이다.
따라서 2025년 이후 개봉작의 정산에서 위 표의 ‘영화발전기금 3%’ 단계가 그대로 적용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같은 기사에서 한 상영관업계 관계자는 폐지된 3%를 상영관과 배급사가 나눠 가지기 때문에 표 한 장당 1.5% 정도 수익이 늘어난 셈이라고 말했다.
극장과 배급사의 비율, 곧 ‘부율’에 대한 오래된 공식 자료도 있다. 영진위는 2011년 7월 20일 표준상영계약서 권고안에서 배급사와 극장의 정률 배분을 5.5 대 4.5로 제시했다. 당시 관행은 한국영화 5 대 5, 외화 6 대 4(서울 외 지역은 5 대 5)였다.
이 숫자들은 2011년과 2023년 자료다. 2026년 현재 ‘암살자(들)’의 계약 비율은 보도로 확인되지 않는다.
| 단계 | 내용 | 보도 기준 비율·금액 | 출처·시점 |
|---|---|---|---|
| ① 티켓 매출 총액 | 관객이 낸 관람료의 합 | — | — |
| ② 세금·부과금 제외 | 부가가치세와 영화발전기금(입장권 부과금)을 먼저 뗀다 | 부가세 10%, 영화발전기금 3% (3%는 2025.1.1 폐지) | 딜사이트 2023.10.16 / 주간경향 2025.1.6 |
| ③ 극장 몫과 메인투자자 몫 | 남은 금액을 극장과 메인투자자가 나눈다 | 약 5 대 5 | 딜사이트 2023.10.16 |
| ④ 배급 수수료 | 메인투자자가 확보한 금액에서 배급사에 지급 | 약 5~10% | 딜사이트 2023.10.16 |
| ⑤ 부가수익 합산 | 메인투자자가 해외 판권 등 부가수익을 더해 매출로 인식 | 금액은 영화마다 다름 | 딜사이트 2023.10.16 |
| ⑥ 제작비 정산 후 이익 배분 | 총제작비를 비용으로 처리한 뒤 순이익이 나면 투자사·제작사가 나눈다 | 순이익의 약 60%는 투자사, 40%는 제작사 | 딜사이트 2023.10.16 |
▲ 딜사이트 2023년 10월 16일 보도 기준 정산 순서(‘약’ 수치). 2025년 1월 1일 폐지된 입장권 부과금(3%)은 2023년 당시 기준이다
총제작비·순제작비·홍보마케팅비 — 분모의 3종 세트
BEP 보도에서 가장 자주 섞이는 말이 ‘제작비’다. 이 한 단어가 가리키는 범위는 보도마다 다르다.
딜사이트는 ‘노량’ 기사에서 순제작비에 홍보마케팅비(P&A)를 더해 총제작비를 설명했다. ‘잠’ 기사에서도 총제작비 약 50억 원 중 약 30억 원이 순제작비이고 약 20억 원이 홍보마케팅비라고 적었다. mhnse.com의 ‘암살자(들)’ 설명도 같은 구조다. 순제작비 160억 원에 홍보 비용 30억 원을 더해 190억 원이다.
따라서 ‘제작비 140억 원’과 ‘총제작비 190억 원’을 단순 비교하면 안 된다. 앞의 숫자가 순제작비인지 총제작비인지 보도마다 확인이 필요하다.
영진위 통계에서도 두 개념은 따로 쓰인다. 데일리안은 2026년 5월 영진위 자료를 인용해 2025년 한국 상업영화의 평균 순제작비를 약 94억 원, 평균 총제작비를 약 115억 원으로 전했다.
‘암살자(들)’의 순제작비 160억 원은 이 평균 순제작비(94억 원)보다 높다. 평균 총제작비(115억 원)와 비교해도 190억 원이 더 크다. 두 평균은 2025년 개봉작 전체의 값이라 직접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 용어 | 일반적으로 가리키는 것 | BEP 읽을 때 확인할 점 |
|---|---|---|
| 순제작비 | 영화 제작 자체에 들어간 비용 | ‘제작비’라고만 쓴 기사가 순제작비인지 총제작비인지 |
| 홍보마케팅비(P&A) | 개봉을 위한 홍보·마케팅 비용 | BEP 분모에 포함됐는지 |
| 총제작비 | 순제작비 + 홍보마케팅비 | ‘암살자(들)’ 190억 원 = 순제작비 160억 + 홍보비 30억 |
| 부율 | 극장과 배급사가 세금 제외 입장권 수입을 나누는 비율 | 영화별·시점별로 다를 수 있음 |
| 부가판권 | VOD·IPTV·OTT·방송 등 극장 이후 시장의 수익 | BEP에 예상치를 미리 넣었는지, OTT는 빠졌는지 |
| 해외 판매 | 해외 상영·배급 권리 판매 수익(선판매 포함) | 확정 계약분인지, 예상치인지 |
▲ BEP 보도에 자주 나오는 용어. 정의는 위 보도들의 설명을 정리한 것이며 법적 용어가 아니다
분자에 더해지는 돈 — 해외 판매와 부가판권이 BEP를 낮춘다
한국 영화의 BEP는 ‘제작비를 극장에서만 회수하는 관객 수’가 아니다. 보도를 보면 극장 밖 수익을 일부 미리 반영하는 사례가 흔하다.
딜사이트는 2023년 9월 ‘잠’ 기사에서 BEP 약 80만 명이 “해외 판권 선판매 금액과 인터넷TV(IPTV) 예상 수익 등이 반영된 수치”라고 설명했다.
같은 2023년 10월 16일 기사에서는 ‘거미집’이 해외 판권을 187개국에 선판매해 BEP가 낮아졌다고 전했다. 그 BEP는 관객 200만 명 내외다.
‘노량’은 반대 사례다. 딜사이트는 이 영화가 한국 역사를 다룬 작품이라 해외 판권 판매 규모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여기에 OTT 예상 수익이 반영되지 않아 BEP 기준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파묘’는 2024년 2월 머니투데이 기사에서 쇼박스가 해외 바이어에게 판권을 팔았고 베를린국제영화제 초청 이후 해외 판권 계약을 논의 중이라고 전해졌다. 극장 상영 이후 OTT·IPTV에서 추가 수익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도 나왔다.
‘암살자(들)’은 mhnse.com이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국제 관객상 러너업에 올랐고, 싱가포르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21일 상영된 뒤 22일 2차 상영까지 전석 매진됐다고 전했다. 영화제 성과가 해외 판매 금액으로 얼마나 이어졌는지는 보도에 나오지 않는다.
결국 해외 판매액과 부가판권 수익은 계약이 끝나기 전까지 ‘예상치’다. BEP에 넣은 금액이 실제로 들어오는지에 따라 최종 손익은 BEP 돌파 여부와 다르게 나올 수 있다.
공개된 BEP 사례 비교 — 같은 330만 명, 다른 제작비
영상: KBS News 유튜브 채널
보도로 확인되는 최근 한국 영화의 BEP를 표로 모았다. 영화마다 BEP를 공개한 주체와 시점이 다르다. 공식 발표가 아니라 업계 관계자 설명이나 기자 취재에 근거한 숫자라는 점은 모두 같다.
‘암살자(들)’과 ‘파묘’의 BEP는 둘 다 약 330만 명이다. 그러나 ‘파묘’는 제작비 140억 원(머니투데이 표기, 순제작비인지 총제작비인지는 기사에 나오지 않는다)이고 ‘암살자(들)’은 총제작비 190억 원이다.
제작비는 다른데 BEP 관객 수는 같다. 이 한 줄이 BEP 숫자를 제작비와 일대일로 읽으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 준다. 해외 판매·부가판권 반영분, 정산 조건, 투자 구조가 영화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호프’는 KBS 뉴스가 2026년 5월 1일 보도에서 500억 원대 제작비가 투입된 한국형 블록버스터라고 전하며, 영화계에서 손익분기점이 관객 1천만 명 이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소개했다. 이 보도는 근거 계산을 설명하지 않았다.
| 영화(보도 시점) | BEP 관객 수 | 제작비(기사 표기) | BEP 반영 항목 설명 | 출처 |
|---|---|---|---|---|
| 암살자(들) (2026.10) | 330만 명(일간스포츠·아이즈·mhnse.com) / 약 370만 명 추정(국제뉴스) | 총제작비 190억 원(순제작비 160억 + 홍보비 30억, mhnse.com) | 해외 판매·국내 부가판권 수익 등 반영(mhnse.com) | mhnse.com·일간스포츠·아이즈 10.23 / 국제뉴스 10.15 |
| 파묘 (2024.2) | 약 330만 명 | 제작비 140억 원 | —(기사에 ‘제작비까지 정산해야 투자 수익을 나눈다’고 설명) | 머니투데이 2024.2.26 |
| 노량: 죽음의 바다 (2023.12) | 720만 명(투자자 기준) | 순제작비 286억 원, 홍보마케팅비 포함 300억 원 웃돎 | VOD·IPTV 예상 수익 일부 포함, OTT 예상 수익은 미반영 | 딜사이트 2023.12.13 |
| 1947 보스톤 (2023.10) | 450만 명 | 총제작비 210억 원 | — | 딜사이트 2023.10.16 |
| 천박사 퇴마연구소 (2023.10) | 240만 명 | 순제작비 113억 원 | — | 딜사이트 2023.10.16 |
| 거미집 (2023.10) | 200만 명 내외 | 총제작비 100억 원 초반, 순제작비 96억 원 | 해외 판권 187개국 선판매로 BEP 낮아짐 | 딜사이트 2023.10.16 |
| 잠 (2023.9) | 약 80만 명 | 총제작비 약 50억 원(순제작비 약 30억) | 해외 판권 선판매 금액·IPTV 예상 수익 반영 | 딜사이트 2023.9.19 |
| 호프 (2026.5 보도) | 1천만 명 이상(영화계 분석) | 500억 원대 | —(근거 설명 없음) | KBS 뉴스 2026.5.1 |
▲ 보도로 확인되는 한국 영화 BEP 사례. 제작비 항목이 보도마다 달라 ‘기사 표기’를 그대로 옮겼다. ‘—’는 해당 기사에 언급이 없다는 뜻
제작비를 BEP 관객 수로 나눠 보면 — 표 한 장의 ‘회수액’
위 표의 숫자로 간단한 나눗셈을 해 볼 수 있다. 제작비를 BEP 관객 수로 나누면 관객 한 명당 ‘필요한 회수액’의 대략이 나온다.
다만 이 계산은 기준이 맞지 않는 숫자끼리 나눈 것이다. 분자가 순제작비인지 총제작비인지, 분모의 BEP가 부가수익을 반영한 값인지가 영화마다 다르다. 공식 지표가 아니라 읽기 연습용이다.
그래도 한 가지는 읽을 수 있다. 이 값은 관객 한 명이 낸 관람료가 아니라, 세금·극장 몫·배급 수수료를 거친 뒤 제작비 회수에 필요한 몫의 크기를 가늠하게 해 주는 숫자다. 극장 밖 수익을 BEP에 얼마나 반영했느냐에 따라서도 이 값은 달라진다.
‘암살자(들)’이 330만 명 기준으로 약 5,758원이라면, 같은 계산을 순제작비만(160억 원)으로 하면 약 4,848원이다. 홍보비 30억 원이 관객 한 명당 약 909원을 더 얹는 셈이다.
| 영화 | 분자(보도의 제작비) | 분모(BEP) | 나눈 값(1인당) |
|---|---|---|---|
| 암살자(들) | 총제작비 190억 원 | 330만 명 | 약 5,758원 |
| 암살자(들) | 순제작비 160억 원 | 330만 명 | 약 4,848원 |
| 파묘 | 제작비 140억 원 | 약 330만 명 | 약 4,242원 |
| 1947 보스톤 | 총제작비 210억 원 | 450만 명 | 약 4,667원 |
| 천박사 퇴마연구소 | 순제작비 113억 원 | 240만 명 | 약 4,708원 |
| 거미집 | 순제작비 96억 원 | 200만 명 내외 | 약 4,800원 |
| 노량: 죽음의 바다 | 순제작비 286억 원 | 720만 명(투자자 기준) | 약 3,972원 |
▲ 보도의 제작비와 BEP 관객 수를 단순 나눗셈한 값(원 단위 반올림). 분자·분모의 기준이 영화마다 달라 서로 비교하는 용도로 쓰기엔 부적절하다
영진위 통계로 보는 큰 그림 — BEP를 넘는 영화는 얼마나 되나
영진위는 순제작비 30억 원 이상 한국 상업영화를 대상으로 매년 수익성 분석을 내놓는다. 원문 보고서가 아니라 이를 전한 보도를 통해 확인한 숫자다.
노컷뉴스가 2026년 1월 19일 전한 ‘2024년 한국영화 수익성 분석’에서 대상은 37편이다.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19.27%이고, BEP를 넘긴 작품은 8편이다. 이 8편의 평균 수익률은 106.44%다.
아주경제는 2026년 7월 21일 기사에서 영진위 자료를 인용해 2025년 30편의 평균 추정 수익률을 마이너스 33.13%로 전했다. BEP를 넘긴 작품은 6편, 곧 20%다. 기사는 2024년 평균(마이너스 19.27%)보다 13.86%포인트 내려갔다고 적었다.
숫자가 보여 주는 것은 간단하다. 상업영화 대다수는 BEP를 넘지 못한다. 손익분기점을 넘은 영화는 그 안에서도 소수다.
그래서 ‘손익분기점 돌파’는 기사 제목이 될 만한 사건이다. 다만 여기서도 ‘돌파’는 극장 관객 수가 BEP 숫자에 닿았다는 뜻이지, 해외 판매·부가판권·투자 구조를 모두 반영한 최종 이익 확정을 뜻하지는 않는다.
인용한 보도에는 수익률을 총제작비 기준으로 계산했는지, 극장 밖 수익(OTT·해외 판매 등)을 어떻게 넣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 이 부분은 영진위 보고서 원문에서 확인해야 한다.
보도에서 BEP를 읽는 법 — 체크리스트
BEP 숫자를 접했을 때 확인할 항목을 정리했다. 영화 기사뿐 아니라 어떤 영화에든 쓸 수 있다.
숫자가 클수록 손해, 작을수록 이익이라는 식의 단순 판단은 피하는 편이 안전하다. 같은 BEP라도 정산 조건과 투자 구조에 따라 투자자가 받는 돈은 달라진다.
1. 누가 말한 숫자인가 — 투자배급사 공식 입장인지, 업계 관계자 설명인지, 기자 추정인지
2. 분모는 무엇인가 — 순제작비인지, 홍보마케팅비까지 합친 총제작비인지
3. 분자에 무엇을 더했나 — 해외 판매, VOD·IPTV, OTT 예상치가 들어갔는지
4. 누구의 기준인가 — 투자자 기준 BEP인지, 극장 매출 기준인지
5. 관객 수인가, 매출인가 — 관객 수에 티켓 값을 곱해도 투자자 몫이 되지 않는다
6. 언제 쓴 숫자인가 — 정산 구조(예: 2025년 입장권 부과금 폐지)가 바뀌었는지
7. ‘돌파’의 의미 — 극장 관객 수가 기준에 닿은 것이지 최종 손익 확정이 아니다
‘암살자(들)’은 지금 어디쯤 — 확인된 것과 확인되지 않은 것
확인되는 것부터 정리한다. 10월 22일 KOBIS 기준 누적 관객은 330만 6,279명이다. 일간스포츠·아이즈·mhnse.com이 쓴 BEP 330만 명은 넘었다.
국제뉴스가 추정한 약 370만 명에는 22일 기준 39만 3,721명이 모자란다.
확인되지 않는 것은 더 많다. 총제작비 190억 원 외의 항목별 금액, 해외 판매 계약 규모, 국내 부가판권 수익 전망, 배급사와 극장의 실제 부율, 투자사별 정산 순서는 보도에 나오지 않았다.
따라서 이 영화가 지금 이익 구간에 들어갔는지는 외부에서 계산할 수 없다. 다만 BEP를 넘기면서 투자사의 손실 위험이 줄어든다는 해석은 가능하다. 이 해석도 BEP에 반영한 해외·부가수익이 실제로 들어온다는 전제가 있어야 성립한다.
앞으로 볼 지표는 세 가지다. 극장 누적 관객과 흥행 속도, 해외 판매 계약 발표, VOD·OTT 공개 시점이다. 이 중 마지막 둘은 아직 보도로 확인된 내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