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브(Valve)의 2004년작 '하프라이프 2(Half-Life 2)'가 설치 파일이나 스팀 계정 없이 웹 브라우저 탭 하나만으로 완주 가능해졌다. 미국의 한 고등학생 개발자 slqnt가 협업자 98006과 함께 약 3개월간 작업해 완성한 비공식 포트로, WebAssembly와 WebGL2 기술을 이용해 소스(Source) 엔진 코드를 그대로 브라우저에서 구동하는 방식이다. 클라우드 스트리밍이 아니라 사용자 PC에서 실제로 네이티브 구동되며, 최초 접속 시 압축된 게임 데이터를 캐시에 내려받은 뒤에는 매끄럽게 작동한다.
링크 하나로 즉시 플레이 — 시티 17 접속까지 클릭 한 번
아래 링크에 접속해 로딩이 끝나면 'New Game'을 클릭하면 바로 시작된다. 스팀 계정, 다운로드, 런처 모두 필요 없다.
👉 https://hl2.slqnt.dev/
접속 방법은 단순하다. 위 주소로 들어가 페이지 로딩을 기다린 뒤 'New Game' 버튼만 누르면 바로 시티 17 한복판에서 게임이 시작된다. 크롬·엣지·파이어폭스·오페라 등 WebGL2를 지원하는 최신 브라우저라면 운영체제(윈도우·macOS·리눅스)를 가리지 않고 동작하며, 최신 스마트폰 브라우저에서도 구동 자체는 가능하다고 보도됐다. 다만 모바일에서는 화면 터치 조작만으로는 플레이가 사실상 어려워 게임패드나 마우스·키보드 같은 외부 입력장치가 필요하다.
성능도 준수하다. 그래픽 옵션을 최대로 설정한 PC 기준 100FPS 이상을 기록했다는 보도가 이어졌고, 세이브 파일 저장, 도전과제, 클래식 콘솔 명령어 입력 기능까지 지원한다. 개발자 slqnt는 직접 엔딩 크레딧까지 도달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으며, 본편 캠페인은 물론 공식 에피소드 확장 콘텐츠까지 함께 즐길 수 있다.
기술 뒷단 — Emscripten과 소스 엔진 포크의 조합
핵심 기술은 C/C++ 코드를 브라우저에서 구동 가능한 형태로 변환해주는 오픈소스 컴파일러 Emscripten이다. slqnt는 밑바탕으로 개발자 nillerusr이 유지보수하는 소스 엔진 수정판을 활용했는데, 이 버전에는 ToGLES 렌더링 모드가 포함돼 있어 OpenGL ES 호출을 Emscripten이 WebGL2로 변환해주는 방식으로 렌더러가 브라우저 탭 안에서 그대로 동작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이전에 개발자 weliveinhell이 선보인 브라우저판 '포탈(Portal)' 포트와 유사한 기술적 성과의 연장선으로 평가된다.
다만 완벽하진 않다. 하프라이프 2 특유의 정교한 안면 모핑(facial animation) 시스템은 브라우저 환경에서 불안정하게 작동해 아예 비활성화됐다. 이 때문에 컷신 속 캐릭터들의 표정 연기가 원작만큼 풍부하지 않다는 점이 가장 자주 언급되는 아쉬움이다. 이 밖에도 일부 그래픽 결함과 경미한 프레임 드랍이 남아 있다고 개발자 스스로도 인정했다.
화제성과 서버 부담 — "체험하려면 서두르라"는 조언
이 프로젝트는 공개 직후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빠르게 화제를 모았다. 해외 매체 XDA Developers는 개발자 발언을 인용해 "그래픽 결함과 약간의 렉을 빼면 놀라울 정도로 잘 작동한다"면서도 "관심이 있다면 조만간 한번 해보길 권한다. 이 프로젝트가 더 크게 화제가 될수록(서버 부담으로 인한 접속 제한 등) 상황이 바뀔 수 있어 보인다"는 취지의 언급을 전했다. 실제로 갑작스러운 트래픽 급증은 개인이 운영하는 호스팅 환경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저작권 회색지대 — 밸브의 반응과 과거 유사 사례
기술적 완성도와는 별개로, 이 프로젝트는 저작권 회색지대에 놓여 있다. 하프라이프 2의 게임 데이터와 에셋에 대한 권리는 여전히 밸브에 있으며, 개발자 slqnt 본인도 자신의 블로그에서 "밸브가 하프라이프 2의 저작권을 갖고 있는 만큼, 이 프로젝트는 언젠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직접 밝힌 바 있다. 다만 밸브는 전통적으로 모드·팬 프로젝트에 비교적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온 회사로 꼽히며, 이 점이 이번 포트가 지금까지 별다른 제재 없이 유지되고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공식 포트가 아닌 만큼 안정성이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지만, 22년 전 출시된 3인칭 아닌 1인칭 슈팅의 걸작이 별도 설치 없이 브라우저 탭 하나로 즐길 수 있게 됐다는 사실 자체가 소스 엔진 팬덤 사이에서 이례적인 화제를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