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세우는 게임박물관이 첫 밑그림 단계에 들어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이 '대한민국 게임박물관(가칭)' 조성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연구에 나선다고 인벤이 10월 7일 보도했다. 다만 박물관이 어디에, 누구의 손으로 들어설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지금 확정된 것은 '무엇을 검토할지'까지다.
이번 연구가 다루는 여섯 가지
연구의 목적은 박물관 조성의 필요성과 경제적 타당성을 따지고 건축기획을 검토하는 것이다.
이 결과는 앞으로 설계·시공·운영 단계에 적용할 기준이 된다.
연구는 기본구상, 유물 조사 개요, 대상 시설 조성 여건 검토 기준, 건축기획, 조성 비용과 타당성 분석, 단계별 추진 계획 여섯 분야로 구성된다.
수행기관은 국내외 게임·디지털 문화 박물관 사례를 분석해야 한다.
그 위에서 전시·교육·체험·연구·수장·아카이브 기능별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과제다.
이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1월 발표한 게임산업 지원 계획에 신규 사업으로 들어가 있었다.
게임메카에 따르면 문체부는 1월 29일 공개한 '2026년도 사업설명자료'에서 '대한민국 게임박물관 조성'을 신규 사업으로 신설했다.
게임 및 e스포츠 자료를 수집, 보관, 전시하는 통합형으로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예산은 14억 9,900만 원, 약 15억 원이다.
부지와 운영 주체는 '별도 절차'로
가장 궁금한 건 위치겠지만, 이번 보도에서 확인되는 답은 아직 없다는 것이다.
콘진원은 대상 시설이 '별도 절차를 통해 확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운영 주체도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방향은 읽힌다. 연구는 기존 건축물 활용을 전제로 한다.
공간 전환 방식과 구조·안전 검토 기준을 마련하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새 건물을 짓기보다 이미 있는 건물을 박물관으로 바꾸는 쪽을 먼저 검토한다는 뜻이다.
이번 연구는 1차에 해당한다.
2027년 2차 연구에는 전시실별 연출계획, 운영수익 모델, 유물 분류체계와 통합 DB 구축이 담길 예정이다.
총사업비와 개관 시기는 이번 보도에 나오지 않는다. 지금으로선 모두 미정이다.
정부의 첫 시도는 아니다
정부가 게임박물관을 들여다보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문체부와 콘진원은 2020년 국비 9,980만 원을 들여 '게임문화박물관 건립 기본방향 수립 연구' 보고서를 그해 11월 발간했다.
하지만 이 보고서에는 사실관계 오류가 여럿 있었다고 인벤은 전했다.
콘진원의 자체평가에도 '게임 관련 수집 및 분류, 디지털 아카이빙에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이 부족함'이라는 의견이 담겼다.
이번 연구 범위에 유물 조사와 비용 타당성이 따로 들어간 점이 눈에 띈다.
2020년 연구가 기본방향을 세우는 데 초점을 뒀다면, 이번 연구는 유물 조사 개요와 조성 비용·타당성 분석까지 범위에 넣었다.
지금 국내 게임박물관은 게임사 몫
영상: 소비자경제TV 유튜브 채널
현재 국내 게임박물관은 게임사가 운영해 왔다.
넥슨은 2013년 7월 제주에 넥슨컴퓨터박물관을 열었다.
이 박물관은 올해 5월 12일 '넥슨뮤지엄'으로 이름을 바꿔 재개관했다.
컴퓨터 기술사 중심이던 전시는 넥슨이 30년간 쌓은 게임 IP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개편됐다.
넷마블문화재단은 2025년 3월 서울 구로 넷마블 사옥에 넷마블게임박물관을 열었다.
이 박물관은 올해 4월 국내 게임박물관 가운데 처음으로 '제1종 전문박물관'에 등록됐다.
8월에는 한국 PC게임을 다루는 기획전을 상설전시로 전환했다.
그러니 지금까지 국가가 세운 게임박물관은 없다.
넥슨뮤지엄은 넥슨의 IP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개편됐고, 넷마블게임박물관도 넷마블문화재단이 운영한다.
업계 전체의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보존하는 일은 아직 국가 차원에서 시작되지 않았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배경이다.
해외에는 어떤 박물관이 있나
해외에는 이미 자리 잡은 사례가 있다.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의 스트롱 국립 놀이 박물관은 1969년 설립돼 1982년 일반에 문을 열었다.
이곳에는 전자게임 역사 연구 기관인 국제 전자게임사 센터와 월드 비디오게임 명예의 전당이 함께 있다.
2006년 확장·개편을 거치며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고, 당시 시설 규모는 약 28만 2천 제곱피트였다.
2023년 7월에는 약 9만 제곱피트를 더한 확장 공간을 공개했다.
독일 베를린의 컴퓨터게임박물관은 1997년 설립됐다.
2011년 재개관한 현재 시설은 프리드리히스하인 카를마르크스 거리에 있다.
위키백과는 이곳이 3만 7천 점이 넘는 소장품을 보유한다고 설명한다.
두 곳은 규모도, 성격도 다르다.
하나는 '놀이' 전반을 다루는 대형 박물관의 한 갈래이고, 하나는 게임과 컴퓨터에 집중한 전문 박물관이다.
대한민국 게임박물관이 어느 쪽에 가까워질지는 이번 연구가 던질 질문이기도 하다.
앞으로 지켜볼 대목
이번 연구는 박물관을 짓겠다는 확정이 아니라, 지을 수 있는지와 어떻게 지을지를 따져보는 단계다.
관건은 세 가지다.
첫째, 어떤 건물을 쓸 것인가. 기존 건축물 활용이 전제인 만큼 후보지 발표가 다음 분기점이다.
둘째, 무엇을 어떻게 모을 것인가. 2027년 2차 연구의 유물 분류체계와 통합 DB가 여기에 답한다.
셋째, 누가 운영할 것인가. 기업 박물관과의 관계 설정도 숙제로 남는다.
문체부의 2027년 예산안에는 사설서버 자동 차단 시스템 16억 원 같은 단속 항목이 신규로 올랐다.
박물관은 그와 결이 다른, 산업의 기록을 남기는 사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