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가 RDNA4 아키텍처 기반의 새로운 보급형 그래픽카드를 공개했다. 이름은 '라돈 RX 9050'이다. 가격은 279달러, 메모리는 8GB GDDR6에 128비트 버스, 전력 소모는 92W에 불과하다. 1080p 게이밍을 노린 전형적인 보급형 스펙이다. 다만 이번 공개에는 눈에 띄는 조건이 하나 붙었다. 1차 출시 지역이 아시아태평양·일본(APJ)과 중남미(LATAM)로 한정됐고, 북미와 유럽은 출시 일정조차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RX 9050, 정확한 사양은 이렇다

AMD 라돈 RX 9070 공식 렌더링 이미지, 듀얼 팬 쿨러가 장착된 그래픽카드
▲ RX 9050은 이보다 더 작은 다이인 'Navi 44'를 기반으로 한다. 사진은 RDNA4 라인업의 RX 9070 공식 이미지다. 사진: AMD

RX 9050은 RDNA4 아키텍처의 Navi 44 다이를 기반으로 한다. 컴퓨트 유닛(CU)은 16개, 스트림 프로세서는 1,024개다.

게임 클럭은 1.92GHz, 부스트 클럭은 최대 2.60GHz까지 올라간다. FP32 연산 성능은 10.6 TFLOPS로 알려졌다.

메모리는 8GB GDDR6이며 128비트 버스를 통해 연결된다. 대역폭은 288GB/s, 인피니티 캐시는 32MB다.

전력 소모는 92W(TBP)로 매우 낮은 편이다. 일부 AIB 파트너 모델은 100W까지 올라갈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조 전원은 8핀 커넥터 1개로 충분하다.

출력 포트는 HDMI 2.1b 1개와 디스플레이포트 2.1a 2개를 포함해 총 3개다. FSR 레드스톤을 비롯한 최신 AMD FSR 기술, 차세대 레이트레이싱, AV1 인코딩·디코딩도 모두 지원한다.

AMD는 자체 벤치마크에서 1080p 미디엄 설정 기준으로 '007: 퍼스트 라이트' 60fps, '사이버펑크 2077' 96fps, '포르자 호라이즌 6' 131fps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라이젠 7 9800X3D 같은 고성능 CPU와 조합한 결과여서, 보급형 시스템에서는 수치가 달라질 수 있다.

왜 8GB와 4GB, 두 가지로 나왔나

RX 9050은 8GB 버전 외에 4GB 버전도 함께 준비됐다. 4GB 모델은 메모리 버스가 64비트로 절반 줄어든다.

AMD는 4GB 버전을 '소매용이 아닌 시스템 전용(system-only) 모델'이라고 못박았다. 즉 개별 그래픽카드로 따로 팔리는 게 아니라, 완제품 보급형 게이밍 PC에만 탑재되는 방식이다.

이런 구성은 최근의 D램·GDDR6 가격 급등과 무관하지 않다. 삼성전자가 올해 D램 계약 가격을 약 20% 인상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AI 데이터센터向 메모리 수요가 전체 공급을 흡수하면서 GDDR6 가격도 함께 오르고 있다.

메모리 버스를 절반으로 줄이면 필요한 메모리 칩 개수도 줄어든다. 완제품 PC 제조사 입장에서는 목표 가격대를 맞추기 위한 원가 절감 수단인 셈이다. GamTrend가 앞서 다룬 것처럼, 이런 메모리 가격 상승은 엔비디아 RTX 시리즈의 연쇄 가격 인상으로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왜 아시아태평양·일본·중남미부터인가

AMD 라돈 RX 9060 XT 공식 렌더링 이미지, 듀얼 팬 쿨러가 장착된 그래픽카드
▲ RDNA4 라인업 중 RX 9060 XT의 공식 이미지. RX 9050은 이보다 한 단계 더 아래 등급의 보급형 모델이다. 사진: AMD

RX 9050의 1차 출시 지역은 아시아태평양·일본(APJ)과 중남미(LATAM)로 한정됐다. 북미와 유럽은 이번 발표에서 아예 빠졌다.

AMD는 이 지역 우선 출시의 구체적인 이유를 공식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현재까지 나온 보도들도 명확한 전략적 배경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들 지역이 상대적으로 저가형 그래픽카드 수요가 크고, PS5 수준의 그래픽 성능을 갖춘 저전력·저가 카드에 대한 대체 수요가 있다는 점을 배경으로 추정하는 시각이 있다. RX 9050의 연산 성능은 PS5(RDNA2, 컴퓨트 유닛 36개로 RX 9050의 2배가 조금 넘는다)와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북미·유럽 출시 일정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확대 출시 여부와 시점은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기존 보급형 카드들과 비교하면

보급형 그래픽카드 시장에는 이미 여러 경쟁 제품이 있다. AMD 자체 라돈 RX 7600은 2023년 269달러에 출시됐고, 165W TBP에 8GB GDDR6 메모리를 갖췄다.

인텔 아크 B580은 2024년 249달러로 나왔다. 12GB GDDR6에 456GB/s 대역폭, 190W TBP로 RX 7600보다 메모리 용량과 대역폭이 크지만 전력 소모도 더 높다.

이들과 비교하면 RX 9050의 92W 전력 소모는 눈에 띄게 낮다. 다만 메모리 용량(8GB)과 대역폭(288GB/s)은 RX 7600과 거의 동일한 수준이라, 세대가 바뀌었어도 메모리 스펙 자체의 도약은 크지 않다.

가격도 279달러로 RX 7600(269달러)이나 아크 B580(249달러)보다 오히려 높게 책정됐다. 이는 GDDR6 가격 상승 등 최근의 메모리 원가 부담이 신제품 가격에도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AMD가 공개한 성능 수치는 아직 자체 벤치마크에 불과하다. 독립적인 리뷰 매체의 검증 전까지는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초기 사용기에서는 '배틀필드 6' 실행 중 드라이버 타임아웃, 스트리밍 도구 사용 시 텍스처 손상, 윈도우10에서 스마트 액세스 메모리 비활성화 등의 드라이버 이슈도 보고됐다.