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좋은 게임'을 고를 때 흔히 쓰는 방법은 플레이타임을 가격으로 나누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계산만으로는 부족하다. 아무리 오래 즐길 수 있어도 재미없으면 의미가 없고, 반대로 몇 시간 안 되는 짧은 게임이라도 그 경험이 강렬하다면 충분히 값을 한다. 이번 리스트는 가격과 플레이타임뿐 아니라 평단 점수, 스팀 유저 리뷰, 오랜 시간 쌓인 화제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골랐다. 몇 시간이면 끝나지만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는 게임부터, 수백 시간을 투자해도 질리지 않는 게임까지 폭넓게 담았다.
① 뱀파이어 서바이버즈 — 커피 한 잔 값으로 산 GOTY 후보
가격은 단 4.99달러다. 세일도 거의 필요 없을 정도로 원래 저렴하다.
그런데도 2022년 여러 매체의 '올해의 게임' 후보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포브스는 이 게임을 두고 "올해 게임업계 최고의 거래"라고 평했고, 윈도우센트럴은 "지금 PC와 엑스박스에서 쓸 수 있는 가장 값진 5달러"라고 소개했다.
조작은 이동뿐이고 공격은 자동이다. 이 극도로 단순한 조작에 압도적인 성장 시스템과 무기 조합이 더해져 중독성을 만든다.
스팀 리뷰 24만 9,481건 중 98%가 긍정 평가를 남겼다. 메인 플레이 15시간, 완주까지는 53시간이 걸린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② 언더테일 — 짧지만 완벽하다는 평가의 대표 사례
토비 폭스 혼자 만든 이 RPG는 정가 9.99달러, 세일 때는 2.49달러까지 떨어진다.
메인 스토리는 7시간이면 끝난다. 하지만 짧다고 아쉬워할 틈이 없다. 전투 하나하나에 서사가 얽혀 있고, 선택에 따라 완전히 다른 엔딩으로 이어진다.
메타크리틱 92점, 스팀 리뷰는 24만 건 이상 중 96%가 긍정적이다. 노트북체크는 "24만 개 리뷰에 96% 긍정, 이제 단 2.5달러"라며 이 게임을 RPG 걸작으로 꼽았다.
'가성비는 시간이 아니라 밀도로도 만들어진다'는 걸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③ 스타듀밸리 — 1인 개발자가 만든 무한한 콘텐츠
코딩부터 그래픽, 음악까지 에릭 바론 혼자 만든 농장 시뮬레이션이다. 정가는 14.99달러, 세일 때는 7~10달러대로 내려간다.
메인 콘텐츠만 52시간, 완주까지는 150~200시간이 걸린다는 조사가 있다. 농사, 채굴, 낚시, 마을 사람들과의 관계까지 할 일이 끝없이 이어진다.
스팀 리뷰 39만 건 이상 중 98%가 긍정적이다. 1인 개발작임에도 이 정도 완성도와 볼륨을 갖췄다는 점에서 '가성비의 정석'으로 꾸준히 언급된다.
④ 테라리아 — 10년 넘게 무료 업데이트를 받은 게임
가격은 9.99달러다. 이 가격에 사실상 끝없는 콘텐츠가 딸려 온다.
개발사 리-로직은 출시 이후 10년 넘게 대형 무료 업데이트를 계속 내놓은 것으로 유명하다. 별도 DLC 결제 없이도 게임이 계속 커진다는 뜻이다.
완주까지 206시간이 걸린다는 조사 결과가 있으며, 스팀 리뷰는 122만 건 이상 중 97%가 긍정적이다.
시간당 비용을 계산하면 사실상 무료에 가깝다는 평가가 커뮤니티에서 반복적으로 나온다.
⑤ 할로우 나이트 — 메트로바니아 장르의 기준점
정가는 14.99달러, 세일 때는 7.49달러까지 내려간다.
메인 스토리 27시간, 완주까지는 66시간이 걸린다. 손그림 아트와 서로 얽혀 있는 맵 구조는 지금도 메트로바니아 장르의 기준점으로 자주 언급된다.
메타크리틱 87점, 스팀 리뷰 51만 건 이상 중 97%가 긍정적이다.
후속작 '실크송'이 나온 뒤에도 여전히 이 가격에 이 정도 완성도를 갖춘 게임을 찾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⑥ 슬레이 더 스파이어 — 덱빌딩 로그라이크 장르를 정립한 게임
정가는 24.99달러지만 자주 6.24달러(75% 할인)까지 떨어진다.
메인 스토리는 12시간이면 끝나지만, 매번 다른 카드 조합으로 다시 도전하게 만드는 구조 때문에 완주까지는 188시간이 걸린다는 조사가 있다.
메타크리틱 89점, 스팀 리뷰는 19만 건 이상 중 97%가 긍정적이다. 노트북체크는 "스팀에서 이보다 싸진 적이 없었다"며 할인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지금 나오는 대부분의 덱빌딩 로그라이크 게임이 이 게임의 구조를 참고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⑦ 리턴 오브 디 오브라 딘 — 역대 최고의 퍼즐 게임이라는 찬사
가격은 19.99달러, 세일 때는 9.99달러대로 내려간다.
메인 스토리는 8시간, 완주까지도 11시간이면 충분하다. 이 리스트에서 가장 짧은 축에 속한다.
그럼에도 이 게임은 '역대 최고의 퍼즐 게임 중 하나'라는 평가를 꾸준히 받는다. 사라진 선원들의 죽음을 하나씩 추리해나가는 구조와, 독특한 흑백 1비트 비주얼이 만들어내는 몰입감 때문이다.
메타크리틱 87~89점, 스팀 리뷰 1만 8,521건 중 96%가 긍정적이다. '짧아도 완벽하면 그만'이라는 걸 증명하는 케이스다.
⑧ 하데스 — 죽을수록 이야기가 쌓이는 로그라이크
정가는 24.99달러, 세일 때는 6~9달러대까지 내려간다.
메인 스토리 23시간, 완주까지는 95시간이 걸린다. 죽을 때마다 새로운 대사와 관계가 쌓이는 구조 덕분에, 반복 플레이가 지겹지 않고 오히려 다음 시도를 기대하게 만든다는 평가가 많다.
메타크리틱 93점, 스팀 리뷰는 압도적 긍정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스 신화 캐릭터들의 개성 있는 대사와 관계 묘사는 이 게임을 단순한 로그라이크 이상으로 만들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⑨ 딥 락 갤럭틱 — "Rock and Stone!"으로 유명한 협동 채굴 게임
정가는 29.99달러, 세일 때는 8~10달러대로 내려간다.
4인 협동으로 지하 동굴을 탐사하며 광물을 채굴하는 게임이다. 메인 콘텐츠 45시간, 완주까지는 494시간이 걸린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이 리스트에서 가장 긴 플레이타임이다.
메타크리틱 85점, 스팀 리뷰는 압도적 긍정 등급이다.
출시 이후에도 무료 시즌 업데이트를 꾸준히 내놓고 있어, 게임의 수명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⑩ 디스코 엘리시움: 파이널 컷 — "역대 최고의 RPG 중 하나"
정가는 39.99달러로 이 리스트에서 가장 비싸다. 다만 세일 빈도가 잦고, 할인폭도 75~90%에 달해 4~10달러대에 살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이 게임은 텍스트 기반 탐정 RPG로, 전투 대신 대사와 선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메인 스토리 20시간, 완주까지는 41시간이 걸린다.
메타크리틱 97점(평론가 기준)이라는 이례적인 고평점을 받았다. 노트북체크는 "당대 최고의 RPG가 이제 40달러가 아니라 4달러"라며 세일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가격이 다른 항목보다 높은데도 이 리스트에 넣은 이유는 명확하다. 세일가 기준으로 보면 이보다 서사 밀도가 높은 게임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번외 — 아쉽게 10위 안에 들지 못한 게임 10선
이번 순위에 넣진 못했지만, 가성비로 꾸준히 언급되는 게임들도 함께 소개한다.
- 디비니티: 오리지널 신 2 ($44.99) — 발더스 게이트3 이전 라리안 스튜디오 최고작으로 꼽히는 협동 턴제 RPG
- 림월드 ($34.99) — 완주까지 300시간이 넘는다는 조사 결과가 있는 '이야기 생성기' 콜로니 시뮬레이션
- 켄시 ($29.99) — 정해진 스토리 없이 극한의 자유도를 제공하는 오픈월드 샌드박스 RPG
- 서브노티카 ($29.99) — 심해 탐험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생존 게임 장르의 걸작으로 꼽힌다
- 아우터 와일즈 ($24.99) — 22분씩 반복되는 루프 속에서 태양계의 비밀을 스스로 풀어가는 탐험 게임
- 셀레스트 ($19.99) — 정교한 플랫포밍과 진솔한 서사를 결합한 인디 명작
- 포탈 2 ($9.99) — 발매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퍼즐 게임의 교과서로 꼽힌다
- 팩토리오 ($35.00) — 공장 자동화 시뮬레이션의 끝판왕, 몰입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우스갯소리로 유명하다
- 컵헤드 ($19.99) — 손그림 애니메이션 스타일과 고난도 보스전으로 화제를 모은 런앤건 액션
- 리스크 오브 레인 2 ($24.99) — 3D로 재탄생한 로그라이크 슈터, 협동 플레이 시 난이도 곡선이 특히 화제다
가격과 장르는 각기 다르지만, 하나같이 '이 가격에 이 정도 완성도라니'라는 반응을 이끌어낸 게임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