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너츠'·'킬른' 개발사 더블파인(Double Fine)이 엑스박스 게임 스튜디오에서 독립을 확정한 지 불과 3주 만에 23명을 감원했다. 창립자 팀 샤퍼는 "스튜디오의 생존만이 이런 고통스러운 결정을 고려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번 감원은 개별 스튜디오의 일시적 위기가 아니라, 2026년 7월 마이크로소프트가 발표한 '엑스박스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3,200명 감원) 물결 속에서 벌어진 일이다.

독립 3주 만의 감원 — 팀 샤퍼가 밝힌 이유

더블파인은 2026년 7월 6일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구조조정 발표와 함께 독립 스튜디오로 되돌아갔다. 2019년 6월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된 지 약 7년 만이다. 독립 과정에서 더블파인은 보유 지식재산권(IP)과 기존 게임 카탈로그, 그리고 카탈로그에서 발생하는 향후 수익을 그대로 유지하는 조건을 확보했다.

그러나 독립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7월 28일, 팀 샤퍼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직원 23명을 감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작고 끈끈하게 뭉쳐온 팀으로서 이런 조치는 결코 가볍게 내린 결정이 아니다. 오직 스튜디오의 생존만이 우리가 이런 고통스러운 행동을 고려하게 만들었다"며 "독립 회사로의 전환은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규모로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감원 이전 더블파인의 인력은 약 90명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이번 조치로 전체 인력의 약 25%가 줄어든 셈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역사상 최대 구조조정" — 3,200명, 5개 스튜디오 정리

더블파인의 독립은 2026년 7월 6일 마이크로소프트가 발표한 대규모 조직 개편의 일부였다. 회사는 이를 자체적으로 "엑스박스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구조조정"이라 표현했으며, 게임 부문 전체 인력의 약 20%에 해당하는 3,200명을 감원하는 계획을 공개했다. 이 중 1,600명은 발표 직후 즉시 감원되고, 나머지 1,600명은 2027년 6월까지 단계적으로 줄어든다. 동시에 최대 14단계에 달하던 경영 관리 체계도 5단계 이하로 축소하기로 했다.

같은 발표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더블파인을 포함한 5개 스튜디오를 정리 대상으로 지목했다. 더블파인과 '사우스 오브 미드나잇' 개발사 컴펄션 게임즈(Compulsion Games)는 경영진에게 지분이 반환되며 독립 스튜디오로 재출범했다. 반면 좀비 서바이벌 '스테이트 오브 디케이' 개발사 언데드 랩스(Undead Labs)와 '헬블레이드' 개발사 닌자 시어리(Ninja Theory)는 새로운 소유주에게 매각될 예정이며, '블레이드' 개발을 진행 중인 아르케인 리옹(Arkane Lyon)은 아직 거취가 정해지지 않았다.

2024년부터 이어진 연쇄 구조조정 — '독립'도 안전망은 아니다

엑스박스의 스튜디오 정리는 2026년에 갑자기 시작된 일이 아니다. 2024년 5월 마이크로소프트는 '프레이'·'레드폴' 개발사 아케인 오스틴, '하이파이 러시' 개발사 탱고 게임웍스, 알파독 게임즈, 라운드하우스 스튜디오 등 4개 스튜디오를 폐쇄했다. 이 중 탱고 게임웍스는 이후 크래프톤이 독립 인수해 '하이파이 러시' 후속작 개발을 이어가며 기사회생했지만, 나머지 스튜디오는 완전히 사라졌다. 2025년에는 신작을 한 편도 출시하지 못한 채 더 이니셔티브(The Initiative)가 문을 닫았고, 개발 중이던 '퍼펙트 다크'와 '에버와일드'도 취소됐다.

2026년 7월 구조조정으로 독립을 택한 스튜디오들의 앞날 역시 순탄치만은 않다. 컴펄션 게임즈는 독립 발표 불과 1주일 만에 "게임·엔터테인먼트 업계 전반의 스튜디오들과 협업 기회를 넓히고 있다"며 사실상 외주·협업 파트너를 구하는 공지를 냈다. 퍼블리셔의 자본 지원 없이 독립 스튜디오로 살아남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독립 이후 더블파인의 과제 — 평단은 호평, 흥행은 부진

이번 감원의 배경에는 더블파인의 최근 상업적 성적 부진도 자리한다. 2025년 10월 출시한 신작 '키퍼(Keeper)'는 등대가 다리로 걸어 다니는 독특한 콘셉트와 평단의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정작 판매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출시 초기 스팀 동시 접속자 수가 200명을 밑돌았고, 누적 판매량도 약 5만 장, 순매출 60만 달러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어 2026년 4월 출시한 협동 도자기 액션 게임 '킬른(Kiln)' 역시 큰 반향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다만 마이크로소프트는 더블파인의 독립 조건으로 기존 IP와 카탈로그 유지뿐 아니라 차기작 개발을 위한 자금 지원도 일부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체적인 지원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더블파인은 2025년 8월 시점에는 '사이코너츠 3'나 '브루탈 레전드 2' 같은 기존 인기작의 속편 계획은 없으며, '키퍼' 같은 신규 오리지널 IP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독립 스튜디오로서 다음 행보가 무엇이 될지는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