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 시리즈에서 간디는 단순한 지도자 하나가 아니다. 평화의 상징으로 등장해 놓고 핵을 가장 먼저 쏘는 인물 — 시리즈 역사상 가장 널리 퍼진 농담이자 밈이다. 그 간디가 '문명 7'에 돌아온다. 그것도 핵 시스템이 대폭 확장되는 업데이트와 함께다. 파이락시스가 9월 6일 공개한 로드맵의 내용이다.
무료와 유료, 두 덩어리로 나뉜다
영상: Sid Meier's Civilization 유튜브 채널
발표는 크게 둘로 나뉜다.
하나는 무료 대형 업데이트 '아크 오브 투모로우(Arc of Tomorrow)'다.
다른 하나는 첫 유료 확장팩 '어스라이즈(Earthrise)'다.
둘 다 2027년을 목표로 한다. 구체적인 날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구조를 보면 파이락시스의 의도가 읽힌다. 앞서 '테스트 오브 타임' 업데이트가 그랬듯, 게임의 뼈대를 넓히는 작업은 무료로 풀고 새로운 주제를 얹는 쪽에 값을 매기는 방식이다.
네 번째 시대가 무료로 들어온다
'아크 오브 투모로우'의 핵심은 원자 시대(Atomic Age)다.
'문명 7'은 출시 당시 고대·탐험·현대의 세 시대 구조로 나왔다. 여기에 네 번째 시대가 붙는다.
다루는 시기는 1950년대부터 근미래까지다. 그 시대에 맞는 건물·유닛·비주얼·음악, 그리고 새 문명과 지도자가 함께 들어온다.
시대를 하나 통째로 얹으면서 값을 받지 않는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시리즈 전례를 보면 이 정도 분량은 유료 확장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출시 초기 '문명 7'이 시대 구조를 두고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료로 푸는 결정에는 여론을 되돌리려는 의도도 읽힌다.
핵, 그리고 돌아온 간디
원자 시대와 함께 핵 시스템이 크게 손질된다.
새로운 공격 수단과 방어 수단, 전용 유닛이 추가되고 상호확증파괴 개념에도 변형이 들어간다고 예고됐다.
그리고 이 타이밍에 간디가 복귀한다.
설명이 조금 필요하다. '핵을 쏘는 간디'는 초대 '문명'의 공격성 수치 오류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오래 퍼졌는데, 시드 마이어 본인이 자서전에서 그런 버그는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시리즈가 이후 이 농담을 의식적으로 받아들여 실제 설정에 반영해 온 것은 사실이다. 이번에도 핵 개편과 간디 복귀를 나란히 발표한 것은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이 밖에 촬영지를 찾아다니는 영화 제작진 유닛, 농축 우라늄 같은 자원을 조합해 물자를 만드는 제조 시스템, 도시국가를 독립시킬 수 있는 기능도 함께 들어간다.
'어스라이즈'는 문명을 하늘 밖으로 끌고 간다
유료 확장팩 '어스라이즈'의 주제는 우주다.
이름부터 상징적이다. 어스라이즈는 1968년 아폴로 8호가 달 궤도에서 지구가 떠오르는 장면을 찍은 사진의 제목이다.
특이한 점은 우주 요소가 후반부에만 몰려 있지 않다는 것이다.
고대와 탐험 시대에는 천체를 관측하고 기록하는 수준으로 시작한다. 현대에 들어서면 지구와 달 궤도로 나가고, 원자 시대에 이르러 우주 기관을 세워 태양계로 탐사대를 보낸다.
시대마다 성격이 다른 활동을 배치해 초반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축을 하나 더 만든 셈이다.
환경 쪽 요소도 함께 들어온다. 지형을 개조하는 테라포밍과 토목 구조물, 자연재해에 대응하고 온난화를 되돌리는 기술, 생물군계별로 다른 문명 특성이 언급됐다.
우주와 환경을 한 확장팩에 묶은 구성은 자연스럽다. 둘 다 '지구를 벗어나서 지구를 다시 본다'는 어스라이즈라는 제목과 맞닿아 있다.
그전에 9월 업데이트가 먼저다
2027년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 9월 하순에 업데이트 1.5.0이 먼저 온다.
여기에 오래 요청받아 온 지구 실제 시작 위치(True Start Location) 맵이 들어간다. 실제 지구 지형 위에서 각 문명이 역사적 위치에 배치되는 방식이다.
'문명 6'에서 인기가 높았던 기능이라 복귀를 기다린 이용자가 많았다.
이 밖에 외교 선택지 확장, 인터페이스 정리, 각종 편의 개선이 함께 적용된다.
정리하면 파이락시스의 계획은 세 단계다. 9월에 기본기를 다지고, 2027년에 시대를 무료로 넓히고, 같은 해에 새 주제를 유료로 얹는다.
출시 1년 반 만에 나온 장기 계획치고는 늦은 편이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1.5.0 (2026년 9월 하순) — 지구 실제 시작 위치 맵 · 외교·UI 개선
아크 오브 투모로우 (2027, 무료) — 원자 시대 · 핵 개편 · 간디 복귀
어스라이즈 (2027, 유료) — 우주 개발 · 테라포밍 · 기후 대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